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타니 쇼헤이는 7일 캔자스시티전에서 오른손 물집으로 일찍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오타니 쇼헤이(에인절스)는 괴로운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어쩌면 2016년을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도 오른손 중지 물집이 말썽이다.

오타니는 7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경기에 선발로 나와 4이닝만 책임지고 교체됐다. 5회초 투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틴 말도나도가 구위에 이상을 감지해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오른손 가운뎃손가락 물집이 원인이었다.

더 던질 수 있다고 했지만 벤치는 선수 보호를 위해 교체를 결정했다. 오타니는 고개를 푹 숙였다. 자신에게 화를 내는 듯한 표정이 읽혔다. 물집 문제가 하루이틀 일이 아니기 때문일까.

오타니는 4월 11일 텍사스와 경기에서 대타로 한 타석만 출전했다. 9일 선발 등판 후 10일 경기 휴식은 루틴이지만 이틀 연속 선발 제외는 에인절스의 구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미국 현지 언론은 부상 우려를 원인으로 꼽았다. 지역 언론 오렌지카운터레지스터는 10일 오타니의 오른손 중지에 반창고가 붙어 있던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오타니는 스프링캠프에서도 물집 우려가 있었다. 찰리 나기 코치는 "큰 문제는 아니"라고 했다.

우려한 일이 터졌다. 18일 보스턴과 경기에서는 올 시즌 1경기 최소인 2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3실점한 내용도 그렇지만 물집이 더 문제였다. 오타니는 그 다음 경기인 25일 휴스턴전에서 5⅓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로테이션을 지킨다면 다행이다. 일본에서는 물집이 장기 이탈로 이어지기도 했다. 2016년 7월 10일 지바 롯데전에서 물집이 터지고 피부가 벗겨지면서 일이 커졌다.

단순히 물집이 잡힌 정도라면 진물을 빼고 감염을 관리하는 정도로 끝날 수 있다. 그런데 물집이 터져서 피부가 벗겨지면 얘기가 다르다. 주1회 등판하는 일본 프로 야구의 선발 로테이션으로도 공백이 불가피해진다.

7월 24일 오릭스를 상대로 구원 등판했지만 선발로 복귀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올스타전에 선발투수로 뽑히고도 야수로 출전해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물집 자체보다 이를 의식해 투구 밸런스가 흐트러지면서 복귀가 미뤄졌다. 결국 약 2개월이 지난 2016년 9월 7일 지바 롯데전에서 선발투수로 돌아와 2이닝을 던졌다.

만에 하나 올해도 투구 공백이 길어진다면 2016년 그랬던 것처럼 타자 쪽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도 있다. 오타니는 이 2개월 공백기에 타율 0.311, 10 홈런을 기록했다. 그러면서 "던질 수 없다는 걸 아쉬워해도 달라질 건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라며 방망이에 더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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