▲ '해냈다!' 손흥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의 옛 마을 어귀에는 사람 머리 모양의 기둥이 있었다. '장승'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남상은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고 써있다.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이 바로 장승이었다. '천하대장군' 손흥민이 토트넘에 드리웠던 불운을 모두 날려버렸다.

토트넘은 12일 새벽(이하 한국 시간) 영국 본머스 바이탈리티스타디움에서 치른 본머스와 치른 2017-18 프리미어리그 30라운드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손흥민은 2골을 기록하면서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경기 전부터 안 좋은 분위기가 있었다. 워낙 아픈 패배를 겪은 직후였다.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에서 탈락했다. 8일 영국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경기에서 1-2로 패했고, 1,2차전 합께 3-4로 역전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원정에서 2-2로 비기고 온 터라 그리고 손흥민의 선제골에 힘입어 2차전에서도 전반까진 1-0으로 앞서고 있었기에 더욱 아팠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유벤투스전 패배 뒤 "매우 실망스럽긴 하지만 성장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유지하고 더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분위기 침체는 토트넘이 빨리 극복해야 할 문제였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토트넘이 '심장이 무너지는(heartbreak)' 패배를 맞았다"면서 "리그와 FA컵 경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지적했다.


본머스전 초반엔 토트넘의 '악몽'이 시작되는 듯했다. 전반 7분 만에 주니어 스타니슬라스에게 선제 실점했다. 원정 경기였고 본머스가 이번 시즌에 다소 부진하다지만, 에디 하우 감독의 지도 아래 저력을 갖춘 팀이다.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다.

엎친 데 덮친 격. 주포 해리 케인까지 부상으로 쓰러졌다. 아스미르 베고비치 골키퍼와 충돌하면서 여러 차례 다친 바 있는 발목을 다쳤다. 케인은 전반 34분 만에 피치를 떠났다.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손흥민이 최전방으로 이동했다. 에리크 라멜라가 왼쪽 측면에 배치됐다. 갑작스러운 전술 변화에 부적응? 전혀 없었다. 케인과 다른 스타일로 최전방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좌우 폭넓게 움직였고 2선과 부드러운 호흡을 보였다.

전반 35분 세르주 오리에가 올린 크로스를 델레 알리가 마무리해 동점을 만들었다. 여기에서도 손흥민의 '숨은' 활약이 있었다. 접근하는 수비수 인지하고 오른쪽 측면으로 침투하는 오리에에게 침투패스를 넣었다. 득점을 만드는 중요한 패스였다.

후반전엔 주인공이 됐다. 손흥민은 후반 17분 알리가 올린 크로스를 논스톱 발리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이 골로 4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후반 41분에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선보이면서 자신의 장기를 보여줬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패스를 받아 센터라인 뒤부터 본머스의 골문까지 질주했고 아스미르 베고비치 골키퍼까지 제치며 완벽한 골을 터뜨려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 '우리 흥이구나' 기쁨을 나누는 손흥민(오른쪽)과 포체티노 감독.

뼈아픈 UCL 탈락, 이른 선제 실점 그리고 주전 공격수의 부상까지. 불운이 겹치면서 먹구름이 드리웠던 토트넘은 분위기를 바꾸고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뒤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유벤투스전의 엄청난 실망에서 완벽한 답을 내놨다"면서 "첫 골을 허용했지만 우리는 본머스보다 더 나은 팀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어 "매우 큰 승점 3점이다. 경기 자세가 매우 좋았다"면서 만족감을 표했다. 본머스전이 나머지 시즌 운영을 위한 중요한 고비였다는 설명이다. 

손흥민은 토트넘의 이번 시즌 중요한 고비에 '수호신'이 됐다. 본머스전 승리로 토트넘은 리버풀을 끌어내리고 3위에 올랐다.

[영상] '오늘도 MOM' 손흥민, 본머스전 활약상 ⓒ 스포티비뉴스 영상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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