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두산이 주축 선수들의 부상 이탈에도 1위를 달릴 수 있는 원동력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이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나란히 6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기록하며 두산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2위가 부상인 이용찬의 3승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활약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는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리그 전체로도 최다승 1위를 달리고 있다.

린드블럼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에이스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평균 자책점은 3.22에 불과하고 이닝당 출루 허용수가 1.05로 매우 좋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팬들은 그를 '린철순'(린드블럼+박철순)이라고 부르며 에이스 대접을 하고 있다. 두산이 니퍼트와 계약을 포기하고 린드블럼을 선택한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가 '린동원'(린드블럼+최동원)으로 불리던 시절보다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이다. 트랙맨 데이터로 본 두산 시절의 린드블럼은 분명 롯데 시절보다 한 단계 더 좋은 투수가 돼 있었다.

일단 가장 중요한 패스트볼의 구위가 좋아졌다.

먼저 익스텐션(투구 때 발판에서 공을 끌고 나와 던지는 손끝까지 거리)이 크게 향상됐다. 지난 해 롯데에서 가장 좋은 투구를 했던 9월과 비교해 봐도 확연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다.

롯데 시절 패스트볼 익스텐션은 1.69m였다. 하지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론 1.77m로 크게 늘어났다. 타자들은 롯데 시절 린드블럼보다 훨씬 앞으로 끌어와 던지는 린드블럼을 상대해야 한다. 그만큼 공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걸 뜻한다.

릴리스 포인트는 높아졌다. 1.90m였던 것이 1.96m까지 높아졌다. 타자들은 한결 높아진 린드블럼의 새로운 릴리스 포인트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상하 무브먼트는 약간 줄어들었지만 좌우 움직임은 훨씬 향상됐다. 오른쪽으로 5cm 가량 더 휘어 들어가는 궤적을 보였다. 롯데 시절 데이터가 가장 좋았을 때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페이스가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 수 있다.

▲ 린드블럼이 힘껏 공을 뿌리고 있다. ⓒ한희재 기자

볼 끝의 힘을 좌우할 수 있는 패스트볼 회전력도 좋아졌다. 2,365rpm이던 것이 2,422rpm으로 향상됐다.

나머지 구종들도 각도가 좋아졌거나 회전수가 늘며 힘을 발휘하고 있다. 피안타율이 1할3푼6리에 불과한 커브는 3cm 더 떨어지며 위력을 배가했다.

린드블럼은 시범 경기 때만해도 최악의 투구로 우려를 산 바 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익스텐션이나 릴리스 포인트 등 투구의 기본이 되는 데이터는 롯데 시절보다 향상된 성적을 보인 바 있다. 이미 준비된 에이스 모드였던 셈이다.

그러나 투구 메커니즘은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린드블럼이 꾸준히 자신의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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