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표 팀에서도 짝을 이룰까. 김민재(오른쪽)와 홍정호 센터백 조합.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축구 대표 팀의 수비진의 주축은 전북 현대 선수들이 이루고 있다. '국대급' 수비진을 갖췄다는 전북은 왜 수비 불안에 시달리고 있을까

전북은 14일 중국 톈진 올림픽센터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E조 리그 4차전에서 톈진 취안젠과 경기에서 2-4로 졌다. 패배에도 기분이 나빴겠지만 더욱 큰 문제는 4골이나 내준 수비력이다.

전북은 이번 시즌 6경기에서 12골을 허용했다. 키치SC, 울산현대를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했고 나머지 4경기에선 모두 실점을 했다. 그리고 모두 2골 이상 실점했다. 가시와레이솔에 2골, 톈진과 1차전에서 3골, 인천 유나이티드에 3골, 톈진과 '리턴매치'서도 4골을 줬다. 

이번 3월 A매치 기간을 대비하고 발표한 한국 축구 대표 팀 명단에 전북 선수들은 7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5명이 수비수다. 중앙 수비수 홍정호, 김민재와 왼쪽 수비수 김진수가 선발됐고, 최철순과 이용이 뽑혀 그대로 전북의 오른쪽 수비를 그대로 이식했다. 이어지는 수비 불안에 신태용 감독도 고민이 깊어질 터. 

전북의 수비는 대체 왜 불안할까. 공격적인 팀 컬러엔 빛과 그림자가 있다.

◆ '닥공'의 빛: 눌러놓을 수 있다면 박살낼 수 있다

전북의 축구는 유명하다. '닥치고 공격', 이른바 '닥공'이다. 전북이 12골을 허용했지만, 넣은 골은 훨씬 많다. 6경기에서 21골을 넣었다. 경기당 3.5골이다. 경기당 득점으로 따지면 전북을 따를 팀이 없다.

최전방부터 전방 압박으로 공격의 질을 떨어뜨리고 경기 주도권을 쥐는 것이 전북의 스타일. 최강희 감독은 지난달 가시와 레이솔전 뒤 골키퍼 불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골키퍼가 불안하면 수비수들이 한 번 더 몸을 던져야 한다. 또 수비가 급한 상황이 없도록 전방에서 수비를 같이 해주면 된다"고 밝혔다. 수비를 전방부터 다같이 하면 위기를 줄일 수 있다는 '철학'이 읽힌다.

울산과 치른 개막전(2-0 승), 톈진과 치른 ACL 3차전(6-3 승)은 전북의 뜻대로 풀린 경기였다. 전방 압박이 활발해 역습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면서 맹공을 퍼부었다. 전방 압박이 잘 먹혀들었고 경기 주도권을 놓치지 않았다. 

전북의 수비진이 톈진의 공격수들을 막아선 것은 인상적이었다. 김민재를 중심으로 앙토니 모데스테, 알렉산드레 파투 등이 공을 잡고 돌기 전에 빠르게 접근해 후방으로 밀어냈다. 공세를 유지한 가운데 득점도 많이 나왔다. 톈진에 준 3실점이 못내 아쉬웠지만, 세트피스에서 2골을 줬고, 페널티킥도 억울한 면이 있어 큰 걱정은 아니었다.

▲ 지난 톈진과 3차전에서 최보경(왼쪽)의 득점 뒤 기뻐하는 전북 선수들. 경기가 잘될 땐 톈진을 무릎 꿇게 만들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닥공'의 그림자: 달려드니 쉽게 넘어진다

잘 풀리지 않을 때도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전(2-3 패)와 이번 톈진과 ACL 4차전이 그 전형이었다. 전진한 수비 라인의 뒤는 공격적인 경기를 운영하는 팀들이 노출하는 전형적 약점. 톈진전 후반 10분, 후반 39분 각각 정청과 앙토니 모데스테의 골, 추가 시간 알렉산드레 파투에게 실점한 장면도 단번에 수비 뒤를 노린 것에 무너졌다. 인천전에서 후반 10분의 실점 장면도 골키퍼 황병근의 실수가 있었지만, 역습에서 공간을 준 것이 문제가 됐다.

1대1 수비도 문제였다. 1대1에서 밀리면 도움 수비를 펼쳐야 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비 밸런스를 유지하기 어렵다. 인천전에서는 쿠비, 톈진전에서도 파투와 모데스테를 효과적으로 제어하지 못한 것이 패인이 됐다. 모데스테는 힘에서 전북 수비수들보다 한 수 위 였다. 측면으로 넓게 벌려선 쿠비와 파투 역시 개인 능력으로 공을 지킨 뒤 패스로 중앙의 선수들을 살렸다.

물론 전술적인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최 감독은 "모험적인 축구를 하다가 비기거나 패할 때도 있지만 공격적인 전술이 우리에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도 물러서면 0-0은 쉽고 1-0으로 이길 수도 있다. 그건 전북의 색이 아니고 팬들도 원치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공격적으로 경기를 치르려다보니 부작용도 나고 있다. 전북 선수 개개인은 모두 기량이 출중하다. 하지만 적극적인 수비를 하다 보니 당연히 '달려들게' 된다. 앞으로 성급하게 달려드는 수비수들은 단순하게 방향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피해갈 수 있다. 투우사가 소를 상대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몇 차례 돌파를 당하게 되면, 공간을 띄우고 수비를 하게 된다.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여기서 또 패스, 크로스, 슛 등이 나오면서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전북처럼 수비마저 앞으로 전진하면서 펼치려면 조직적인 면이 중요하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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