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세 마리 경주마가 선두 그룹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린다.
현재는 '이글'이라는 이름의 러시아 말이 한 마신(馬身) 앞서 있다. 그 뒤로 아일랜드산 '노토리어스', 미국산 '엘쿠쿠이'가 바짝 추격한다.
2위 그룹에는 미국산 '언더그라운드 킹'이 뒤따라오는 중. 그런데 여기에 또 다른 말이 달려들었다. 최근 기세가 좋은 미국산 '다이아몬드'가 선두 경쟁에 가세했다.
더스틴 포이리에(29, 미국)가 지난 15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열린 UFC 온 폭스 29 메인이벤트에서 저스틴 게이치(29, 미국)에게 4라운드 TKO승을 거두고 타이틀 전선(戰線)으로 들어왔다.
포이리에는 게이치의 로킥에 다리를 절뚝거렸으나 의지가 꺾이지 않았다. 체력이 떨어진 4라운드에도 집중력을 유지해 강력한 왼손 카운터펀치를 쾅 터트렸다.
포이리에는 2012년 5월 '코리안 좀비' 정찬성과 경기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당시 그는 정찬성과 진흙탕 싸움에서 조금씩 밀리다가 결국 다스초크에 걸려 기절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 포이리에는 산전수전을 거쳐 단단한 다이아몬드가 돼 있다. 로킥 대미지에 온전치 않은 다리, 두 차례 서밍으로 불편한 눈에도 게이치의 무한 압박에 물러서지 않았다.
포이리에는 2015년 라이트급으로 올라와 7승 1패 1무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앤서니 페티스에 이어 게이치도 TKO로 잡는 등 박차를 가하는 중. 2위 그룹 알바레즈가 긴장해야 한다.
포이리에는 승리 후 "이제 때가 됐다"며 타이틀 도전권을 요구했다.
"게이치는 심판 허브 딘이 멈추지 않았다면 죽을 때까지 싸웠을 사람이다. 그를 파이터로 존중한다"며 "UFC에서 20번째 경기였다. KO로 진 적도 있지만, 다시 그리고 또다시 올라왔다. 데이나 화이트, 하빕 누르마고메도프, 한 번 해보자. 때가 됐다"고 외쳤다.
포이리에는 딸을 낳고 아버지가 된 뒤, 파이터로 크게 성숙했다.
폭스스포츠 포스트 파이트 쇼에서 "정상에 가까워졌을 때도, KO로 졌을 때도 있었다. 그때마다 좌절하지 않고 돌아왔다. 이제 파이터로, 아버지로, 남편으로, 한 명의 사람으로 자리를 잡았다. 자신감이 있다. 다음은 타이틀이다. 챔피언벨트의 냄새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화이트 대표도 포이리에의 경기력에 엄지를 들었다. 챔피언 누르마고메도프의 다음 타이틀 도전자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칭찬했다.
"물론이다. 포이리에도 타이틀 콘텐더 중 하나다. 포이리에는 지난주 UFC 223 (토니 퍼거슨의) 대체 선수 후보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망치기 싫어서 그를 부르지 않았다. 그랬더니 이런 경기가 나왔다. 신께 감사한다"며 웃었다.
챔피언 누르마고메도프의 희망 도전자 1순위는 조르주 생피에르. 그러나 생피에르는 "먼저 해결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라며 거부 의사를 나타냈다.
그다음 가능성이 큰 도전자는 전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다. 퍼거슨은 "누르마고메도프는 내가 다쳐서 안 싸운 걸 다행으로 알아라. 넌 종이 챔피언"이라며 도발하는 중이다. 알바레즈는 "누르마고메도프의 크립토나이트(천적)가 바로 나"라고 주장한다.
하나의 챔피언벨트를 두고 경쟁하는 5마리의 말이 뿌옇게 먼지를 일으키며 혼전 중이다. 올해 말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파이터는 누굴까? 예상이 참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