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호 28인 포메이션 포진도 ⓒ김종래 디자이너
▲ 신태용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시청, 한준 기자] “4-4-2 포메이션을 생각했지만, 플랜A가 바뀔 수 있다. 선수들의 선발 배경도 거기에 있다. 포메이션이 바뀌면 (선수의) 활용도가 바뀌어 자세히 말할 수 없다. 플랜A가 플랜B로 바뀔 수도 있다.”

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 대표 팀 감독이 14일 발표한 28인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차 명단은 파격이었다. 합류가 확실시 되는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지만, 레프트백 김진수, 센터백 김민재, 미드필더 염기훈의 연쇄 부상으로 당초 선발이 유력시 된 선수들이 빠지고 깜짝 발탁이 생겼다.

신태용 감독은 공격수 4명, 미드필더 9명, 수비수 12명, 골키퍼 3명 등 총 28명을 21일 파주NFC에서 실시할 국내 훈련에 소집했다. 미드필더를 한 명, 수비수를 4명이나 더 뽑았다. 특히 김진수가 마지막까지 회복 여부를 타진하는 레프트백 포지션은 박주호, 홍철, 김민우 등 무려 4명이 뽑혔다.

미드필더 이승우와 문선민의 선발이 파격이라면, 이창민과 라이트백 최철순의 제외는 충격이었다. 최철순은 신태용 감독 체제가 시작한 이후 한 번도 소집에서 빠진 적이 없다. 이창민도 3월 유럽 원정 폴란드전 득점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피력했다.

이번 명단을 보면 신태용 감독의 플랜A 변경 계획이 읽힌다. 신 감독이 직접 “센터백을 많이 뽑은 것도 3백과 4백을 같이 들고 가기 위해서”라고 평소 강조해온 변형 스리백 내지 정통 스리백 전술을 플랜A로 삼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구체적으로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본선 경기까지 치를 네 차례 친선 경기를 통해 윤곽을 그리고, 상대국에 전력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의아할 수 있는 신 감독의 28인 명단은, 4-4-2 포메이션이 아닌 3-5-2 내지, 5-4-1 포메이션 가동을 감안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 스리백 가동은 정통파 스트라이커의 필요성을 떨어트렸다. 손흥민이 선봉에 설 가능성이 크다.


◆ 석현준 뽑지 않은 공격진, 투톱 카드 폐기할 수 있기 때문에

신 감독은 공격수 포지션에는 경쟁 선수를 두지 않았다. 프랑스 트루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최근 꾸준히 경기하며 기량을 입증한 석현준과 지동원을 소집하지 않았다. 타깃형 스트라이커 자원이 김신욱 뿐이다. 본선에 투톱을 가동하지 않는다면, 이 4명의 공격수로 충분하다.

신 감독은 작지만 발이 빠르고 기술이 좋은 2선 공격수 이승우, 문선민을 발탁하며 신체 조건이 좋은 스웨덴의 뒤 공간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손흥민, 이근호, 황희찬을 비롯해 권창훈까지도 이런 개성을 갖고 있다. 

스웨덴과 비교하면 체구가 작지만, 멕시코도 수비 라인은 건장하다. 신 감독은 힘과 높이로 정면승부를 하기 보다 역습 상황에 빠르게 수비 뒤 공간을 공략한 유형의 선수들로 공격 전술을 구축하고자 한다. 높이를 활용할 조커 옵션은 김신욱 하나로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근거다.

손흥민이 투톱 자리에 서더라도 전통 스트라이커로 뛰지 않고, 황희찬, 이근호와 교차 플레이로 측면과 전방, 2선을 넘나든다. 이승우, 문선민도 이 라인에 들어가서 콤비네이션을 이룰 수 있는 유형의 선수들이다.

측면 미드필더를 두지 않고 전방과 2선 공격수들의 무정형 플레이를 추구하는 신 감독은 수비 안정을 위해 센터백을 세 명 두고, 풀백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윙백 전술로 극복할 것으로 보인다. 

▲ 김진수와 김민재의 부상이 최철순의 낙마까지 이어졌다 ⓒ연합뉴스


◆ 김진수-김민재 부상에 포백 포기한 신태용, 고요한 있고 최철순 없는 배경

전북현대의 좌우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은 포백 체제에서 안정적이다. 김진수가 다치면서 측면 오버래핑와 왼발 크로스, 일대일 수비 모두 안정된 자원을 찾기 어렵게 됐다. 공격 보다 수비에 특화된 최철순은 스리백에 윙백을 두는 전술에선 활용도가 떨어진다. 

