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 현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박주성 기자] “오늘 비가 와서 관중이 적을 것 같네요. 고민입니다. K리그 관중이 점점 줄어드니 이거 참…”

전북 현대는 고민에 빠져 있다. 4월의 날씨는 생각과 달리 쌀쌀했다. 내리는 비를 뚫고 도착한 전주월드컵경기장 안팎에는 고민의 고통이 느껴졌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고민의 흔적 같았다.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018 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승리하며 리그 5연승을 달성한 ‘리그 선두’ 전북은 무엇이 그렇게 고민일까.

K리그는 위기라는 수식어가 익숙한 리그다. 지금까지 위기가 아닌 적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K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이었던 FC서울과 수원 삼성의 슈퍼매치는 역대 최소 관중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양 팀은 팬들의 냉정한 선택을 증명하듯 최악의 경기력을 보였고, 0-0이라는 누구도 만족할 수 없는 결과를 만들었다.

사실 전북은 조금씩 관중이 늘어나고 있는 팀이다. 180만 명 전라북도, 65만 명 전주시를 대표하는 축구팀인 전북은 최강희 감독이 부임한 후 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관중이 늘어나고 있다. 웬만한 경기에서 홈 응원석은 녹색으로 가득 차고, 일반 팬들도 녹색 유니폼을 입고 ‘전북이여 영원하라’를 함께 외친다.

하지만 걱정은 멈추지 않는다. 경기 전 비 내리는 하늘을 바라보던 백승권 단장은 “오늘은 1만 명이 안 되겠네. 박 기자. K리그가 요즘 왜 이렇게 관중이 없는 건가요?”라며 한숨과 함께 물음표를 내뱉었다. 필자는 “매년 관중이 줄어드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전북은 관중이 많지 않나요?”라며 정확한 답을 꺼내지 못했다.

▲ 최강희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경기장 안을 책임지는 최강희 감독도 고민에 빠졌다. 경기장을 찾아오는 홈 팬들에게 즐거운 경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진 사람처럼 보였다. “홈에서는 골키퍼한테 백패스도 하지 말라고 해요. 수비 라인도 무조건 올리고, 이기고 있어도 공격수를 투입해야지 팬들이 재밌지. 그리고 우리 선수들은 수비적으로 하라고 해도 못해요”

최근 논란이 된 슈퍼매치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직 전반전 밖에 못 봤는데…”라며 운을 뗀 최강희 감독은 “양 팀 모두 수비 라인을 내리고 경기를 하면 팬들이 재미없지. 우리도 라인을 내려서 하면 재미가 없을 거예요. 라인을 올리고 치고받아야 재밌을 텐데”라며 현답을 툭 전했다. 닥공(닥치고 공격) 전문가다운 생각이었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6,305명의 관중이 찾았다. 전북은 전반까지 답답한 경기를 펼쳤지만 후반에만 3골을 퍼부으며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경기력과 관중 모두 같은 날 펼쳐진 경기에서 가장 뛰어났다. 제주와 인천 경기는 1,467명, 수원과 상주 3,004명, 울산과 서울은 1,935명. 이 세 경기 관중을 다 합쳐야 전북과 비슷한 규모이다.

관중 1위, 리그 1위,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도전 팀, 대기업의 과감한 투자. 다른 팀들에게 전북은 선망의 대상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이룬 성과가 아니다. 지방 구단인 전북은 10년 동안 관중을 늘리기 위해 밤잠을 줄였고, 최강희 감독은 홈에서 만큼은 경기를 더 재밌게 만들기 위해 고민 끝에 과감한 선택을 한다.

전북은 그렇게 늘 고민했고, 고민한다. 앞으로도 고민할 것이다. K리그 구단 중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는 팀이 있을까? 지난 4월 11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와 울산 경기에는 477명의 관중이 찾아왔다. 수도권을 연고로 하는 서울과 수원의 관중 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전북만이 아닌, K리그 구성원 우리 모두가 고민할 시간이다.

▲ 이재성(왼쪽)과 이동국(오른쪽)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 현대 팬들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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