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경수는 2016년 2017년에 이어 3년 연속 kt 주장을 맡는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14일.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남태혁이 넘어지자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장난기가 발동했다. 남태혁을 껴안고 장난스럽게 발차기를 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박경수가 생수통을 들고 다가와 로하스를 타박했다. 로하스는 얼어붙은 자세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어머니가 어린아이를 혼내는 듯했다. 이렇게 경기장 안팎에서 선수단에서 벌어지는 하나하나를 관리하는 일. 주장 박경수가 할 일이다.

박경수는 3년 연속 주장이다. kt에서 두 번째 시즌이었던 2016년 선수단 투표로 처음으로 주장을 맡았고 지난해엔 새로 선임된 김진욱 kt 감독을 돕겠다며 연임을 자원했다.

지난 2년 동안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린 막내 구단 kt를 이끈 박경수는 선후배 간의 허물없는 사이를 강조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고민을 들어 주려 애썼다. 박경수의 노력에 kt 선수단은 어린 선수들도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LG 시절에 박경수와 함께 했었던 이진영은 "생각보다 잘한다"고 칭찬했다. 박경수와 친분이 있는 한 해설위원은 "박경수가 주장으로 적성을 찾은 것 같다"고 했다. 조범현 전 감독은 물론 김 감독 역시 "팀 성적은 좋지 않아도 주장 박경수가 있어 든든하다"고 웃었다.

단 3년 연속 주장을 맡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박경수는 올 시즌을 마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가장 예민한 시기다. 박경수를 적임자로 정했던 김 감독으로선 가뜩이나 신경 쓸 게 많은 시기에 경기 외적으로 여러 일을 해야 하는 주장을 부탁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난해처럼 박경수가 다시 김 감독에게 주장을 하겠다고 말했다. 개인 성적 보다 팀 성적을 우선순위에 놓은 결정이다. 박경수는 "먼저 감독님께서 분위기를 만들어서 하겠다고 했다. 지난해엔 최하위 주장을 떼고 싶어서 내 스스로 의욕적으로 나섰는데 올해는 감독님께서 먼저 말씀해 주셔서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박경수는 모범 FA로 불린다. 2014년 시즌을 마치고 LG와 우선 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와 kt와 4년 18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박경수의 야구 인생은 kt에서 완전히 달라졌다. LG에서 10년 동안 홈런이 43개밖에 없었는데 kt 입단 첫해 22홈런을 터뜨렸다. 2년 연속 20홈런으로 kt 중심 타자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2루수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해에도 15홈런으로 꾸준한 활약을 이어 갔다. kt는 박경수의 성적 외에도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 준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다. 박경수의 성적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팀 공헌도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일찌감치 세워 뒀다. 첫 계약 보다 더 큰 규모의 계약이 가능하다는 예상이 많다.

박경수의 눈은 FA보다는 팀 성적으로 향해 있다. 그의 목표는 FA 대박이 아닌 탈꼴찌 및 5할 승률이다. "올해는 예전처럼 목표를 세워 두지 않았다. FA보단 팀 성적이 급하다. 이젠 창피해지기 싫다. 선수들을 잘 이끌어서 꼭 달라지겠다"고 박경수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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