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1을 유지해야 한다" 걸개를 내건 하노버96의 팬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1,2부리그 36개 팀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외부 투자자의 구단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벌인 끝에 현행 시민구단 틀인 '50+1' 규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구팀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어떻게 생존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결정이었습니다.

독일 축구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축구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시각과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도 K리그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리그 운영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데스리가의 결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스포티비뉴스가 새삼스럽게 '새로운 소식(NEWS)'이 아닌, 시일이 좀 지난 독일 축구 현장의 일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입니다. 가능하면 찬성과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전합니다. 분데스리가의 결정에 대한 국내 축구계 인사들의 반응과 의견을 더해,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이 우리 축구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50+1 룰'은 독일 축구 클럽의 소유 구조를 규제하는 제도다. 클럽들이, 조금 더 포괄적으로는 팬들이 의사 결정에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다.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상업적 투자자가 49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 개인이 구단을 소유하거나 이윤을 추구할 수 없도록 하는 그 목적이다.

독일에선 축구 팀이 개인의 소유가 아니라 팬 모두가 함께 지탱한다는 의식이 널리 퍼져있다. 당연히 구단의 의사 결정에 팬의 목소리가 반영돼야 한다. 구단은 '하나의 공공재'적 성격을 띈다.

"독일 관중은 전통적으로 구단과 강력한 유대감을 갖고 있다. 더이상 팬으로서가 아니라 고객으로서 대우받는다고 느낀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 도르트문트 CEO 한스 요아힘 바스케 

예외는 있다. 바로 바이엘 레버쿠젠과 볼프스부르크, 호펜하임이다. 레버쿠젠과 볼프스부르크는 20년 이상 구단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구단들이기 때문이다. 레버쿠젠은 1904년 독일의 제약 회사 바이엘의 직원들이 만든 팀이다. 바이엘은 레버쿠젠에서 세워진 기업이다. 1945년 설립된 볼프스부르크도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의 노동자들이 만든 팀이다. 폭스바겐은 독일어로 '민중의 차'란 뜻이다. 2014년에도 하나의 예가 생겼는데 호펜하임이다. 호펜하임은 구단주가 있는데 바로 디트마르 호프다. 그는 호펜하임이 아마추어 클럽이었을 때부터 시작해 20년 이상 팀에 큰 재정적 기여를 했다. 분데스리가도 '예외'를 인정했다.

▲ '레비어더비' 때 경기장을 가득 채운 샬케04 팬들.

◆ 50+1 지지 논리 : 축구단의 공공성

50+1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알려진 뒤 팬들은 규정의 존속을 위해 움직였다. 분데스리가 경기장 곳곳에서 50+1을 지지하는 걸개가 걸렸다.

'분데스리가'는 공식 홈페이지에 "50+1 규정을 설명한다"는 글에서 규정이 소유주 한 명이 구단을 마음대로 하는 것을 막고, 독일 클럽들의 민주적인 전통을 유지하는 방책이라고 설명한다. 독일은 유럽 주요 리그 가운데 가장 낮은 입장권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50+1 룰에 의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구단 운영을 통제하고 있다.

"독일에서 50+1 룰은 실보다는 득이 많았다. 대부분 구단들은 로만 아브라모비치를 갖지 않을 것이다. 아브라모비치는 첼시가 우승하는 것을 가장 먼저 보고 싶어했다.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돈을 벌고 싶어한다. 그것을 어디서 얻을까? 바로 관중이다." - 도르트문트 CEO 한스 요아힘 바스케 

독일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공식 홈페이지에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분데스리가가 2016-17시즌 가장 많은 평균 관중을 유치했다"고 알렸다. 분데스리가는 경기당 평균 4만 1,000명 이상의 관중을 모으고 있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는 3만 6,000명, 스페인 라리가는 2만 8,000명, 이탈리아 세리에A가 2만 2,000명, 프랑스 리그앙이 2만 1,000명 수준이다. 독일 2부리그 역시 2016-17시즌 2만 1,560명의 평균 관중을 기록했다. 가장 상업적으로 발전했다는 프리미어리그도 독일의 축구 사랑을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이같은 현상의 이유로,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경기장 건설로 많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이 많다는 점, 팬이 합리적인 가격에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평균적으로 분데스리가 팬은 183유로면 한 시즌을 즐길 수 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와 비교하면 80유로가 저렴하고, 잉글랜드와 비교하면 1/3 수준이다.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지속적으로 티켓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구단은 호화로운 선수단을 갖출 수 있지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는 팬의 접근성은 떨어진다. 실제로 역대 최다 우승 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은 노란색과 초록색 스카프를 목에 걸고 구단주의 '농단'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구단의 사유화, 지나친 이윤 추구에 대한 반대 의사다.

▲ 독일을 대표하는 클럽 바이에른뮌헨. 그들은 6년 연속 분데스리가를 우승했고, 그들 외에 꾸준하게 유럽 무대에서 성적을 내는 독일 클럽은 없다.

◆ 50+1 반대 논리 : 경쟁력 약화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구단 바이에른 뮌헨이다. 칼 하인츠 루메니게 회장은 지난해 9월 "외부 투자를 받길 원한다면 구단이 결정할 수 있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50+1 룰이 유지되기로 결정된 뒤 독일 축구 전문 매체 '키커'와 인터뷰에서 "심정적으로 DFL과 작별 인사를 했다. DFL의 발전에 빨간 불이 들어왔다고 생각한다"면서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 

루메니게 회장이 50+1 룰의 유지를 위해 "(분데스리가 클럽의)국내외적 경쟁력에 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바이에른 뮌헨은 6년 연속 우승을 앞두고 있다. 모든 것이 편안하다. 하지만 그것은 목표가 아니다. 가장 격정적인 우승은 2001년 함부르크에서 경험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당시 마지막 순간 우승을 확정했다. 독일의 축구 팬은 그런 즐거움을 원한다. 프랑크푸르트에서 투표로, 경쟁력을 갖출 싹을 잘라버렸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럽 클럽대항전에도 나서지 않는 2부 리그 클럽이 이번 논의에서 중요한 존재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고 밝혔다. 상파울리가 50+1 룰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면서 표결에 나섰다.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없다면 성적을 낼 수도 없다. 이번 시즌 독일 클럽들이 유럽 클럽대항전에서 거둔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늘 좋은 성적을 유지하는 바이에른 뮌헨을 제외하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에 한 팀도 오르지 못했다. 호펜하임은 플레이오프에서 리버풀에 패했고, RB라이프치히는 G조에서 3위, 도르트문트도 H조에서 3위를 기록해 32강에서 탈락했다. 특히 도르트문트는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유로파리그에서도 4강에 단 한 팀도 오르지 못하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딜로이트가 전 세계 주요 축구단의 2016∼2017시즌 매출액을 토대로 발표한 '풋볼 머니리그' 보고서에서 상위 20개 구단 가운데 분데스리가는 소속은 바이에른 뮌헨과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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