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스토프나도누의 한국교육원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이 600여명이다. 오른쪽은 백두성 강사.
▲ 로스토프 공항 입국장에서 한국어 자원봉사 중인 안나씨


[스포티비뉴스=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 한준 기자] “한국에서 오셨나요? 도와드릴 일이 있나요?”

로스토프나도누는 일정의 시작부터 한국을 반겼다. 멕시코와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2차전 취재를 위해 21일 로스토프공항에 내리자 마자 러시아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다음에 한국어로 된 환영 인사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통상적으로 해외 여행 인구가 더 많은 중국어, 일본어는 없었다.

“로스토프 지역을 방문해주신 것을 환영합니다.”

입국장에 들어서니 “나는 한국말을 할 줄 압니다”라는 한국어와 영어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러시아인 자원봉사가 안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 로스토프나도누에서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가 열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로스토프 지역에 애초부터 한국이 경기할 것을 예상하고 모든 것을 준비하기는 어렵다. 

▲ 로스토프공항에 착륙하면 만날 수 있는 한국어 환영문구


◆ 한국교육원 수강생 600여 명…히트상품은 밀키스

다음 날 한국과 멕시코의 공식 기자회견과 훈련 취재를 위해 시내에 나갔을 때도 한국인을 돕고자 하는 러시아 사람들과 마주칠 수 있었다. 빨간색 티셔츠에 ‘KOREA’를 새기고 태극기를 든 러시아인 리카(20) 씨가 무엇을 찾고 있느냐며 도움이 필요한 지 물어왔다.

이 자리에서 로스토프나도누의 돈기술국립대학교 한국교육원 강사로 일하는 백두성(46) 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백두성 씨는 로스토프의 한국교육원에 600여 명의 러시아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한국으로 취업하고자 하는 러시아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돈국립기술대학에 4만 5천여명의 학생이 다니는데, 한국교육원에 600여 명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곳이 오래전에 이주한 고려인 3만여 명이 살고 있어요. 공식적으로 인구가 120만인데, 220만 가량 살고 있는 러시아의 10번째 도시입니다.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어요. 여기선 밀키스의 인기가 높습니다.”

로스토프나도누에는 롯데와 오리온 등 제과업체가 진출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라면 도시락과 초코파이가 러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로스토프에서는 품목이 더 많고 인기도 높다.

돈국립기술대학의 한국교육원 외에도 이 지역 다른 대학교의 언어학과에도 40여명의 학생, 경제대학에도 80여 명의 학생이 한국어를 공부할 정도로 로스토프나도누에는 한국에 관심을 가진 러시아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피가 섞인 고려인 외에 순수 러시아 인들도 한국 문화와 한국 취업에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교육원을 다니는 고려인 스베타(20) 씨도 "한국에 가보고 싶다"며 웃었다.

▲ 팬페스트 현장에서도 한국어 지원 자원봉사를 하는 한국교육원 학생들


◆ BTS가 되살린 한국에 대한 관심, 문재인 대통령이 회복한 정부지원

최근 한국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것은 물론 케이팝의 인기다. 이날 만난 리카 씨도 “한국 문화, 한국 노래 좋아요. BTS를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빌보드 1위에 등극하며 세계를 놀라게 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러시아에서도 대단했다. 한국의 베이스캠프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파르타크 훈련장에서 만난 자원봉사자도 BTS 팬이라며 한국을 응원한다고 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지역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연결 고리를 유지시킨 힘은 정치에도 있다. 로스토프의 한국교육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들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에 지원이 끊겨 폐쇄될 뻔했다는 후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다시 활기가 돌고 있다.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방문해 응원할 예정이기도 하다.

로스토프 현지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경기장으로 가기 위해 탄 택시에서 택시 기사는 “한국 대통령이 이곳에 온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그는 “푸틴 대통령과 만난다고 들었다”며 정치에 관심이 높은 모습이었다. 

백두성 씨는 월드컵 특수와 케이팝, 그리고 정치적 지원까지 더해져 로스토프와 한국이 긴밀하게 연결되고 교류할 수 있기를 고대했다. 지금도 한국에 가서 2주간 전통무용을 배우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 출신 학생들이 한국을 오가며 한국에 대한 꿈을 키우고 있다. 한국교육원에선 한국-멕시코전 응원 외에 한국 가요와 영화를 홍보하는 문화행사도 대회 기간 열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 사람들은 한국-멕시코전에 한국을 응원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현장에는 3만여 멕시코 팬이 압도적 응원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두성 씨도 “멕시코전 표값이 싼 게 30만원이다. 여기 사람들 월급이 60만원 정도라 사기가 어렵다. 그래도 가서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로스토프나도누 시민들은 한국을 응원하지만 스웨덴과 1차전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이 축구를 못하더라”는 반응이다. 멕시코는 독일을 격파하며 선전했다. 축구가 실력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다. 이날 한국 응원 규모는 3,000여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대한축구협회가 집계한 한국 팬ID 발급 인원은 900여명이다. 한국 원정팬에 로스토프나도누 현지인들의 지지가 한국 선수들에게 기를 전해줄 수 있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