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을 앞두고 유례없이 소극적인 회견을 했다 ⓒ한준 기자
▲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신태용 감독의 멘트가 트릭이길 바랐다. ⓒ한준 기자


[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시간이 지나면 조직력이 좋아질 수 있지만 그 팀이 바로 디펜딩 챔피언이다 보니까… 아무리 조직력으로 우리가 부딪혀도 독일이란 벽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란 느낌이 든다.”

독일과 2018년 러시아 월드컵 F조 3차전 경기를 하루 앞둔 현지 시간 26일 카잔아레나. 앞선 두 경기와 달리, 비좁은 편이었던 카잔 아레나 회견장에 모인 한국 취재진은 신태용 감독의 한마디 한마디에 술렁였다.

출정식에서 “통쾌한 반란”을 말했고, 항상 자신감으로 무장했던 ‘난 놈’ 신태용 감독은 2연패 이후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독일을 두 골 차로 꺾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잡아주면 16강전에 진출할 수 있는 상황. 실낱 같은 경우의 수를 신 감독은 크게 보지 않았다.

그는 이 기회를 “1%의 희망”이자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표현으로 말했다. 부상 선수 발생으로 “오기 전에 반은 잃고 왔다”는 신 감독. 새 판을 짜고 한 달의 시간이 지난 지금, 평가전 4경기와 본선 2경기를 치른 지금쯤이면 팀은 본 궤도에 오르지 않았을까? 스포티비뉴스가 공식 회견에서 신 감독에게 물었으나 이 질문에 신 감독은 확신을 내놓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면 조직력 좋아질 수 있지만, 상대할 팀이 바로 디펜딩 챔피언이다 보니까… 아무리 조직력으로 우리가 부딪혀도 독일이란 벽을 쉽게 넘지 못할 것이란 느낌이 든다. 손흥민 선수도 얘기하고 코칭스태프 얘기하고 1%의 희망을 놓지 않고 투혼을 발휘해서 반전의 기회를 만드는 유종의 미를 거두는 걸 생각하고 있다. 사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력 많이 좋아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가 지날수록 생각지 않은 부상 선수가 나와서 그런 부분은 힘들어지고 있다.”

조직력이 올라왔지만 상대 팀이 너무 강하고, 부상 선수까지 발생해 어렵다고 토로한 신 감독. 벽을 넘지 못할 것 같다는 표현은 동석한 손흥민을 비롯해 이 기자회견을 기사를 통해 보게 될 선수들에게는 긍정적 영향을 주기 어렵다. 신 감독은 독일전 전략에 대해 “그건 우리의 마지막 절규”라며 이기기 위해 밝히지 않겠다고 했지만, 그의 표정에 자신감은 사라져 있었다.

회견이 끝나고 만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경기 전 기자회견은 팬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선수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한데…”라며 “프로답지 못한 회견이었다”는 말로 “약했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너무 독일을 크게 보고, 두려워한 느낌이 묻어있던 회견. 

동석한 손흥민조차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로 독일을 꼭 잡는다는 확신을 하지 못했다. 대표 팀은 전반적으로 소심해져 있었다.

“트릭이라면 좋을 것 같다”는 이영표 위원. 밖에선 이렇게 말했지만 선수들을 자극하고 독일을 방심케해 휘몰아쳤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독일이 한국보다 강한 팀이라는 것은 전 세계가 아는 사실. 

요하임 뢰프 감독이 “두 골 차 이상 이기면 좋겠다”고 발언했는데, 신 감독은 “독일을 탈락시켜 보겠다”고 압박해볼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영표 위원은 “우리가 16강에 못 가는 것보다 독일이 16강에 못 가는 것이 세계적 파급력이 더 크다”고 했다. 심리전에서 독일을 자극하기 보다 방심하게 놔두는 게 더 옳은 판단일 수도 있다. 신태용 감독은 어떤 마음으로 독일전을 준비하고 있을까?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는 ‘신태용호’. 한국 시간 27일 밤 11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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