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공인구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게 다 잔디 때문이다.’

부정확한 패스로 인한 투박한 경기는 기술, 전술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경기장 잔디 상태의 문제이기도 하다. 평평하고 고른 잔디, 선수들의 자세에 무리를 주지 않는 환경이라야 좋은 기술을 펼칠 수 있다. 혹서기와 혹산기가 존재하며, 경기장 운영, 관리권이 구단에 있지 않아 콘서트 등 각종 행사에 노출된 K리그 경기장은 연내 앓는 몸살로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조금씩 K리그 인프라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잔디 공인제’다. 연맹은 올해 인조 잔디 및 천연 잔디, 혼합 잔디에 대한 평가 기준을 만들고 자체 승인제를 도입해 K리그 경기장을 관리하겠다고 발표했다.

1차적으로는 아마추어 축구 수준부터 개선한다. 대부분의 아마추어 축구 경기가 인조잔디에서 열리고 있는 현실. 천연잔디와 하이브리드 잔디 등 소위 돈이 많이 드는 작업 보다, 폭 넓게, 유소년 축구 단계부터 개선하는 쪽이 장기적으로 볼 수 있는 효과도 크다.

“아마추어 경기를 보면, 사실, 딱딱한 바닥 위에 카페트를 깐 수준이잖아요. 공이 튀어오르는 걸 보면 천연잔디에서 열리는 K리그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입니다.” 김진형 연맹 홍보팀장은 이미 인조 잔디는 공인제를 통과한 첫 번째 제품이 나왔고, 4월 중 한 제품이 추가로 승인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승인을 받은 인조잔디 경기장은 기존과 다르게 “이불을 깔아놓은 느낌이 살짝 날 정도로 푹신하다”는 설명. 처음에는 어색할 수 있지만, 선수들이 뛰면서 받을 충격을 흡수하고, 넘어졌을 때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추후 천연잔디에서 경기하게 될 때 적응력도 높일 수 있는 등 유소년 선수들의 성장에 미칠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인조 잔디 환경 개선은 아직 의무사항이 아니다. 연맹은 대한축구협회에 협의해 “일정 유예기간이 지나면 모든 공식 대회는 승인, 공인된 경기장에서만 할 것”이라고 했다. 

인조잔디, 천연잔디, 하이브리드 잔디 '공인제'

K리그 8개 경기장 시범 평가…기준치 넘은 1위는 포항 스틸야드

지자체 간담회 정례화, 선수 의견도 반영

K리그 경기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연맹은 K리그에 사용되는 경기장 관리 주체인 지자체와 1년에 두 차례 간담회를 실시 중이라고 했다. 잔디 관리가 어려운 부분은 “정량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 K리그는 105m-68m 규격의 천연잔디에서 실시한다는 것 외에 기준 자체가 없는 실정이다.

연맹은 국가기술표준원의 잔디 전담 시험기관이 보유한 측정 기계를 통해 6가지 기준을 두고 8개 경기장의 잔디 상태를 시험 평가했다.

평가 결과 전반적으로 딱딱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선수들이 뛸 때 무릎에 부담을 주고, 공을 콘트롤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다. 

구체적 수치는 비밀에 붙였지만, 평가된 경기장 중 기준치를 통과한 곳은 딱 하나 뿐이었다. 포항스틸러스가 국내 최초 축구전용구장으로 건립한 스틸야드의 잔디. 나머지 경기장은 선수들이 터닝 동작을 할 때 잔디가 엉키는 지, 밀도는 어떤지, 탄성은 어떤지 등 다양하게 구성된 평가 기준치에 미달했다.

▲ 하이브리드 잔디의 구성

연맹은 주장 간담회를 통해 선수단과도 잔디 관리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 지자체 간담회와 주장 간담회 반응은 긍정적. 지자체도 수치화된 평가 자료가 있으면 유지, 보수가 용이하다고 했고, 선수들도 개별 의견을 전달해 뛰기 좋은 잔디 만들기에 동참할 예정이다.

K리그 경기장의 본질적 문제는 혹서기와 혹한기가 존재하는 기후의 문제다. 3월과 11월은 춥고, 6월과 7월은 너무 덥다. 현재 한국 내 대부분 경기자에서 쓰는 켄터키블루 품종은 한지형, 난지형 환경에 취약하다. 잔디 전문가는 한국의 기후에 맞는 적정 품종이 아직 없다고 했다. 

품종 개선 작업도 진행하지만, 잔디 내구성을 즉시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은 천연 잔디 사이에 인조 잔디를 심은 하이브리드 잔디를 까는 것이다. 5% 미만의 인조 잔디가 들어가는 잔디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전 경기가 하이브리드 잔디에서 열리고, J1리그 빗셀고베도 하이브리드 잔디를 까는 등 K리그에 도입하는 데 무리가 없다. 연맹은 천연잔디에서만 경기하게 되어 있는 규정을 변경했다. 하이브리드 잔디는 천연잔디가 인조잔디를 휘감으며 자리 잡아 내구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하이브리드 잔디 도입은 각 경기장 운영권을 가진 지자체 소관이다. 보수 비용은 천연잔디 보다조금 적지만, 초기 비용이 6~7억원 선으로 비싸다는 점에서 당장 도입은 어렵다. 연맹도 하이브리드 잔디 구입 비용을 지원할만한 예산은 없는 실정. 하지만 규정을 바꾸고 방향을 바꾼 것은 향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바꿀 수 없다. K리그도 한 발씩은 앞으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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