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이 좋은 주세종 이경과 이명주 이경. 두 사람은 룸메이트다. ⓒ김태홍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미드필더(mid-fielder). 필드(field)의 중앙을 책임지는 선수라는 뜻이다. 길이가 100미터에서 110미터, 너비는 최소 64미터에서 75미터가 되는 축구장에서 공격수와 수비수 사이에 위치한 선수들을 의미한다. 축구 전술이 점점 발전하고 간격과 공간에 대한 개념이 발전하면서 미드필더는 공격할 땐 빠르게 전진하고, 수비할 땐 뒤로 물러서서 수비진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짊어진다. 공격력도 수비력도 모두 갖춰야 하는 포지션. 미드필더란 어떤 포지션인지 K리그를 대표하고 한국을 대표하는 미드필더 2명에게 물었다. 

지난 4일 아산 경찰대학 내 무궁화 축구단 숙소에서 이제 짧게 깎은 머리와 '-습니다' 말투에서 제법 경찰 티가 나는 이명주와 주세종을 만났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안컵에 차출돼 1달 늦게 입대하는 바람에, 이경이자 막내로 살아가고 있다. 그들보다 한 달 먼저 훈련소에 들어갔던 1094기들은 이제 갓 일경을 달았단다.

두 선수는 지난 시즌 중반부터 FC서울에서 함께 활약했다. 이명주가 합류한 지 얼마되지 않아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함께하진 못했지만, 주세종이 뒤에서 받치고 이명주가 앞에서 종횡무진하면서 호흡을 맞췄다. 가장 힘들 때를 함께 보내 애틋하다는 '동기'가 돼 아산 유니폼을 입고 피치를 누빌 예정이다. 아산에서도 박동혁 감독의 신뢰 아래 가장 자신있는 중앙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한다.

이명주는 한참 고민한 끝에 "공격도, 수비도 해 가장 재미있는 포지션"이라고, 주세종은 자신이 활약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경기 흐름을 끊고 바꿔줘야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두 '대표 급 미드필더'가 생각하는 '미드필더'란 무엇일까.

다음은 이명주, 주세종과 일문일답.

▲ 감독의 지시에 기울이는 주세종과 이명주(오른쪽에서 세 번째, 네 번째). ⓒ김태홍 기자

경찰이 된 소감은.
주세종(주): 대한민국 남자라면 와야하는 곳이다. 어차피 가야 하는 거 잘 받아들이고, 2년 동안 더 성숙하고 좋은 선수가 돼서 FC서울에서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맘 편히 왔다.

이명주(이): '모두 2년씩 다 하는 거, (나도) 하면 되지 뭐'라고 생각했는데 힘든 점도 있다. 좋은 점이나 배운 점도 있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더 성장해서 전역하고 싶다.

좋은 점이 있던가. 개인적 경험을 돌아보면 별로 군대에서 좋은 점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지나온 길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지금도 그렇지만, 늘 경쟁했다. 뒤를 돌아보고 제대하고 어떻게,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지 고민할 시간이 된 것 같다.

경쟁 이야기 좋다. 아산엔 정말 좋은 미드필더가 많다. 경쟁에 임하는 자세는.
주: 전 소속 팀이나 아산에서나 경쟁에서 이겨야 경기에 나갈 수 있다. 생각보다 좋은 선수들이 더 많아서 긴장하고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동료들이) 내가 갖고 있지 않은 장점을 가진 것이 많아서 나도 배우고 흡수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은 생각이다.

미드필더로서의 장점을 스스로 평가해준다면. 스스로 하면 너무 부끄러운가? 그럼 서로 칭찬해달라.
이: 지난해 서울에 합류해 같이 뛰었다. 부상으로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시즌 말에 같이 뛰어서 좋았다. 내가 공격적인 것에 더 신경을 쓰다보니, 수비에 가담하기 힘들 때 (주)세종이가 상대 역습을 차단하거나 다시 빼앗아서 연결해주는 것이 잘 맞는 것 같다. 슈팅 능력이나 킥 능력은 K리그 톱클래스라고 생각한다. 든든하게 믿고 플레이하고 있다.

