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을 가득 채운 도르트문트 팬들. 지난 10월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도르트문트는 평균 관중에서 80830명으로 1위를 차지했다.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의 1,2부리그 36개 팀은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외부 투자자의 구단 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투표를 벌인 끝에 현행 시민구단 틀인 '50+1' 규정을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축구팀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어떻게 생존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결정이었습니다.

독일 축구계에선 이번 결정을 두고 큰 논란이 벌어졌습니다. 축구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결정이라는 시각과 국제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란 시각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도 K리그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리그 운영 방향에 대한 '큰 그림'을 새롭게 그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분데스리가의 결정은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스포티비뉴스가 새삼스럽게 '새로운 소식(NEWS)'이 아닌, 시일이 좀 지난 독일 축구 현장의 일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입니다. 
가능하면 찬성과 반대편에 선 사람들의 주장을 객관적으로 전합니다. 분데스리가의 결정에 대한 국내 축구계 인사들의 반응과 의견을 더해, K리그를 사랑하는 팬이 우리 축구의 현실과 미래를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편집자주>.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독일 분데스리가가 '50+1 룰' 유지 결정이 K리그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50+1 룰'은 독일 축구 클럽들의 소유 구조를 규제하는 제도다. 클럽들이, 조금 더 포괄적으론 팬들이 의사 결정에 과반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다. 분데스리가 구단들은 상업적 투자자가 49퍼센트 이상의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 개인이 구단을 소유하거나 이윤을 추구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독일은 유럽 주요 리그 가운데 가장 낮은 입장권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바로 50+1 룰에 의해 공익적인 목적으로 구단 운영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K리그가 이상적으로 바라는 '모델'이 바로 분데스리가다. '50+1' 규정 유지로 분데스리가는 여전히 축구의 '공공성'에 무게를 두게 됐다. 지역 사회에 공헌하면서 자연스럽게 밀착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는 K리그에는 좋은 참고서가 될 것이다. 물론 세부 상황에선 차이가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김진형 홍보팀장은 "분데스리가는 K리그가 원하는 이상적인 모델이다. 팬 저변이 넓고 유스 팀에서 끊임없이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재무 건전성이 높고 팬이 많고 구단 문화도 있다"면서 분데스리가를 이상적 모델로 꼽았다. 

외부 투자 없이도 좋은 리그를 가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분데스리가는 좋은 모범이다. 현재 유럽 축구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스타플레이어 다수가 해외로 진출하는 현실 속에서 K리그의 투자는 위축되고 있다. 팬과 강한 유대감을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팀이 독립된 형태로 운영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는 것이 현실적 목표다. 

▲ 팬이 있다면 K리그도 달라질 수 있다. ⓒ한희재 기자

일단 좋은 선수들의 육성, 충성심이 높은 팬, 높은 재무 건전성을 바탕으로 독립된 운영까지, K리그와 분데스리가의 목표는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K리그는 독일의 경우와 조금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기업 구단과 시민 구단이 섞여있는 K리그 형태에선 조금 다른 목표를 세워야 한다.

일단 분데스리가가 '걷고 있는 길'을 따라걷는 것이 현재 기업 구단의 목표다. 기업 구단들은 '모기업'의 지원을 최소화해, 구단 운영에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1차 목표다. 김 팀장은 "클럽 대표, 사무국장들이 모여서 회의 때 여러 차례 이야기를 나눴다. 운영 구조 개선을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론 넘어야 할 일이 있다. 결정권자, 그리고 정치권 등이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시민구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경남FC, 강원FC, 인천 유나이티드, 대구FC, 부천FC, 성남FC, 안산 그리너스, 수원FC, 대전 시티즌, 광주FC, FC안양까지 시민구단들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중요 목표다. 시민구단의 형태로 운영되는 대다수의 팀들은 공적 자금을 투입받아 운영된다. 당연히 지방자치단체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지자체장의 한 마디에 팀이 휘청거리는 것은 다반사다.

구단들도 독립성을 위해 자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부천FC 이상기 운영팀장은 "자생기반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은 좋지만 예속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상생관계가 돼야 하고, 상하관계가 돼선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천은 최근 사회적 협동조합을 조직해 팀의 지지 기반을 닦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팀장은 "사회적협동조합 구성원이 늘어나면 그 자체로 힘이 된다. 흔들리지 않고 구단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협동조합 출신 시의원이 나오는 것도 좋긴 하다"며 구단을 대변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어느 정도 부천을 응원하는 팬은 모두 끌어들인 상황. 목소리에 진짜 힘을 얻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이 팀장은 "신규 조합원이 늘어야 하는데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른 뒤엔 정체 상태인 것이 사실"이라고 고백했다.

프로연맹은 종합스포츠 클럽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김 팀장은 "(분데스리가는) 50+1 규정을 유지하면서 구단 철학과 환경을 일관되게 이끌 수 있다. 독일에선 종합 스포츠 클럽 형태로 지역 밀착을 높이고 지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는 정치적 입김도 많이 받고 있는 상태다. 분데스리가처럼 120년씩 역사를 가진 팀은 없다. 구단이 지속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축구 외에 다른 종목들까지 '한 이름' 아래 모아 지역 밀착을 높이겠다는 방안이다.

하지만 현실적 문제는 여전하다. 이 팀장은 "종합 스포츠 클럽에 대해선 고민해봐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이 있어서 2013년 말 고려했지만, 지속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 부정적인 예측을 했다"고 설명했다.

50+1 규정의 핵심은 '독립'이다. K리그 구단들은 자본과 정치에서 독립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K리그의 인기가 올라 힘을 스스로 얻어야 한다. 이 팀장은 "결국 해답은 저변 확대, 자생력이다. 축구 자체가 활성화되지 않으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K리그 자체 콘텐츠가 힘을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데스리가 모델을 따르려면 갈 길이 멀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