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하는 황인범. 그가 왜 '베테랑' 같이 군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모범 답안이 쏟아졌다. ⓒ김태홍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어린 선수지만 베테랑처럼 공을 찬다. 프로 경력이 10년 이상 되는 것처럼 경기 흐름을 읽고. 능구렁이 같은 선수다.", "인범이는 신기하다. 나이가 어린 데, 생활 면에서 성실하고 나이 있는 사람처럼 한다." 황인범에 대한 아산 무궁화 박동혁 감독과 주장 이창용의 평가다.

아산 무궁화가 3경기에서 2무 1패를 거둔 뒤 부천FC1995전을 대비하던 지난 4일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황인범을 만났다. 마냥 짧진 않지만 단정하게 깎인 머리에서 제법 군인다운 느낌이 났다. 이제 갓 일경으로 진급한 황인범에게 아산 생활 그리고 의무 경찰로서 생활에 대해 물었다.

1996년생, 아직은 프로 무대에서 유망주로 꼽힐 나이인 이제 한국 나이로 23살. 황인범은 벌써 프로 4년차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이제 프로 선수로 여물어가고 있다. 스스로도 "지난해까진 스스로 완전 프로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들어선 몸 관리나 운동하는 것을 보면 그 전과 다른 것 같다"면서 프로 선수다워지고 있다는 것이 본인의 설명이다.

프로로 데뷔한 대전 시티즌에서 3년을 꼬박 활약한 뒤 경찰 입대를 선택했다. K리그2(챌린지)에서도 최하위를 기록하는 통에 동기 부여가 쉽지 않았다. 환경을 바꾸고 싶었지만 해외 진출은 여의치 않았고 미래를 위해 조금 일찍 입대를 선택했다.

'인생사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병역 문제를 조금 해결하기 위해 아산을 선택했는데, 선수로선 성장하고 있다. 한 기수 후임이 된 이명주, 주세종을 비롯해 김도혁, 김선민 등 K리그1(클래식)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던 선수들이 즐비하다.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긴 했지만 지난 2년을 K리그2에서 보낸 황인범에겐 팀 내 경쟁 자체가 '채찍질'이다. 황인범은 "하루라도 보강 운동을 안하면 도태될 것 같다. 운동도 더 하고 몸 관리도 잘하게 됐다. 좋은 팀에서 뛰어야 한다고 느꼈다"면서 아산 이적이 '전화위복'이 됐단다.

2018년은 황인범에게 '기회'다.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 금메달을 딴다면 병역을 조기에 마칠 수 있기 때문. 그는 "올 시즌 개인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그 다음은 금메달이 목표"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하지만 미래의 목표에만 팔려 현재를 소홀히 하는 우는 범하지 않는다. 어리지만 '베테랑' 같다는 황인범은 자세부터 남다르다. 황인범은 "사실 가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드필더로 경쟁할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며 일단 엔트리에 드는 것을 목표라고 밝혔다. 말 뿐이 아니다. 인터뷰 내내 황인범의 얼굴엔 진심이 뚝뚝 묻어났다. 박동혁 감독, 선임들의 칭찬도 "경기력보다도 자세에 칭찬을 받은 것이 좋았다. 지금 경기를 많이 뛰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를 못 뛰더라도 묵묵히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걸 알고 있다"면서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능구렁이, 베테랑, 애늙은이라는 평가는 23살 황인범에겐 분명히 칭찬이다. 지금의 실력보다도 성숙한 자세가 돋보이는 황인범은 확실히 미래가 더 기대되는 선수다.

다음은 황인범과 일문일답.

▲ 아산에서 훈련하는 황인범과 동료들.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좋다고.

A급 신병이란 평가가 있더라. 적응 문제는.
1월 4일에 왔다. 3개월 정도 됐는데 선임들이 편안하게 해준다. 기수끼리도 잘 뭉치고 있다. 분위기는 처음부터 좋아서 적응도 잘 됐고 몸도 빠르게 만들었다.

경기력이 빨리 올라왔다. 대신 팀 성적은 약간 안 좋은데.
대전 시티즌 때는 동계 훈련에서 급하게 몸을 올린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올해는 시즌 마치고 휴식기도 지나고, 훈련소도 다녀와서 휴식기가 길었다. 급하게 몸을 만들다가는 다칠 것 같더라. 천천히 근력 운동, 코어 운동을 중심으로 천천히 몸을 만들려고 했다. 3,4월까진 출전 욕심이 없이 운동을 했다. 감독님이 좋게 봐주셔서 믿음을 주셔서 경기하면서 자신감 올라오는 게 느껴진다. 팀적으로 3경기에서 승리가 없긴 하지만, 감독님이 부담감을 버리면 더 잘될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다. 분위기가 최고는 아니지만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프로로서 몸을 만드는 하나의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
프로 4년 차인데, 지난해까진 스스로 완전 프로라고 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올해 들어선 몸 관리나 운동하는 것을 보면 그 전과 다른 것 같다. 대전에 있을 때, 특히 지난해 어려웠던 것이 동기부여다. 1년차는 클래식에서 뛰었고, 2년차에는 최문식 감독님과 스타일이 맞아서 재밌게 했다. 지난해(3년 차)는 심리적 부담감도 생기고 팀도 꼴찌를 했다. 뭔가 변화를 주고 싶었다. 해외 진출을 노려봤지만 잘 안 됐다. 어려서 메리트가 있었는데 이대로 가다간 이도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았다. 한국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 걸림돌이 군 문제도 일찍 해결할 겸 아산에 오게 됐다. 아산에 오니 자체 게임이 실제 리그 경기보다 더 힘들다.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다. 하루라도 보강 운동을 안하면 도태될 것 같다. 운동도 더 하고 몸 관리도 잘하게 됐다. 좋은 팀에서 뛰어야 한다고 느꼈다.