주: (이)명주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했다. 경기 뛰면 얼마나 재밌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에 부상 복귀해 시즌 말에 몇 경기를 같이 뛸 수 있었다. 나는 수비형 미드필더고, 공을 빼앗아서 주면 명주가 공격 연결도 잘하고 어려울 땐 골도 넣어주고. 맘편히, 재밌게 했다. 그게 짧아서 아쉬웠는데 아산에 와서 또 명주와 같이 뛰니 어떤 것을 보여줄까 기대된다. 명주가 편하게 공격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한다. 뒤에서 잘 받쳐주면 명주가 제 실력을 발휘해줄 것이라 믿는다.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은 어떤 포지션인가.
주: 크게 보면 공격형,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 나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기적으로 팀이 돌아가도록 돕는 위치다. 공격수들이 수비 부담을 줄이고 편하게 뛸 수 있도록, 경기 흐름을 끊고 바꿔줘야 하는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 미드필더는 중요한 포지션이다. 상대 개인 기량이 좋으면 더 많이 뛰어야해서 힘들기도 하다. 공격, 수비 모두 하니 재미있는 포지션이다. 음…미드필더… 가장 재미있으면서 힘든 포지션이다.

말한대로 미드필더는 공격력도, 수비력도 갖춰야 한다. 어렵지 않나.
주: 원래는 주로 공격형 미드필더를 봤다. 경기 도중엔 올라가서 공격하고 슈팅하고 싶을 때 많다. 절제력이 많이 필요한 포지션이다. 아무리 경기가 잘 안 풀려도 공격수들이 빛나도록 도와줘야 하는 포지션이다.

이: 같은 미드필더지만 나는 위치를 자주 벗어나면서 플레이한다. 감독님들이 포지션을 지켜가면서 하라고 말씀하시기도 했다. 공간을 비우면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포지션을 지키면서 하고 싶은데 공격 본능이 자꾸 살아나서 뛰쳐나가게 된다. 수비적인 포지션을 여러 번 보려고 했는데, 자꾸 뛰쳐나가는 바람에 못 서게 됐다. 나이도 들고, 경험도 쌓였고, 포지션을 지키는 것도 배우고 있다.

▲ 하늘같은 선임 이창용의 사랑에 어쩔 줄 모르는 이명주. 이창용은 이명주를 '나의 우상'이라고 부른다. ⓒ김태홍 기자

박동혁 감독님이 신뢰를 보내시더라. 믿음을 갖고 기용하겠다고 쓰시겠다더라. 3주 동안 외박을 못 나가(아산은 경기에서 승리하면 하루 포상 외박을 준다고 한다.) 마음고생이 있다고 들었다.
이: 선임들하고 동료들에게 미안하다. 우리 둘이 함께 뛴 3경기에서 승리가 없다. 하아… 반성하고 있다. 2경기 뛰어서 2패다. 책임감도 느낀다. 피지컬로 축구를 하는데, 운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몸이 아직(완벽하지 않다). 근데 선임들은 내가 공을 또 예쁘게 차는 스타일인 줄 알고 있다. 그래서 공을 예쁘게 차려고 하고 있기도 하다. 원래는 투박하게 뛰면서, 상대 볼을 빼앗아서 거기서 딱 하는 스타일인데. 잘못 알려지고 있는 것 같다. (이창용이 이명주를 '자신의 우상'이라면서 아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의 입김 인정하나.) 뛰는 축군데, 볼 잘차는 걸로 밀어주고 있어서, 본의 아니게 스타일이 변하고 있다. (강점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빨리 몸을 만들려고 새벽, 오전, 오후로 몸을 만들고 있다. 그랬더니 본 운동이 너무 피곤해서, 운동을 좀 줄여야 할 것 같다. 

*인터뷰 이후 아산은 부천FC1995전, 대전시티즌전에서 연승했다.

