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수한 입담이 매력인 이창용. ⓒ김태홍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군대에서 가장 속편한 사람은 아마도 전역을 앞둔 '병장'일 것이다. 말년 병장이란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닐 터. 의무경찰에선 '수경'이 그런 위치다. 이제 7월 전역을 앞둔 아산 무궁화의 주장 이창용은 그래서 마음 편한 얼굴로 조금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스포티비뉴스'가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창용은 아산에서 프로에 와 처음으로 마음껏 축구를 해봤다며 웃었다. 아산은 그에게 '성장의 장'이자 이제 직업이 된 축구를 마음껏 '즐길 기회'였다.

◆ 미드필더 왕국 아산에서도 '살림꾼' 이창용

이창용은 사실 눈을 확 끄는 선수는 아니다. 2013년 강원에서 데뷔해 첫 시즌 15경기를 치렀고, 강원의 강등과 함께 2014년은 K리그2(챌린지)에서 22경기를 출전했다. 울산 현대로 이적한 뒤 2시즌 동안 33경기를 출전했다. 그가 4년 동안 남긴 기록은 70경기 1골 1도움. 미드필더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 그의 포지션이다.

경찰에 입대해 2017시즌부터 아산의 노란 유니폼을 입었다. 28경기에서 2골. K리그2라지만 가장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고, 중요 고비마다 골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여전히 팀의 살림꾼인 이창용은 이번 시즌 보직을 수비수로 변경했다. 좋은 미드필더 선수들이 많이 '합류'한 탓이다. 이창용은 "감독님과 면담했다. 게임 뛰기 쉽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더라. 뛰어도 못 뛰어도, 어디서 뛰어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감독님이 주 포지션이 아닌 센터백으로 기용하셨다. 부담은 없고 열심히 하고 있다"며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 부천전 승리 뒤 밝게 웃는 이창용(가운데). ⓒ한국프로축구연맹

◆ 눈칫밥 먹던 이창용, 아산에서 여유를 배웠다

"군대에서 축구 재밌게 해보고, 하고 싶은 거 다 해보자!"

경기 내적으로 크게 바뀐 건 없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조금 더 여유가 생겼고 즐길 수 있게 됐다. 이창용은 "강원이나 울산에선 잘하는 사람 눈치보고 맞춰가면서 했다. 아산에선 그렇게 안해도 2년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하고 경기도 더 잘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밖에 나가면 생계가 걸려 있어서 부담스럽다. 여기서도 즐기지 못하면 바보 아니냐 싶었다. 군 특성을 살려서 두려웠던 것들에 도전하자고 한다. 슈팅이 두려웠으면 더 자주 슛도 때리고, 수비가 힘들었으면 더 열심히 수비도 해보고. 여기서 과감히 해봐야 실력도 발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리적으로 조금 자유로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제 원래 소속 팀으로 돌아가면 조금 더 여유있게 경기를 할 것 같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인터뷰 당시 울산은 마수걸이 승리 없이 4경기에서 모두 패하면서 최악의 출발을 보인 상태였다. 이창용은 "좋긴 좋은데 걱정이 많이 된다. 울산 초반 성적이 안 좋아서. 내가 가서 잘 되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내가 혼자 가서 크게 바꿀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가서 도움이 될 순 있지만 다 바꿀 순 없다. 가기 전부터 우리 팀(울산)이 조금 더 단단해지고 이기고 있으면 좋겠다. 내가 돌아가서 조금 더 도움되고 싶다"고 밝혔다.

▲ 이창용이 함께 뛰고 싶었던 선수 '명주!' ⓒ한희재 기자

◆ "내 우상은 이명주 선수, 아니 명주!"

"명주가, 원래는 이명주 선수였는데 친해져서 이제 명주가 됐거든요."

후임들이 쟁쟁한 것도 좋다. 이번 시즌엔 중원에는 A 대표 팀 경력이 있는 이명주와 주세종을 비롯해 김선민, 김도혁, 황인범 등 좋은 선수들이 많이 함께했다.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한 것도 그 때문. 

그래도 늘 축구를 함께해보고 싶었던 이명주와 발을 맞춰서 행복하단다. 그는 "항상 편하게 하라고 말해준다. 주장인 나보다 더 부담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밝히며 " 훈련소에서 나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완벽하진 않다. 항상 '명주야, 나의 우상은 너다!'라고 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임과 후임의 온도 차는 어쩔 수 없나. 정작 이명주는 "선임들은 내가 공을 또 예쁘게 차는 스타일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공을 예쁘게 차려고 하고 있기도 하다. 원래는 투박하게 뛰면서, 상대 볼을 빼앗아서 거기서 딱 하는 스타일인데.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며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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