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를 꺾은 일본
▲ 전임 할릴호지치 감독의 색깔을 버리고 빠르게 패스 축구로 회귀한 니시노 감독
[스포티비뉴스=월드컵 특별 취재팀 김도곤 기자] 니시노 아키라 감독은 베테랑의 힘을 믿었다.

일본은 19일 오후 9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르도비아 아레나에서 콜롬비아와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 리그 1차전에서 2-1로 승리했다. 가가와 신지의 선제골과 오사쿠 유아의 결승골로 승리했다.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에서 당한 1-4 대패를 설욕했다.

일본은 월드컵을 세 달여 앞두고 불협화음을 낸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는 강수를 던지고 니시노 협회 기술위원장을 후임에 앉혔다. 현장을 떠난지 꽤 된, 그것도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모험수였다.

니시노 감독은 빠르게 팀을 재정비했다. 한 방이 있는 강한 축구를 구사해 일본 색깔에 맞지 않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색깔을 지워나갔다. 과거의 패스 축구로 회귀한 것은 물론 할릴호지치 감독이 발탁을 기피한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오카자키 신지 등 옛 주력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이때문에 선수단 평균 연령이 올라가 '아저씨 재팬'이라는 조롱을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당장 성적을 내기 위해 일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패스 축구를 해야했고, 기존에 잘 알고 있는 선수들을 선발할 수 밖에 없었다.

평가전에서 문제가 터졌다. 스위스와 가나에 각각 0-2로 패했다. 총 4골 실점 중 2골이 후반에 나왔다. 선수들의 노쇠화로 체력 문제가 나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다.

이에 니시노 감독은 월드컵을 앞둔 마지막 평가전에서 수비진에 대폭 변화를 줬다. 포백에 사카이 히로키, 엔도 와타루, 우에다 나오미치, 쇼지 겐을 출전시켰다. 사카이는 28세, 엔도는 25세, 우에다는 23세, 쇼지는 25세로 전 경기인 스위스전의 나가토모 유토, 요시마 마야, 마키노 토모아키보다 어린 선수들로 구성했고 ,4-2 승리로 부임 3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하지만 니시노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다시 베테랑을 기용했다. 경험을 존중했다. 콜롬비아전에서 수비진은 나가토모, 요시다, 쇼지, 사카이가 출전했다. 나가토모와 요시다를 다시 투입했다.

중원은 시바사키 가쿠와 하세베 마코토라는 기존 선수로 짝을 맞췄고 공격 2선에 현재 일본 축구의 상징인 가가와 신지를 넣었다.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기용했다.

▲ 선발로 출전해 선제골을 넣은 가가와 신지(왼쪽)와 교체 투입돼 결승골을 도운 혼다 게이스케
선수들은 니시노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나가토모는 활발한 오버래핑과 적극적은 수비 가담으로 공수에서 활약했고, 요시다는 수비는 물론 높은 제공권을 바탕으로 세트피스에서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시바사키의 경기 초반 상대 선수에 발을 밟힌 여파 때문인지 전체적인 활약은 좋지 못했지만 후반 35분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교체 투입된 혼다 게이스케의 활약도 있었다. 후반 25분 투입된 혼다는 투입 3분 만에 날카로운 패스를 페널티박스 안의 오사코 유야에게 줬다. 오사코가 살짝 내준 공을 사카이가 슈팅으로 시도했지만 코너킥이 됐다.

이 코너킥이 결승골이 됐다. 혼다가 올린 크로스를 오사코가 헤더 마무리해 승리했다.

일본은 대회를 앞두고 '아저씨 재팬' 말고도 '게이스케 재팬'이라는 비아냥도 들었다. 할릴호지치 감독 체제에서 혼다는 끝없이 불화를 일으킨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할릴호지치 감독은 자존감이 강하고 본인은 당연히 대표팀에 선발되야 한다는 해외파 선수들을 제외하고 유망주 육성에 주력했다.

불화도 불화지만 할릴호지치 본인의 색깔인 피지컬 축구를 구사하기 위해 패스 중심의 전술에 익숙한 선수를 배제하다보니 혼다를 비롯한 오카자키 신지, 가가와 등이 제외된 측면도 있다.

콜롬비아전 후 니시노 감독은 이런 말을 남겼다.

"우리의 장점을 어떻게 낼 수 있을지 고민했다. 상대에 대한 대응만 하면 승리 확률은 낮아진다. 우리의 장점을 추구했다."

니시노 감독은 현재 상황에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을 빠르게 했고, 본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패스 축구로 회귀하면서 동시에 할릴호지치 감독이 배제한 옛 주축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콜롬비아전 승리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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