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적인 PK 득점 호날두 ⓒ연합뉴스/EPA

[스포티비뉴스=이종현 기자] 하루 전 '로마의 기적'이 일어난 탓일까. 마리오 만주키치(31, 유벤투스)의 득점이 전반 휘슬이 불리고 고작 76초 만에 터지면서 '쫄깃한 90분'이 될 것이란 기시감이 들었다. 후반 추가 시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3,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이 승부를 결정지었으니 그 예감은 맞은 셈이었다.

레알은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유벤투스와 경기에서 1-3으로 졌다. 경기는 졌지만, 1, 2차전 합계 4-3으로 레알이 8시즌 연속 4강행에 닿았다.

4골이 터졌다. 경기 시작과 함께 유벤투스가 선제골, 그리고 경기 종료 직전 잔루이지 부폰의 퇴장과 함께 호날두의 축포가 터졌다. 자칫 '마드리드 기적'에 쓰일 뻔한 경기. 레알이 자존심을 세운 경기. 극적인 장면을 요약한다. 

▲ 전반 멀티 골을 터뜨린 만주키치(오른쪽)

◆#scene1 빛나는 만주키치 머리:76초 골, 전반 2골

어느 팀이라도 76초 만에 실점하면 흔들릴 수밖에 없다. 레알이여도 마찬가지. 적지에서 실점 없이 3골 이상을 넣어야 했던 유벤투스의 부담감. 만주키치가 76초 만에 줄였다. 만주키치는 사미 케디라의 크로스를 높게 떠서 헤더했다. 레알의 수비수 다니 카르바할이 함께 떴지만 10cm 가 넘게 차이 나는 신장을 극복하지 못했다.

통계 업체 'OPTA'에 따르면 레알이 홈에서 76초 만에 실점한 것은 역사상 2번째 빠른 실점이다. 만주키치가 어퍼컷을 제대로 날렸다. 레알이 휘청였지만 쨉으로 응수했다. 가레스 베일과 이스코가 결정적인 슈팅을 했다. 노장 잔루이지 부폰이 막았다.  

만주키치는 전반 36분에도 날았다. 스테판 리슈타이너의 크로스를 다시 높게 뛰어 헤더로 연결했다. 카르바할보다 머리 하나가 높았으니 득점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전반 추가 시간 레알의 수비수 라파엘 바란의 헤더가 골대를 강타했다. 유벤투스가 위기를 넘겼다. 

전반 2골. 유벤투스는 빛나는 만주키치의 머리에 희망을 봤다. 아직 후반 45분이 남았다. 

▲ 나바스(1번)의 실수를 득점으로 연결한 마투이디(14번)

#scene2 지단의 변화...그런데 나바스 실수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이 교체 카드를 빼 들었다. 호기롭게 준비한 4-3-1-2 포메이션을 4-3-3(4-5-1)으로 수정했다. 가레스 베일과 카세미루를 대신해 루카스 바스케스, 마르코 아센시오를 투입했다.

한 골 만 넣어도 4강행이 유력한 만큼, 호날두를 최전방에 배치하고 양쪽에 준족을 배치한 역습을 노렸다. 후반 레알이 경쟁력을 찾았다. 득점에 한발씩 다가섰다. 나바스가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 전까지. 

후반 15분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더글라스 코스타가 크로스를 올렸다. 나바스가 잡았어야 할 볼을 놓쳤다. 달려온 블레이즈 마투이디가 '땡큐 골'을 넣었다. 왜 레알이 지속적으로 다비드 데 헤아 영입을 노리는지 유추할 수 있었던 장면.

유벤투스가 후반 15분 만에 3-0을 만들었다. 2-0과 3-0은 다르다. 하루 앞 로마의 기적을 이제 유벤투스가 마드리드의 기적으로 쓸 준비를 마치는 듯했다. 

▲ 지나친 항의로 부폰에게 퇴장 명령하는 주심 ⓒ연합뉴스/AP

#scene3 축구 모른다...또 한 번 부폰과 호날두의 악연

부폰과 호날두의 악연은 끈질기다. 호날두는 부폰을 만나면 유독 강했다. 호날두는 2013-14시즌 조별리그에서 부폰을 처음 만난 이후 9골을 기록했다. 지난해 결승전에서도 부폰을 상대로 2골을 넣었다. 부폰에게 지긋지긋한 그 이름 호날두.

둘의 질긴 악연은 끝나지 않았다. 90분 내내 호날두의 슈팅, 레알의 슈팅을 모두 막은 부폰이 이성을 잃었다. 연장전에 돌입하기 직전 메흐디 베나티아가 바스케스를 밀었고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부폰이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주심은 부폰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키커는 호날두였다. 챔피언스리그 150번째 경기에 출전한 호날두는 심호흡을 하고 뛰어갔다. 찼다. 들어갔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11경기 연속 골 그리고 15호 골. 사실상 득점왕도 예약하는 골이었다. 

하루 사이 두 번의 기적이 일어날 뻔했다. 레알은 기적을 허용하지 않았다. 90분의 경기는 분명 쫄깃했다. 


[영상]UCL] '끝까지 간다' Goals 레알마드리드 vs 유벤투스 골모음 ⓒ스포티비뉴스 영상팀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