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승락이 세이브에 성공한 뒤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롯데 마무리 손승락은 투 피치 투수다. 패스트볼 아니면 컷 패스트볼(커터)만 던진다. 다른 구종은 거의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

올 시즌 패스트볼을 41.9% 던졌고 나머지 58.1%는 커터였다.

빠른 계열의 변화구(커터는 변화구는 아님)만 보유하고 있는 투수들은 느린 공 하나쯤 장착하라는 조언을 많이 받는다. 빠르기 일변도의 볼 배합은 패스트볼 타이밍에 나가다 걸릴 수 있는 확률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손승락의 커터는 평균 구속 138.8km의 수준급 스피드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손승락은 커터 하나만으로도 리그 최고 수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고 있다. 팀마다 마무리 투수의 부진으로 고민이 큰 상황에서 손승락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손승락의 커터에는 어떤 매력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커터의 무브먼트가 큰 선수들의 랭킹을 매긴 데이터다. 손승락은 일단 상하 무브먼트에서 금민철(kt)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금민철은 패스트볼이 자연 커터가 되는 유형의 투수로 무브먼트가 크게 생길 수 밖에 없다. 손승락은 실질적으로 진짜 커터를 던지는 투수 가운데 상하 무브먼트가 가장 많은 투수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좌우 무브먼트다. 손승락은 좌우 무브먼트에서 -2.18cm로 3위에 올라 있다.

커터는 주로 좌우로 변하는 구종으로 알려져 있다. 패스트볼처럼 날아오다 살짝 왼쪽(우 투수 기준)으로 휘는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방망이의 스위트 스폿을 빗겨 나가며 맞춰 잡는 구종으로 많이 활용된다.

손승락은 다르다. 커터가 상하좌우로 크게 움직인다. 맞추라고 던지는 공이 아니라 상대의 방망이를 피할 수 있는 구종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때문에 손승락의 커터는 헛스윙률이 43.7%나 된다. 국내 최고 수준의 상하좌우 무브먼트가 만든 결과다.

보통 커터를 노리고 치는 타자들은 공이 변하기 전에 맞히는 방식을 쓴다. 상하면 상하, 좌우면 좌우로 일정 부분 꺾이는 위치를 감으로 잡고 친다. 그 꺾이는 정도는 대부분은 좌우 무브먼트를 뜻한다. 하지만 손승락 커터는 이 예상이 의미가 없다. 일반적인 투수들의 커터와 꺾여 들어오는 각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승락은 마무리 투수다. 상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그러다 보니 손승락의 커터는 더 변화무쌍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표에서 알 수 있듯 커터가 상하좌우로 모두 많이 휘는 투수는 거의 없다. 켈리(상하 10위, 좌우 8위)정도가 이름을 올릴 수 있을 뿐이다.

손승락의 커터는 제구를 자신이 컨트롤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위력적이다.

손승락이 2스트라이크 이후 루킹 삼진을 이끌어 낸 그래픽이다.

관심을 두고 볼 내용은 좌타자 상대 그래픽이다. 손승락은 매우 많은 비율의 루킹 삼진을 백 도어 커터로 잡아냈다. 바깥쪽에서 바깥쪽으로 변하는 궤적으로 좌타자에게 매우 멀리 보이는 스트라이크를 만들었다. 좌타자 처지에선 손승락의 구종이 하나 더 있는 셈이다.

일반적으로 왼쪽으로만 휘게 하는 것도 힘든 일인데 여기에 바깥쪽 제구를 더했기에 좌타자를 상대로도 많은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바깥쪽 백 도어 커터가 손승락에게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을 1할8푼5리로 끌어내릴 수 있는 비결이 되고 있다.

"손승락의 커터는 알고도 못 치겠다"는 볼멘소리는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