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16년 만에 1라운드를 통과한 덴마크 선수들.
▲ 알란 지몬센은 ‘덴마크의 차범근’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의 차범근이 대표 팀 합류 여부로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던 데 반해 지몬센은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당연히 덴마크 대표 팀의 일원으로 출전했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북유럽의 작은 나라 덴마크가 2002년 한일 대회 이후 16년 만에 1라운드를 통과했다.

덴마크는 26일 밤(이하 한국 시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C조 조별 리그 프랑스와 3차전에서 0-0으로 비겨 승점 5, 조 2위로 16강에 올라갔다.

덴마크는 1차전에서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36년 만에 본선에 나선 페루를 1-0으로 꺾은데 이어 호주와 1-1로 비겨 16강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덴마크는 1986년 멕시코 대회 때 월드컵 본선에 처음 나선 이후 이번 대회까지 5차례 출전에 4번이나 녹아웃 스테이지에 오르는 실력을 발휘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에서는 16강전에서 스페인에 1-5로 크게 졌지만 조별 리그에서 서독을 2-0으로 꺾는 등 3승 9득점 1실점의 뛰어난 경기력을 보였다.

1998년 프랑스 대회에서는 조별 리그를 1승1무1패(1-0 사우디아라비아 1-1 남아프리카공화국 1-2 프랑스)로 힘들게 통과했지만 16강전에서 나이지리아를 4-1로 누르고 8강에 진출해 러시아 대회 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올렸다. 8강전에서는 대회 준우승국 브라질과 맞서 선제골을 기록하며 선전했으나 1-2로 졌다. 마이클-브라이언 라우드룹 형제가 이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2002년 한일 대회 때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개막전에서 세네갈에 0-1로 지며 조기 탈락한 A조에 들어 우루과이를 2-1로 꺾은 데 이어 세네갈과 1-1로 비겼고 프랑스에 2-0 결정타를 날렸다. 울산 대구 인천 지역 팬들은 TV로만 봤던, 빠르고 야무진 덴마크 축구를 직접 볼 수 있었다.

덴마크는 니가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리오 퍼디난드~마이클 오언~에밀 헤스키의 연속 골이 터진 잉글랜드에 0-3으로 져 한일 대회를 마무리했다.

덴마크는 월드컵보다 유로(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활약상이 더 빛난다. 1960년 출범해 2016년 프랑스 대회까지 15차례 열린 대회에서 7번 본선에 올라 우승 한 차례(1992년 스웨덴 대회) 3위 한 차례(1984년 프랑스 대회) 4위 한 차례(1964년 스페인 대회)를 기록했다.

덴마크는 올림픽에서도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성과를 거뒀다. 1908년 런던 대회에서 영국에 이어 준우승했고, 1912년 스톡홀름 대회에서도 역시 영국에 이어 은메달을 땄다. 1948년 런던 대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는데, 8강전에서 이탈리아를 5-3으로 꺾었지만 준결승에서 대회 우승국 스웨덴에 2-4로 져 3위 결정전으로 가 영국에 5-3 승리를 거뒀다.

덴마크는 1960년 로마 대회에서는 유고슬라비아에 이어 준우승하는 등 20세기 초부터 축구 강호로 이름을 날렸다. 최근 대회인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8강에 올랐다.

덴마크 축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알란 지몬센을 꼽을 수 있다. ‘덴마크의 차범근’으로 볼 수 있는 지몬센은 1972~73년 시즌 당시 서독 분데스 리가에 데뷔했다. 보루시아 MG에서만 7시즌 동안 178경기 76골을 기록했다. 지몬센이 FC 바르셀로나로 떠날 무렵 분데스 리가에 진출한 차범근이 리그 308경기 98골(모두 필드 골)을 기록했으니 지몬센과 차범근은 분데스 리가 최우수 외국인 선수로 바통을 이어받은 셈이다.

지몬센은 1977년 유럽 최우수 선수로 뽑혔다. 전해인 1976년 유럽 최우수 선수가 프란츠 베켄바워(서독)였고 이듬해인 1978년 유럽 최우수 선수가 케빈 키건(잉글랜드)이었으니 지몬센의 당시 위상을 짐작할 만하다.

1982년 FC 바르셀로나가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를 영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보유 상한선에 걸려 잉글랜드 디비전 2인 찰튼으로 밀려나는 불운을 겪기도 한 지몬센은 165cm의 자그마한 체구에 다부진 축구로 중·장년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지몬센은 또 컵 위너스 컵과 유러피언 컵 그리고 UEFA 컵 결승에서 모두 골을 넣은 유일한 선수이기도 하다.

1971년 프로에 데뷔했던 자국 리그 베일 볼드크룹으로 돌아가 활동하던 지몬센은 차범근의 대표 팀 합류 여부로 국내에서 찬반 논란이 일었던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덴마크 대표 팀의 일원으로 출전했다. 당시 34살로 주전으로 나서지는 못했지만 2-0으로 이긴 서독과 조별 리그 3차전에 교체 멤버로 출전해 조국의 첫 월드컵 본선 출전 대회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겼다.

2018년 4월 추정치 인구 578만 명의 덴마크는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 무대에서 100여년에 걸쳐 맹활약하고 있으며 우수 선수를 유럽 각국 리그에 꾸준히 보내며 축구 '강소국'으로서 면모를 유감없이 펼치고 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23명 가운데 자국 슈퍼리가 선수는 2명뿐이고 21명은 잉글랜드 스페인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여러 클럽에서 뽑혀 대표 팀 유니폼을 입었다.   

덴마크는 옛 유고슬라비아의 축구 전통을 이어 가고 있는 크로아티아와 다음 달 2일 새벽 8강 티켓을 놓고 겨룬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