지난해 FC서울 경기를 보면 이명주의 전방 압박이 좋아보였다. 공이 끊기면 반사적으로 가주니까. 실제 경기장에서도 그런 게 편한가.
주: 공격수나 공격형 미드필더들이 공을 빼앗겨서 역습을 당하면, 미드필더들이 5,60미터를 내려가야 해서 굉장히 힘이 든다. 명주처럼 바로 압박해서 파울을 내든, 공을 빼앗든 해주면 체력을 아낄 수 있어서 좋다. 뒤에서 편하다.

FC서울은 지난해 역습에 약했다. 아산도 K리그2에선 스쿼드가 좋아 수비적인 팀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 두 선수의 생각은.
주: 3경기를 치렀는데 다른 팀들이 공통적으로 역습을 하려고 하더라. 우리는 공격 상황에서 경기를 주도하면서 운영한다. 역습은 많을 수밖에 없다. 골대까지 내려올 때가 많다. 선임들하고 이야기 많이 해서 다같이 우리 팀의 수비법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구체적인 수비 방법이 있나.
이: 경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다. 원정이나 비기고 있는 상황에서도 공격하다가, 역습에서 골을 많이 먹었다. 어찌 보면 좋은 선수들이 있어서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역습에 대비할 수 있도록 훈련해야 한다. 아직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고, 호흡을 맞춘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 치르면서 맞춰가면 더 좋아질 것 같다.
* 부천FC1995전에선 공격을 펼치다가 중원에서 강력하게 압박하면서 4-2 승리를 낚았다.

▲ 일단 몸을 만들면서 신태용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겠다는 주세종. ⓒ김태홍 기자

월드컵을 앞두고 입대를 했다. 운동을 해야 할 시기에 못했다. 신 감독님이 남겨주신 말씀이 있나.
주: 따로 남긴 말씀은 없고, 군바리들은 빨리 군대에 가라고 했다. 그렇게 말씀은 하셨지만 기회가 올 거라고, 훈련이나 생활 때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스스로 준비를 잘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

3월 A매치 땐 못 갔지만, 5월 명단에는 포함될 수도 있다. 의욕이 있을 것 같은데.
이: 월드컵 때문에 1달 정도 늦게 들어왔다. 하나라도 더 보여줘야 한다는 절실한 마음이 있어 그런 선택을 했다. 월드컵에 맞춰서 최선을 컨디션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군 팀이지만 운동하는 것, 먹는 것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고, 시설도 좋다. 우리가 준비만 잘하면 기회가 올 것이다.

주: 한 기수 선임들하고 원래 동기가 돼서 입대했어야 했다. 저희가 더 간절했고 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었다. 3월 소집은 받아들일 일이고, 좋은 선수들이 많이 모인 팀이기 때문에 훈련에서 빨리 컨디션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기를 잘 치르면 월드컵에 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팀에서 잘하고 성적도 잘 내면 기회가 올 것이다.

아산이 운동 환경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웨이트트레이닝장도 좋고, 수영장도 있다고 하고. 아산 자랑을 부탁한다.
이: 숙소는 웬만한 팀들보다도 좋다. 2인이 함께 방을 쓰고, 방마다 화장실, 샤워실 다 있고. 사우나가 잘 돼 있어서 맘에 든다. 운동시설. 헬스장, 수영장 뿐 아니라 공기도 좋다. 서울은 공기 안 좋다고 난린데 공기가 정말 좋다. 운동, 경기력에선 환경에 불만 가질 게 없다.

주: 환경에선 일반 프로 팀과 다를 게 없다. 군인 신분이지만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다. 개인적으로는 명주랑 말도 없고 낯가림도 심했는데, 더 밝아지고 선임들에게 이야기도 먼저 하려고 해서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같다.

아산 팬들에게 한 마디.
주: 아산에 온다고 했을 때, 기대도 보내주시고 팀이 좋아질 것이라 생각도 하셨을 것이다. 아직까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스럽고, 빨리 컨디션을 올려서 성적도 올리고 기대에 보답하겠다. 많은 팬분들이 경기장에서 응원해주시면 시즌을 K리그1에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 초반엔 관중석에선 경기를 지켜봤다. 선수 개인 기량도 좋고 템포도 빠르다. 경기장에서 보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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