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턴매치' 맨체스터시티vs리버풀, 이번엔 홈 구장이 바뀌었다. 리버풀이 절대적으로 유리하지만, 90분이 남아 있다. ⓒ연합뉴스/AP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공은 둥글다.' 축구계의 이 금언은 누구든 승리의 가능성이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다가올 빅매치들에서도 뻔한 결과는 없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 4경기가 오는 11일과 12일(이하 한국 시간)에 걸쳐 벌어진다. 지난 1차전 4경기에선 모두 승패가 갈렸다. 그리고 1차전에서 승리 팀들은 확실한 우위에 섰고 4강 진출을 자신하고 있을 터. 하지만 결과는 알 수가 없다. 

◆ 공은 둥글다…에버턴 깬 맨시티, 맨시티 이긴 리버풀, 리버풀과 비긴 에버턴

눈을 프리미어리그로 돌려보자. 지난 1일 선두 맨체스터시티는 에버턴을 원정에서 3-1로 완파했다. 전반에만 3골을 넣었고 후반전은 사실상 체력 안배를 하면서 여유있게 운영했다. 매직 넘버를 1까지 줄였고, 리버풀과 치를 UCL 8강 1차전에 대비했다.

그리고 맨시티는 지난 4일 리버풀 원정에서 0-3으로 완패했다. 결과만 진 것이 아니었다. 경기 내용에서도 탄탄한 수비와 화끈한 역습과 재압박으로 무장한 리버풀에 완전히 밀렸다.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마저도 "패배를 받아들인다. 리버풀이 간결하고 정확했다"고 평했을 정도.

그리고 그 3일 뒤엔 맨시티에 완패한 에버턴과 완승을 거둔 리버풀이 만났다. 모하메드 살라가 빠졌다고는 하나, 리버풀은 공격수 도미닉 솔랑케와 대니 잉스 정도를 제외하면 사실상 주전을 가동했다. 결과는 0-0 무승부였다. 특히 에버턴의 후반 공세는 매서웠다. 젠크 토순과 도미닉 칼버트 르윈이 조금만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축구는 수학이 아니다. 수학적으로 부등호를 세웠다면 '리버풀>맨시티>에버턴'이란 식이 완성됐겠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이른바 '객관적 전력' 외에도 전술적 차이, 선수들의 정신력, 환경, 부상 등 변수, 경기 흐름 등 다양한 요소가 경기 결과를 바꾼다. 이번 에버턴과 리버풀의 '머지사이드 더비'에선 에버턴 선수들의 동기부여가 조금 더 뛰어나지 않았을까.

◆ 우위에 선 1차전 승자들…반전을 기다리는 패자들

UCL 8강 1차전에서 승리한 팀들은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섰다. 레알마드리드(vs유벤투스 3-0 승), 리버풀(vs맨체스터시티 3-0 승), FC바르셀로나(vs AS로마 4-1 승)는 3골의 리드를 안고 2차전에 나선다. 홈-원정 경기에 따른 유불리, 원정 골 등 고려할 요소는 있지만 3골의 리드는 꽤나 크다. 바이에른뮌헨도 세비야 원정에서 2-1 승리를 거두고, 자신들의 홈 구장으로 돌아가니 마음은 가벼울 것이다.

패자들은 역전을 노린다. 프리미어리그의 에버턴처럼 예상과 다른 결과를 뽑아낼 수 있을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맨시티 과르디올라 감독은 "첫 번째 결과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하지만 우리에겐 90분이 남았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포기는 없다고 밝혔다. AS로마의 에우세비오 디 프란체스코 감독 역시 "우리 스스로를 믿어야 한다. 첼시와 치른 홈 경기에서 영감을 얻어야 한다"면서 역전을 말했다. 로마는 홈에서 첼시를 3-0으로 이긴 바 있다.

이런 상황은 승자들도 알고 있다.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우리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이미 4강전에 올랐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면서 2차전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먼 곳의 목표만 쳐다보다간 발 아래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이스탄불의 기적 기승전결.

◆ UCL에도 대역전극은 있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변은 어디서나 발생한다. 이기고 있는 팀이 강팀이라 허무하게 무너지는 것을 생각하기 어렵지만, 다시 고민해보면 반전을 기다리는 팀들 역시 강팀이라 어떻게 경기가 흘러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각본 없는 드라마의 표본은 지난 시즌에도 나왔다. FC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3월 9일(이하 한국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캄프누에서 열린 2016-17 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에서 PSG를 6-1로 꺾었다. 1차전 0-4 대패를 뒤집고 1, 2차전 합계 6-5로 8강에 올랐다. 후반전이 다 끝나도록 경기는 절망적이었다. 3골을 몰아치며 추격했지만 후반 17분 에딘손 카바니에게 실점해 3골이 더 필요한 상황이 됐다.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43분 네이마르가 그림 같은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후반 45분 수아레스가 페널티킥을 얻었고 네이마르가 성공하면서 턱밑까지 PSG를 추격했다.


눈을 조금 더 옛날로 돌리면 더욱 극적인 결승전 역전도 있다. 1998-99시즌 UCL 결승에서 결과를 뒤집은 맨체스터유나이티드가 있다. 상대는 당시에도 독일 최강 바이에른뮌헨. 90분이 다 끝나도록 0-1로 뒤지고 있었는데, 2번의 코너킥 상황을 후반 추가 시간 테디 셰링엄과 올레군나르 솔샤르가 모두 골로 연결하면서 결과를 뒤바꿨다. 맨유의 트레블은 과정 자체가 드라마였다.

2004-05 시즌엔 리버풀이 기적의 주인공이 됐다. 리버풀은 전반전에만 결승전 상대 AC밀란에 3골을 줬다. 파올로 말디니에게 선제 실점하고 에르난 크레스포의 연속 골을 허용했다. 리버풀은 후반전에 살아났다. 스티븐 제라드, 블라디비르 스미체르, 사비 알론소가 연속 골을 뽑으며 경기를 승부차기로 몰고 갔다. 현란한 춤사위로 AC밀란의 키커들을 현혹시킨 예르지 두덱이 안드리 셰브첸코의 페널티킥을 선방하며 리버풀은 빅이어를 품에 안았다.

기적의 역전승은 방심이 만든다. 1차전 승리로 2차전을 낙관하고 있다면 그곳에서 틈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영상] [UCL] 'UCL 극적인 역전승' 캄노우와 이스탄불의 기적 ⓒ스포티비뉴스 이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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