김진수의 이탈 속에 레프트백 첫 번째 옵션으로 올라선 김민우가 정통 포백에서 풀백 역할에 강점을 갖지 않고, 홍철도 포백의 풀백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수비를 책임지기는 불안하다. 박주호는 중앙 미드필더와 왼쪽 윙백 자리를 오가는 하프 스페이스에서 가장 강하다. 결국 김진수의 이탈이 최철순의 낙마까지 불러온 셈이다.

라이트백 포지션에 이용과 고요한이 뽑혔다. 고요한도 본래 측면 미드필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출신으로 수비 보다 공격이 더 좋다. 스리백의 오른쪽 윙백으로는 무난하지만, 포백의 라이트백으로는 안정감이 부족하다. 콜롬비아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를 전담 마크한 중앙 미드필더 기용이 성공한 것도, 측면 미드필더와 풀백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용은 포백의 라이트백, 스리백의 오른쪽 윙백 모두 소화할 수 있다. 한국 선수 중 가장 정교한 크로스 패스 능력을 갖췄고, 중거리 슈팅 등 공격 전개력을 겸비한 풀백이다. 

포백 라인에서 장현수의 짝으로 대인 방어, 공중볼 수비, 빌드업 모두 강점을 인정 받은 김민재의 부상 이탈도 신 감독이 스리백을 플랜A로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김민재가 부상으로 빠지면서 권경원, 김영권에게 기회가 돌아왔고, 오반석도 최초 발탁됐다. 포백을 쓴다면 빌드업과 대인 방어에 모두 능한 권경원이 우세하지만, 스리백을 쓴다면 수비 자체에 강한 오반석, 빌드업 능력이 걸출한 김영권이 장현수와 나란히 서는 조합도 가능하다.

젊은 수비수 정승현도 2017년 동아시안컵 소집 당시 스리백의 오른쪽을 맡아 인상적인 경기를 했다. 꾸준히 선발되어온 윤영선도 원점에서 경쟁하게 됐다. 센터백은 총 이들 모두가 본선에 가지는 못하겠지만, 스리백 가동을 예상하면 28인에 든 6명 중 최소한 5명이 본선에 갈 수도 있다. 

▲ 신태용 감독은 박주호와 더불어 권창훈도 중앙 미드필더로 쓸 수 있다고 했다. 스리백이 중앙 미드필더의 수비 부담을 덜어준다. ⓒ연합뉴스


◆ 스리백이 지키는 배후, 박주호-권창훈 멀티 능력, 이창민 자리 사라진 이유

주장 기성용의 본선행은 확실하고,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정우영도 선발이 유력하다. 박주호는 기성용과 중원에서 가장 좋은 호흡을 보인 선수다. 신 감독은 박주호가 미드필더를 볼 수 있다고 말했고, 권창훈도 볼란치로 들어올 수 있다고 했다. 

수비 숫자를 늘리고 투톱을 플랜A에서 배제하면서 2선 공격을 맡는 공격적인 미드필더를 위한 자리가 늘고, 4-4-2 포메이션의 중앙 미드필더에게 돌아갈 자리가 줄었다. 어느 정도 수비적 균형을 갖춘 선수를 필요로 하다, 스리백이 뒤에서 지원하고 윙백이 곁에서 도와줄 수 있는 전술이 나오면서 이청용, 구자철, 이승우, 문선민, 권창훈, 이재성 등에게 유리해졌다. 

보다 활동적이고 돌파가 가능한 2선 선수를 찾게 되면서 이창민이 밀려났다. 대신 기성용, 정우영처럼 뒤에서 볼을 배급하고, 스루 패스를 찔러줄 수 있는 주세종의 능력이 다시 주목 받게 됐다. 

▲ 원톱과 스리백을 쓰면 2선 선수들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가게 된다. 이승우(왼쪽)와 문선민이 발탁된 배경이다.


누가 본선에 가게 될지는, 5월 21일부터 진행될 파주NFC에서의 훈련과 28일 온두라스전, 6월 1일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전의 경기력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전까지 이어질 치열한 내부 경쟁은 조직력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불안요소를 내포하지만, 선수들의 긴장감과 집중도를 극대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신 감독은 대회 직전 플랜A를 뒤집는 것에 대한 우려에 “리스크는 분명하게 있다”고 인정했지만, 당초 전력의 중심으로 생각한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 와중에 모험수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스웨덴과 첫 경기전까지 플랜A를 베일 속에 숨길 수 있다. 미진한 조직력에 스스로 무너질지, 상대의 허를 찌르고 깜짝 승리를 거둘지는 본선 첫 경기까지 진행할 4주 간의 훈련 성과에 달려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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