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멕시코전 한국의 큰 패배를 걱정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 ⓒ한준 기자
▲ 불안한 생각을 숨기지 못한 이영표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한준 기자] “해설을 하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없었어요. 내 해설이나 걱정했지. 경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 적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빼어난 예측력으로 ‘인간 문어’라는 별명을 얻은 이영표 KBS 해설위원. 멕시코와 경기를 하루 앞둔 22일(현지시간) 로스토프아레나에서 만난 이 위원에게 멕시코전 전방을 묻자 심상치 않은 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면서…”라며 말 끝을 흐렸다. 그는 차마 한국이 질 것 같다는 예상을 입 밖으로 명확히 표현하지 못했다. 그냥 지는 것도 아니고 크게 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위원은 “그렇게”나 “그런 일”이라고 표현했다.

이 위원은 해설위원 일을 시작한 이후 경기를 준비할 때 매번 자신의 해설 완성도에 고민과 걱정을 더 했다고 했다. 이제 경기인이 아닌 상황. 하지만 마이크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대표 팀 경기 결과에 대한 걱정이 든다고 했다. 

“내 해설을 경기보다 걱정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되는데…”

이 위원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막 전부터 멕시코를 가장 경계했다. 이 점은 박지성 SBS해설위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 축구의 두 레전드가 우려한대로 멕시코는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1차전에 제압하며 기세를 올렸다. 

이 위원은 꼭 잡아야 했던 스웨덴을 잡지 못하자 멕시코전이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이 위원은 당초 F조 결과를 1승 2무로 예상하며 16강에 가기를 기원했다. 사실 바람이 섞인 전망이었다. 한 축구계 유력 인사는 “솔직히 3전 전패로 16강 못 간다는 예상을 입 밖으로 말할 축구인은 없다. 16강에 간다는 생각으로 응원하며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했다.

대회 개막 전, 선수들에게 힘을 싣고 응원하기 위해 긍정의 전망을 내놓았던 이 위원도 멕시코와 독일전은 무승부를 최선으로 봤다. 그런데 스웨덴을 잡지 못하면서 최소한 두 팀 중 한 팀은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시급한 경기는 멕시코전이다.

이 위원은 멕시코와 경기는 한국이 스웨덴전처럼 라인을 내리고 신중한 경기를 하기 어렵다고 했다. 승리가 다급한 경기가 됐기 때문이다. 1승을 안고 있는 멕시코가 심리적으로 여유있고 유리하게 경기할 수 있는 상황이다. 멕시코가 독일에 패했다면 달려들텐데, 상황이 달라졌다.

이 위원은 “이번엔 수비할 때는 좀 내려왔다가, 상당히 좀 내려와 있다가, 조금 더 앞으로 무게중심을 해도 될 것 같다”고 멕시코전 한국의 경기 운영을 예상했다.

“골을 먹지 않고 골을 넣어야 하니까. 볼 빼앗앗을 때 얼마나 공격할 수 있냐가 중요하다.”

▲ 멕시코전 전망을 이야기한 이영표 위원 ⓒ한준 기자


이 위원은 한국이 스웨덴과 경기에 더 도전적으로 라인을 올려야 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스웨덴전에 물러선 것은 승점 3점을 따려고 한 것이다. 비기려고 한 게 아니다. 역습이 안된 게 문제다. 만약 안 물러섰다면? 끝나고 나니까 한 골 만 내준 게 아쉽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갔다면 그대로 골을 먹었을 것이다.”

사실 이 위원은 멕시코전도 한국이 라인을 높여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다만 상황이 달라졌기에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번에는 스웨덴 정도보다 우리는 좀 더 앞에서 경기해야 한다. 물러설 데가 없기 때문에. 이번에는 10미터 앞에 나가서 공격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게 해야 한다. 맞더라도 물러설 데가 없으니까. 나가야지.”

이 위원은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일’이라고 표현한 참패의 가능성을 우려했다. “하나를 잡으면 하나는 포기해야 하니까. 나가야 해야 하니까. 그런(참패의) 가능성이 있다.” 이 위원은 라인을 높이고 공격을 강화했을 때 득점해야 한다고 했다. 득점에 실패한 다음은 곧바로 위기다.

“나갔을 때 득점이 안되면 위험해요. 막고 때려야 하는데, 막고 때릴 시간이 없어요 우리는. 여기서 끝나면, 끝이니까. 사실은 막고 때리는 게 먼저죠. 상대 강하니까. 막은 다음에 때리는 게 맞는데 상황 자체가, 시간이 없으니… 모험을 할 수 밖에 없으니까.”

이 위원은 “무승부라도 하면 희망이 있어요. 무승부도 고무적이죠. 마지막 경기에 희망이 남으니까…”라고 했다. 통쾌한 반란을 꿈꾸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끈끈한 멕시코를 상대로 이기기 쉽지 않다는 게 이 위원의 솔직함 심정이다. 과연 한국은 멕시코전에 어떤 결과를 받아들까.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24일 0시 킥오프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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