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용덕 한화 감독.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용덕 한화 감독은 신중하고 진중한 성격을 갖고 있다. 생각이 깊고 고민의 크기도 큰 스타일이다.

하지만 그의 리더십은 성격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보여 주고 있다. 속내를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말을 붙이자면 '직설 리더십'이다.

그렇다고 아무 말이나 내뱉는 것은 아니다. 팀이 보다 강해질 수 있는 메시지를 골라 말하고 있다. 강도는 세지만 함부로 대할 수 없는 무게감을 갖고 있는 '직설'이다.

한용덕 감독의 직설은 팀 내 건전한 경쟁을 불러일으키는 데 활용되고 있다. 선수들의 가슴에 투혼을 지르기도 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2루수 정근우와 정은원에 대한 반응이 대표적인 예다.

한 감독은 정근우가 잇단 수비 실책으로 2군행이 결정된 뒤 "2군에서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새롭게 무장하고 오라는 의미에서 말소시켰다. 나이를 먹은 만큼 예전의 정근우가 아니다. 그에 맞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팀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베테랑의 2군행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보통이다. "생각이 많은 것 같다. 머리를 비우고 오라는 차원에서 보냈다"정도가 모범 답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 감독은 돌아가지 않았다. 정근우의 움직임이 둔해졌다고 직접 꼬집었다. 

그리고 정근우를 열흘이 지나 복귀 가능 시점이 됐는데도 올리지 않았다. "정근우가 공격은 되지만 수비가 아직 나아지지 않았다. 조금 좋아졌다고는 하는데 더 좋아져야 한다. 우리는 지금 수비로 버티고 있다. 수비가 되지 않으면 1군에 부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정근우의 퓨처스리그 타율은 5할2푼2리나 된다. 하지만 한 감독은 공격 쪽은 쳐다보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 한용덕 감독이 정은원을 맞이하는 모습. ⓒ한희재 기자

대신 빈자리를 채워 주고 있는 정은원에 대해선 한없이 부드럽다. 그가 첫 홈런을 치고 호수비를 한 뒤에는 "사랑하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내 가슴은 언제든 열려 있다"며 기특하다는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이 외에도 권혁, 송창식 등 2군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투수들에 대해서도 "지금 1군 투수 엔트리가 이상적이다. 아직은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읽혔다.

한용덕 감독도 한 시즌을 치르기 위해선 정근우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보다 준비가 잘된 상황에서 쓰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근우에겐 직설을 정은원에겐 격려를 보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 감독이 한화를 맡아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많은 전문가들은 '기존 전력에서 경쟁 구도를 만든 것'이라고 꼽는다. 음지에 묻혀 있던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려 기존 선수들과 경쟁을 하도록 만든 것이 지금까지는 잘 들어맞고 있다는 평가다.

그 속엔 한용덕 표 직설 리더십이 있다. 돌아가지 않고 가슴을 찌르는 한 감독의 한마디. 한화가 보다 강해지고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물론 직설 리더십은 언행이 일치돼야 하고 정도를 넘어서선 안된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 또한 기회는 공정하게 주어져야 한다. 초보 감독인 한 감독이 이 줄타기를 잘 해낼 수 있느냐에 남은 시즌 한화의 운명이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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