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선홍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박주성 기자]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리는 그 순간, FC서울이 그토록 기다렸던 첫 승이 찾아왔다. 하지만 누구보다 그 순간을 고대했던 황선홍(49) 감독은 담담했다.

FC서울은 11일 오후 7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018 6라운드서 포항 스틸러스에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로써 시즌 첫 승을 기록한 서울은 승점 6점이 되며 리그 10위로 올라섰다. 리그 순위는 한 계단이 올랐지만 첫 승의 가치는 그 이상이다.

잘나가는 다른 팀들이 보기에 첫 승은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지 모르지만 바닥까지 추락했던 서울에는 간절하고 또 간절했던 결과다. 그들이 그렇게 원했던 첫 승. 위기에 몰렸던 서울이 만들어낸 첫 승의 과정을 경기 전부터 경기 후까지 자세히 살펴보자.

▲ 사전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황선홍 감독 ⓒFC서울

사전 미디어데이: 죄송하고 또 죄송한 황선홍 감독

늘 같은 말이었다. 딱히 할 말은 없었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그저 승리였다. 지난 10일 구리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포항 사전 미디어데이에서 황선홍 감독은 승리를 다짐했다. 또 죄송함을 전했다. 일부 팬들은 황선홍 감독이 또 다시 녹음기를 틀었다며 조롱 섞인 비판을 보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의 마음은 진심이었다.

매번 말씀드리지만 많이 드릴 말씀은 없다. 마음이 무겁다. 상당히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팬분들께 말씀하시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 안에만 매몰되는 것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해야 한다. 빠른 시일 내에 승리를 해야 한다. 그게 내일이길 바란다. 또 그렇게 만들겠다. 최선을 다해서 홈에서 좋은 경기하고 승리해야 한다. 하나하나 그런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부담도 있지만 극복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은 슈퍼매치가 열린 다음 경기였다. 이미 팬들의 마음은 돌아선 상황. 골프 행사에 참가한 황선홍 감독과 서정원 감독은 날카로운 비판을 받았다. 황선홍 감독도 알고 있다. “어제도 공식 행사에 참가했는데 서정원 감독이나 저나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지나고 나서 여러 가지로 슈퍼매치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 팬들에게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미디어데이는 죄송함으로 가득했다.

▲ FC서울의 승리 ⓒ한희재 기자

K리그1 6R 포항전: 천국과 지옥 오간 서울, 팬들의 간절한 외침

황선홍 감독이 슈퍼매치와 똑같은 명단을 들고 나왔다. 최악의 졸전을 펼친 그 경기와 똑같은 명단? 이는 쉬운 선택이 아니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은 변화를 주려 했는데 부상 선수도 있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익숙함이 나을 것 같아 명단을 이렇게 구성했다. 이번 시즌 전 경기와 같은 명단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밝혔다.

경기 초반에는 서울에 익숙했던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왔다. 전반 10분 채프만의 롱패스를 레오가말류가 뒷발로 살짝 내줬고 김승대가 빠르게 쇄도해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었다. 황선홍 감독은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서울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반 31분 안델손의 크로스를 고요한이 간결하게 마무리하며 1-1로 전반이 끝났다.

후반이 시작되자 서울 선수들의 승리 의지가 눈에 보였다. 결국 후반 18분 서울의 역전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공을 잡은 고요한이 침착하게 슈팅을 시도해 득점에 성공했다. 포항은 골대를 두 번이나 맞추는 불운과 비디오 판독을 통해 득점이 취소되는 악재가 겹쳤다. 그리고 추가시간 4분이 지나고 휘슬이 울렸다. 서울이 원했던 첫 승은 그렇게 찾아왔다.

▲ 황선홍 감독 ⓒ한희재 기자

‘56서울의 첫 승: 담담했던 황선홍 감독, 이제 시작이다

그토록 원했던 첫 승을 달성한 그 순간, 황선홍 감독은 담담했다.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황선홍 감독은 첫 승이 없어서 선수들도 그렇고, 마음 고생이 심했다. 선수들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했다. 홈팬들에게 실망을 많이 안겨드렸는데, 계속 좋은 경기보이도록 노력하겠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첫 승으로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을까? 황선홍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FC서울은 더 좋은 경기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준비를 잘 하도록 하겠다승리의 순간에도 황선홍 감독은 그 다음을 생각했다. 그의 표정은 서울이라는 팀이 첫 승을 하고 만족할 수 없다는 뜻과 같았다.

승리를 거둔 후 라커룸에서 황선홍 감독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양한빈은 황선홍 감독이 담담했다고 전했다. 크게 기뻐하지도 않았다. 그는 감독님은 하늘이 도와준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어렵게 흐름을 바꿨으니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자는 말을 했다. 특별히 기뻐하고 그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은 승리의 기쁨을 누릴 시간이 없다. 이제 앞으로 질주할 서울의 길을 바라볼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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