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호하는 털보들. 플로렌치(위)와 데 로시.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결과만 보면 기적이라고 말하지만, 과정을 곱씹어보면 이유가 분명히 있다. AS로마는 '올림피코의 기적'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AS로마는 11일(한국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스타디오 올림피코에서 열린 2017-18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FC바르셀로나에 3-0으로 승리했다. 1,2차전 합계 4-4였지만 원정 다득점 원칙에서 앞서 로마가 극적인 4강행에 성공했다.

투지, 경기 전략, 기세까지 로마가 뛰어난 경기력을 펼쳤다. 바르사는 라리가 무패 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기력했다. 로마는 무엇을 잘했고, 또 바르사는 어떤 점에서 문제를 노출했을까. 전술적으로도 로마의 준비가 흥미로운 경기였다.



◆ '107.7km vs 102.5km' 로마의 활동량

"바르사는 로마의 높은 템포, 생기 넘치는 경기력에 답을 내놓지 못했다. 그것이 로마가 승리할 만한 경기를 만들었다." - 영국 공영 매체 'BBC'

'UEFA'의 경기 통계에 따르면 로마는 107.7km를 뛰었고, 바르사는 102.5km를 움직였다. 로마가 바르사보다 한 발 아니 몇 발씩 더 뛰었다는 뜻이다. 물론 활동량 자체로만 승리를 해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8강 1차전에서도 로마는 111.9km를 뛰면서 107km를 달린 바르사를 활동량에서 압도했다.

어떻게 뛰었느냐가 중요하다. 로마는 이번 2차전에선 적극적으로 전방 압박을 시도했다. 원정으로 치른 1차전에선 수비에 더 무게를 뒀다. 반면 3골의 핸디캡을 안고 시작한 2차전에선 로마는 앞으로 나서야했다. 간격을 유지하면서 라인을 끊임없이 위로 밀고 나왔다. 바르사는 로마의 압박에 밀려 계속 주도권을 놓쳤다.

'블록을 형성'하고 전진하기도 했다. 철저히 팀으로서 바르사를 상대하겠다는 의미였다. 수비수들부터 다함께 부지런히 최종 수비 라인을 위아래로 움직였다. 필드에 나선 10명 모두가 함께 뛰어야 간격을 유지할 수 있다. 그리고 간격을 유지해야 개인 기술이 뛰어난 바르사를 효과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다. 활동량에서 앞선 로마는 바르사를 압박하면서 역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 선명하게 3-0이 그려진 '올림피코'의 전광판.

◆ '87%→78%' 바르사 패스 정확도 저하, 이번엔 독이 된 확고한 바르사 축구 철학

"로마는 시작부터 우리를 압박했다. 우리가 긴 패스를 하도록 만들었다." -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

전방 압박의 전술의 결과는 다른 통계에서도 읽힌다. 바르사는 이번 2차전에서 78%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다. 지난 맞대결에서 무려 87%의 패스 성공률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다. 로마가 전방 압박으로 바르사의 빌드업부터 흔들면서 공격 자체가 잘 풀리지 않았다.

영국 축구 통계 전문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의 통계에는 또 하나 의미 있는 통계가 있다. 바르사는 1차전에서 648개의 패스를 시도했는데 그 가운데 긴 패스는 48개뿐이었다. 약 7%에 해당할 뿐이다. 반면 2차전에선 505개 패스 가운데 무려 83개가 롱볼이었다. 전체 패스의 약 16%에 해당한다. 압박에 밀려 평소보다 길게 시도한 패스가 많았다는 뜻.

바르사가 확고한 축구 철학을 갖고 있다는 점은 독이 됐다. 현실적으로 로마의 압박에 고전하면서도, 후방부터 빌드업해 공격을 펼치려고 했다. 때론 빌드업을 생략하고 긴 패스를 시도해 수비 뒤를 노리는 방식으로, 로마의 전진을 제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바르사는 끝까지 빌드업을 시도했다. 

공은 주로 바르사 진영과 중원에 머물렀다.(바르사 진영 33%, 중원 46%) 1차전에서는 로마 진영과 중원에서 모두 약 74% 머물렀다. 전방 압박 때문에 로마 골대에 접근할 기회는 자연스레 줄었고, 슈팅 수는 고작 9개를 기록했을 뿐이다. 유효 슈팅은 3개다.

▲ 2골을 만든 제코.

◆ 제코의 힘과 쇄도, 자신감을 준 이른 득점

"우리는 첫 골 이후 훨씬 더 승리를 믿기 시작했다. 그것이 힘을 줬고 결과가 정말 자랑스럽다." - 에딘 제코

보스니아 특급 공격수 에딘 제코는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코스타스 마놀라스가 세 번째 득점을 터뜨리면서 결정적인 주인공이 됐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제코가 판을 쥐고 흔들었다. 로마는 단번에 바르사의 뒤를 노리면서 골을 노렸다. 패스를 두고 몸싸움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제코가 2번 바르사의 수비를 제압하면서 기회를 만들었다. 침투 타이밍도 좋았다. 후방에서 패스가 넘어올 타이밍에 맞춰 미리 쇄도하면서 수비를 부담스럽게 했다.

제코는 전반 6분 직접 골을 터뜨렸고, 후반 12분엔 제라르드 피케를 완전히 제압하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특히 첫 골은 의미가 깊었다. 킥오프 뒤 얼마 되지 않아 득점이 나오면서 로마는 확실히 경기력에 힘을 받았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분위기가 팀을 타고 흘렀다. 그리고 페널티킥은 교착 상태에서 로마가 추격 흐름에 불을 당기는 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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