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렬히 항의하는 부폰(가운데 검정색 옷)과 겁먹은 올리버 주심.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불혹'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이 퇴장으로 자신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커리어를 그리 아름답지 못하게 마무리할 상황에 처했다. 부폰은 여러 차례 이번 시즌을 마친 뒤 은퇴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가 농담으로 말했던 '지네딘 지단의 은퇴'와 묘하게 겹쳐져 더욱 극적이다.

유벤투스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 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 위치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17-1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8강 2차전서 레알 마드리드에 3-1로 승리했다. 그러나 1차전에서 0-3으로 패한 유벤투스는 합계 스코어 3-4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부폰에게도, 유벤투스에도 자랑스러울 경기였다. 유벤투스는 무려 3골의 '핸디캡'을 안고 경기에 들어갔다. 더구나 1차전을 홈에서 치른 터라 2차전은 더욱 어려운 경기가 예상됐다. 대다수가 레알의 절대 우위를 예상했지만 경기는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킥오프 2분 만에 마리오 만주키치가 1골을 만회했고, 전반 37분 한 번 더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6분엔 레알의 수문장 케일로르 나바스의 실수 속에 블레이즈 마투이디가 3번째 골까지 넣었다.


1차전을 3골 차로 패배한 뒤, 2차전에서 3골을 따라붙는 괴력을 발휘했다. 시작부터 부담을 안고 치르는 2차전에서 3-0 승리를 거두는 것은 2차전보다 더 어려울 일. 하지만 유벤투스는 그 어려운 일을 현실로 만들었다. 90분을 잘 지키면 연장전에 돌입할 수 있었다.

마지막 순간 집중력이 흔들렸다. 유벤투스는 후반 추가 시간까지 레알의 맹공에도 잘 버텼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사고'가 발생했다. 유벤투스는 페널티박스 정면 쪽에서 토니 크로스가 단번에 넘겨주는 패스를 허용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머리로 패스를 연결했을 때 루카스 바스케스를 막는 이가 없었다. 한 발 늦게 메흐디 베나티아가 달라붙다가 바스케스를 넘어뜨렸다.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90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상황이 됐다.

부폰은 거세게 항의했다. 그리고 마이클 올리버 주심에게 거센 항의를 쏟아내다가 퇴장 명령을 받았다. 부폰은 "나는 주심이나 추가 부심처럼 매우 가까이 있었다. 93분에 그런 페널티킥을 주는건, 사람이 아니라 짐승"이라면서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부폰은 마지막 순간 실점하며 탈락하는 '올드레이디' 유벤투스의 끝을 피치 밖에서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페널티킥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문 구석을 찔렀다.

아마도 부폰의 마지막 UCL 경기였다. 부폰은 여러 차례 이번 시즌이 끝난 뒤 은퇴 의사를 밝혔다.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가 플레이오프에서 탈라해 그가 치를 수 있는 마지막 '국제 경기'기도 했다.

▲ 지단의 커리어 마지막도 '퇴장'이었다.

부폰의 마무리는 지네딘 지단 감독을 연상하게 한다. 그리고 그 스스로 역시 자신의 은퇴에 관한 이야기에 지단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지난해 3월 부폰은 '스카이스포츠 이탈리아'와 인터뷰에서 "내가 다음 시즌 월드컵에서 은퇴할지는, 나 조차도 모르겠다. 목표를 세웠지만 확실한 건 없다. 지단처럼 박치기로 커리어를 마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를 머리로 받을 수도 있다. 누가 알겠나"라며 농담을 던졌다.

지단은 지난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축구화를 벗었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경기였다. 1-1로 맞선 연장전 후반 마르코 마테라치의 가슴을 머리로 들이받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전반 7분 부폰을 속이는 '파넨카킥'으로 득점을 했던 지단은 쓸쓸하게 피치를 떠났다. 그리고 프랑스는 승부차기에서 3-5로 패배했다. 마테라치가 거친 언사로 지단의 심기를 건드린 결과였다. 당시 부폰은 풀타임 활약하면서 월드컵을 품에 안았다.

'박치기'로 인한 은퇴는 아니다. 거친 항의로 퇴장을 받아 자신의 117번째이자 아마도 마지막이 될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부폰의 빛나는 선수 경력에 남을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라기엔 너무 초라했다. 

지단 감독은 경기 뒤 "어떤 경우에도, 이번 사건이 부폰이 축구계에서 해온 일 모두를 지우진 않을 것"이라면서 "위대한 선수다. 내년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 뛸 수 있길 바란다"면서 위로를 건넸다. 동병상련. 지단 감독은 부폰의 마음을 헤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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