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퇴장당할까 봐요"
10일 경기에서 석연치 않은 볼 판정을 받았다고 주장한 한 타자는 하루 뒤인 11일 이렇게 말했다. 이 타자는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항의는 안 했다. 움찔했지만 입은 열지 않았다. 그는 "정말 완전히 볼이어서 항의할 뻔했다. 하지만 여기서 항의하면 퇴장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빠지면 대신 투입될 선수가 있나까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또 다른 타자는 "스트라이크 존이 일관적이지 않은 적이 몇 번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래도 퇴장당할까 봐 말은 못하겠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없지않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볼 판정 논란은 프로야구 초창기부터 있었다. 사람의 눈으로 판정하는 이상 오류가 있을 수 있고 모두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래서 볼 판정도 야구의 일부로 인식돼 왔다. 특정 주심은 스트라이크 존을 넓게 보고 다른 주심은 좁게 본다는 인식도 팽배했다.
그런데 최근 메이저리그 수준의 최첨단 비디오 장비의 도입에 따라 실시간으로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을 할 수 있게 되면서 볼 판정 시비가 잦아졌다. 이에 따라 KBO는 '클린 베이스볼'의 일환으로 선수들의 판정 항의에 엄격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시즌 개막 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올 시즌부터 스트라이크·볼 판정 항의 시 퇴장을 적용하겠다'고 통보했다. 지난 3일 두산 오재원이 주심의 볼 판정에 항의하다가 올 시즌 처음으로 퇴장당했다.
지난 10일 두산 양의지는 타석에서 석연치 않은 볼 판정을 아쉬워했다. 단 퇴장을 의식해서인지 직접적인 어필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연습 투구 때 공을 잡지 않았다가 주심이 공에 맞을 뻔했다. KBO는 12일 상벌위원회에서 양의지의 비신사적 행위 여부를 심의한다. 이를 두고 한 야구계 관계자는 "아무 말을 못하니 답답해서 그런 행동이 나오지 않았을까"라고 안타까워했다.
선수협은 지난 3일 오재원의 퇴장을 두고 "심판 위원의 판정과 권위를 존중한다. 그러나 이번 심판 위원의 퇴장 근거가 되는 KBO와 심판 위원회의 결정사항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선수협은 '경기 중 심판위원에 질의 금지(볼판정 여부, 판정에 대한 어필 등은 감독만 가능하고, 선수의 어필 시 퇴장)'는 선수들의 자유을 너무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볼 하나하나를 지켜보는 감독들은 볼과 스트라이크 판정은 심판 고유의 영역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 다만 판정 항의에 대해선 일제히 아쉬운 목소리를 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아무런 항의를 하지 않으면 심판의 권위가 너무 세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타자들이) 애교스럽게 항의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 않을까. 다만 그 기준이 애매하다. 얼마 전 심판위원장과 이야기를 했다. 인간인지라 의혹을 제기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물어 보니 아, 이것도 볼이에요?' 이 정도는 된다고 하더라"고 갸우뚱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선수들이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다. (볼 판정에) 어필을 하고 싶으면 각 팀 대표인 주장들이 모여서 명백하게 의견을 모아 전달하면 된다. 개개인이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된다. 개개인이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그래선 안 된다"며 대의적인 해결책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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