외박을 3주 동안 못 나가서 안타까워한다던데. 원래 막내 때는 선임하고 멀리 떨어지고 싶은 법인데.
그래도 1094기는 2번 외박을 나갔다. 1095기 세종이 형, 명주 형 두 명은 한 번도 외박을 못 나갔다. 그 형들을 생각해서라도 이겨야 한다. 특히 명주 형은 애가 있는데 집에를 못 가고 있다. 이번 경기는 이겨서 나갔으면 좋겠다.

미드필더 왕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만의 무기를 꼽아준다면.
미드필드에 좋은 선수들이 많고, 각자 스타일도 다르고 개성이 있는 선수들이다. 다른 선수들하고 비교해서도 자신 있는 나만의 장점은 2,3가지 있는 것 같다. 공간에 넣어주는 '킬패스'나 중거리슛에선 우리 팀이나 다른 K리그 선수들보다 낫다고 생각한다. 부천FC 정갑석 감독님이 고등학교 은사님이신데, 상황인식이 좋다고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감독님들이 말씀해주시는 걸 빨리 잘 수행한다고 하시더라.

상황인식이 좋다는 말은 주변에 우리 팀, 그리고 상대 팀이 어떻게 있는지 빨리 읽는다는 뜻 아닌가. 인터넷에 탈압박하는 장면들이 스페셜 영상으로 돌아다니고 있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인가. 동호인들에게 팁을 준다면.
감히 뭐라고 말씀드려야 할지는 모르겠다. 가끔 지인들이 SNS로 저를 언급해서 그 영상을 나도 보곤 한다. 사실 영상을 봐도 내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당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다. 탈압박이나 상황 인식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천재라는 뜻인가.) 아하하, 그건 아니다. 구자철 선수를 진짜 좋아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발뒤꿈치로 공을 돌려놓는 것을 연습을 많이 했다. 공을 발뒤꿈치로 받아놓고 도는 연습을 많이 했다. 첫 터치만 잘 돼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 23세 이하 대표 팀 소집에서 해맑게 훈련하는 황인범. 부대를 벗어나서 마냥 행복했던 것이 아닐까. ⓒ대한축구협회

U-23 대표 팀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 본인의 각오는.
올 시즌 개인 목표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이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그 다음은 금메달이 목표다. 사실 가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미드필더로 경쟁할 친구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만의 장점을 보여주고 경기를 많이 뛰면 뽑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학범 감독님하고 처음으로 훈련해봤다. 선임들, 형들이 "인범아 너 죽었다"고 말했다. 매일 턱걸이하고, 점프 훈련 맨날 할 거라고 하더라. 점프도 잘 안되는데. 아파도 빠질 수 없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 훈련은 타이트한 건 사실인데감독님이 카리스마도 있으시지만,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시더라. 감독님이 편하게 느껴졌다.

선임들이 저주를 퍼부었다는 말을 '팩트체크'해봤다. 이창용의 증언을 들으니 사실이더라. 지금도 마찬가진가.
주변에서 대회를 가게 된다면 무조건 간다고 말한다. 내가 가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고 말하면, 지랄하지 말라고들 하더라. 가긴 가는데 은메달만 따고 오라고 한다. 룸메이트가 김현 상경인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응원한다"더니 "은메달 딸거다. 금메달은 절대 안 된다"고 말한다. 특히 동기들인 무열이 형, 선민이 형, 명주 형, 세종이 형까지 절대 조기 전역은 안된다고 한다. (금메달 따면 10월 전역하는 선임들보다도 빨리 전역한다.) 맞다. 10월 전역하는 선임들이 "인범이랑 같이 전역하는 거 아니냐"면서 "우리 기수나 마찬가지"라고 장난치기도 한다.

손흥민과 함께 뛰어볼 기회기도 하다. 본인이 살려줄 수 있는 선수다.
만나본 적은 없다. 일단 아시안게임에 가는 게 목표다. 손흥민 선수나 (황)희찬이, (김)민재는 누가 봐도 합류 가능성이 99%다. 일단 같이 경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손흥민 선배나 희찬이 같은 스타일을 아주 좋아한다. 뛰어가면 내가 공을 넣어주면 되니까. 만약 같이 뛰게 되면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희찬이가 연락이 왔었는데 "흥민이 형 기대가 크다"고 장난치더라. 같이 뛰는 것을 오히려 기대하고 있다.

경기 자세나 경기력이나 베테랑처럼 한다고 하더라. 이런 칭찬은 들으면 어떤가.
기분 좋게 받아들일 부분은 받아들이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계 훈련부터 감독님 스타일을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38명 선수가 가운데 계속 팀이 바뀌었다. 주전 팀은 선수들이 봐도 보인다.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열심히 했다. 나중에 들었는데 감독님이 그런 점을 좋게 봐주셨더라. 운동장 밖에서도 성실하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경기력보다도 자세에 칭찬을 받은 것이 좋았다. 지금 경기를 많이 뛰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를 못 뛰더라도 묵묵히 준비하고 있으면 기회가 올 걸 알고 있다. 워낙 시즌이 길기 때문이다.

올해 목표는.
무조건 1위로 승격. 플레이오프 생각 안하고 있다. 언제든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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