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분전한 첼시. 아픈 패배에도 영국 언론은 호의적 반응을 내놨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으로 뒤진 채 리오넬 메시가 펄펄 나는 바르사와 싸울 때, 첼시가 고개를 떨구는 것을 용서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첼시는 계속 전진했다." - 영국 스포츠전문매체 '스카이스포츠'

첼시는 15일(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 누에서 열린 2017-18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16강 2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0-3으로 패했다. 첼시는 홈에서 1-1로 비기면서 분전했지만 끝내 1,2차전 합계 1-4로 바르사를 넘지 못하고 8강에 실패했다.

3점 차 완패지만 영국 현지에선 되려 첼시를 칭찬하는 분위기다. 첼시가 물러서지 않고 맞섰기 때문이다.

◆ 첼시가 못해서가 아니라, 바르사와 메시가 잘해서

"일찍 실점했고 쉽게 무너질 수도 있었습니다. 챌시는 환상적이었고 더 많은 것을 얻을 자격이 있었습니다. 첼시가 더 경기를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불운했습니다. 바르셀로나가 적절한 시점에 첼시를 공략했습니다. 첼시는 1차전에서도 2번이나 포스트를 때렸고, 실수 한 번이 경기를 망쳤습니다. (2차전에서도) 또 크로스바를 때렸고, 마지막 패스가 좋지 않았습니다. 공격에서 마지막 결과물을 만들 능력이 약간 부족했습니다." -스티브 시드웰 현 브라이턴 미드필더이자 전 첼시 미드필더

스코어만 보면 완패다. 경기 내용도 바르사에 뒤졌다. 하지만 스티브 시드웰은 첼시의 경기력을 칭찬했다. 패배는 했지만 첼시가 자신들의 최고의 경기력을 냈다고 봤다. 단지 바르사가 첼시보다 강했다.

1,2차전을 통틀어 첼시에 문제를 야기한 것들은 동일했다. 첫째, 골 결정력이 부족했다. 1,2차전 내내 골대를 4번이나 때렸다. 둘째, 실수으로 빌미를 줬다. 1차전에선 안드레아스 크리스텐센의 패스 미스, 2차전에선 티보 쿠르투아의 위치 선정 실수,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지나치게 공을 끈 것,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의 패스 실수가 모두 실점으로 연결됐다. 마지막은 바로 그 실수들은 놓치지 않았던 리오넬 메시의 존재다. 메시의 존재 때문에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었던 실수들도 모두 치명상으로 다가왔다.


◆ 소극적이었던 첼시, 맨시티전의 무기력증

첼시가 당했던 가장 충격적인 패배는 지난 맨체스터시티전(0-1 패)이었다. 수비에만 몰두하면서 공격은 사실상 포기했다. 후반 시작 1분 만에 베르나르두 실바에게 실점한 뒤 대응은 더 실망스러웠다. 

그저 뒤로 물러나서 수비만 펼치다가 마지막 10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정통 공격수 없이 에덴 아자르, 페드로 로드리게스, 윌리안을 배치한 경기 운영을 고수했다. 후반 33분에야 윌리안을 빼고 올리비에 지루를 넣으면서 공격수를 투입했다. 후반 45분이 다 돼서야 아자르를 빼고 알바로 모라타를 투입했다. 두 공격수가 들어가고 나서야 첼시의 공격은 조금 활기를 되찾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지나치게 수비적이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콘테 감독은 "0-1 상황에서는 언제든 득점할 가능성이 있다. 맨시티에게 공간을 주면 게임이 0-3 또는 0-4로 끝날 위험이 있다"며 "우리보다 강하다고 생각되는 팀을 상대로 할때는 머리를 써야한다"고 항변했다. 물론 결과가 좋지 않았기에 콘테 감독의 주장은 '겁쟁이'의 말처럼 들렸다.

▲ 콘테 감독은 이제 팀을 어떻게 추슬러 남은 시즌을 치를까.

◆ 적극적으로 나선 첼시…아직 시즌은 남았다

"경기를 봤다면 결과는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2분 만에 실점하면서 시작은 끔찍했지만, 이후에 우리는 축구를 하려고 노력했고 경기 상당 시간을 주도했습니다. 우리는 4번이나 골대를 때렸습니다. 모든 것을 쏟은 선수들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 안토니오 콘테 감독

바르사전 시작은 절망적이었다. 원정 팀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있는 캄프누에서 불과 3분이 되기 전에 실점했다. 리오넬 메시의 환상적인 돌파와 허를 찌르는 오른발 슛이, 크로스에 대비하는 듯했던 티보 쿠르쿠아의 다리 사이를 뚫었다.

맨시티전과 달리 첼시의 반응은 즉시 나왔다. 사실 첼시는 1골만 만회하면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보수적으로 수비를 펼치면서 역습을 노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첼시의 반응은 달랐다. 적극적이었고 모든 힘을 쏟아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첼시는 바르사보다 더 많이 뛰었다. 첼시는 110.0km를 뛰면서 106.2km를 뛴 바르사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였다. 점유율에서도 47-53으로 다소 열세긴 했지만 크게 뒤지지는 않았다. 

첼시는 바로 앞으로 나섰다. 스리백과 윙백까지 사실상 파이브백 형태를 유지했지만 수비 라인을 중앙선까지 높였다. 공격진도 힘을 냈다. 에덴 아자르와 윌리안은 바르사 수비진을 상대로 적극적인 돌파를 시도하면서 균열을 만들려고 했다. "콘테 감독은 나를 최전방에 세웠다. 최대한 노력해봤지만, 좋은 경기를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던 아자르의 불만은 보이지 않았다. 아자르가 비록 메시처럼 '차이'를 만들진 못했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다.

자세의 차이가 중요하다. 첼시는 아직 시즌을 마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년 UCL에 나설 출전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현재 순위는 5위. 4위 리버풀과 승점 4점 차이, 3위 토트넘과는 승점 5점 차이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은 8경기에서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경쟁력을 확인했다. 아직 FA컵 우승 가능성도 있다. 

바르사를 상대로 과감하게 맞선 첼시의 경기력은 미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패배 속에서도 희망을 말한다.

[영상] [UCL] 바르셀로나 vs 첼시 3분 하이라이트 ⓒ스포티비뉴스 정원일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