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날두의 결정적인 슈팅을 막은 오블락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아름다운 득점이 만드는 아우라는 경기를 빛나게 한다. 득점은 경기의 승패를 정할 수 있는 유일한 요소이기 때문이지만, 한편으론 득점이 터지지 않은 경기도 박수를 받기도 한다. 이럴 경우엔 보통 수비수와 골키퍼에게 관심이 쏠린다.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017-18시즌 스페인 라리가 31라운드 '마드리드 더비'가 그랬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다시 한번 어려운 자세에서 득점을 성공했다. 호날두가 득점한 지 4분이 채 지나지 않아 앙투앙 그리즈만이 동점 골을 넣고 익살스런 세리머니를 했다. 득점은 두 공격수가 했지만, 경기를 무승부로 만든 건 아틀레티코의 골키퍼 얀 오블락과 레알의 골키퍼 케일로르 나바스였다.

◆ATM 수비 '끝판왕' 오블락

'끝판왕'이란 세 글자가 오블락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일지 모르겠다. 아틀레티코는 리그 31라운드까지 단 15점에 그치고 있었다. 4-4-2의 세 줄 수비는 이미 유렵에서도 강력하다고 정평이 나 있다. 

아틀레티코가 조직력이 단단한 건 사실이지만, 끝판왕 오블락의 존재는 아틀레티코 수비의 견고성을 극대화하는 요소다. 레알은 내려선 아틀레티코를 상대로 소나기 슈팅을 때렸다. 전반 9분 만에 가레스 베일의 헤더가 뒤로 흘렀고, 달려든 호날두가 몸을 던져 슈팅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일반적인 슈팅이 아니어서 궤적도 이상했지만 오블락이 막아냈다.

전반 19분에도 호날두가 반 박자 빠른 슈팅을 날렸지만 오블락이 손을 뻗어 쳐냈다. 오블락 선방의 백미는 전반 27분 상황. 왼쪽 측면에서 토니 크로스가 올렸다. 라파엘 바렌의 헤더가 빗맞은 게 좋은 트래핑이 됐다. 문전 앞에서 아무런 수비 방해 없이 때린 볼을 오블락이 달려 나와 막았다. 전반 41분에도 다니 카르바할의 리바운드 슈팅을 오블락이 쳐냈다.

레알은 전반 15번의 슈팅을 기록했다. 그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슛을 오블락이 4차례나 막았다. 

후반 8분 호날두에게 선제 실점을 내줬지만, 후반 추가 시간 세르히오 라모스의 프리킥을 비롯해 15번의 무더기 슛도 오블락이 막았다. 

통계 업체 '후스코어드' 닷컴은 7번의 세이브를 선보인 오블락에게 평점 8.1점을 부여했다. 가레스 베일(8. 5점)에 이어 두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경기 이후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마드리드 더비에서 오블락이 가장 자신 돋보였다"는 헤드라인을 뽑았다. 호날두와 그리즈만이 득점한 경기에서 오블락이 가장 주목받은 것이다. 

◆나바스가 선보인 동물적인 감각 

나바스도 마드리드 더비를 명승부로 이끈 또 다른 조연이다. 아틀레티코의 공격 스타일상 나바스가 막아야 할 상황은 많지 않았다. 나바스가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 장면은 후반에 나왔다. 후반 12분 그리즈만이 만회 골을 기록하면서 아틀레티코의 흐름이 이어졌다.

자칫 만회 골과 역전 골도 내준다면 레알로서도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나바스는 후반 14분 비톨로의 크로스가 굴절돼 코케가 문전에서 잡고 슈팅한 것을 쳐냈다. 느린 화면상으로 반응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슈팅을 나바스는 빠르게 반응해 레알의 추가 실점 위기에서 구했다. 나바스도 마드리드 더비를 무승부로 이끈 주인공 중 한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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