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첸틀라리 훈련장에서 독일전 마지막 훈련을 한 대표 팀 ⓒ대한축구협회

▲ 신태용 감독은 독일전에 절규라는 단어를 말했다 ⓒ연합뉴스


월드컵을 준비하기에는 24시간이 모자라다. 신태용호는 하루를 쪼개고 쪼갠 25시간으로 치열하게 준비 중이다. 오스트리아 전지훈련, 그리고 러시아 현장까지. '스포티비뉴스'가 밀착취재로 '신태용호 25시'를 전한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카잔(러시아), 한준 기자] “분위기 좀 그만 물어보세요.” 훈련장과 경기장 미디어센터에서 조준현 대한축구협회 언론담당관을 마주치는 기자들의 첫 번째 질문은 대부분 같다. “선수들 분위기는 어때요?” 초반 2연패. 청와대 청원게시판까지 점령한 비난 여론. 대표 선수들의 분위기 외에 별달리 물어볼 게 많지 않다. 

조준헌 미디어팀장도 그런 상황을 알지만 웃으면서 너무 많이 받은 질문에 고개를 흔들었다. 조 팀장은 “언제나처럼 선수들은 괜찮다. 잘 지내고 있다”고 했다. “2패 후 선수단 분위기를 많이 물어보시는데, 진 다음날은 후유증이 가지만, 두 번째 날이 되면 침울하지 않다. 2차전 다음 날은 패배의 후유증이 느껴졌지만 활기를 찾았다.” 

조 팀장의 전언이 아니라도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보여주는 웃음과 몸놀림은 내부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 하지만, 두 번의 패배가 남긴 상처. 멕시코전 패배 이후의 눈물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 26일 카잔아레나에서 공식 회견에 나선 손흥민은 면도를 하지 않은 채 초췌한 모습, 웃음기 없는 모습으로 인터뷰에 임했다.

2연패 이후 대표 팀은 내부적으로 단결하고 사기를 높이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대외적 장소에서는 분명 긴장감을 갖고 있다. 특히 비난이 거센 와중에 선을 넘은 기사도 쏟아지고 있어 언론 활동 과정에는 경계의 눈빛이 있다. 대표 팀은 내부적으로 미소를 찾았지만 공식적으로는 굳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경험한 이근호 KBS 해설위원은 “그때도 선수들끼리 분위기는 좋았다. 사실 그 이후로도 대표 팀은 소집할 때마다 늘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데 막상 경기를 하면 졌다”고 했다. 선수들 내부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 분위기마저 안 좋았다면 경기는 더 안 좋았을 것이다.

멕시코전 이후 대표 선수들은 신체적, 정신적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멕시코전에 깜짝 선발한 문선민은 24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진행된 회복 훈련을 수영장에서 했다고 전했다. 35도 무더위 속에서 멕시코전을 치른 대표 팀은 마찬가지로 무더위가 예보된 27일 독일전도 수분 보충에 신경 쓰고 있다.

“선수들 모두 경기 전에 수분 보충 많이 하려고 물을 자주 마시고 있다. 경기 전날은 더 더웠다. 미리 물을 많이 마시고 있다.”

문선민과 더불어 25일 베이스캠프에서 진행한 마지막 훈련 전에 인터뷰한 주세종은 독일의 결과로 생긴 1%의 16강 희망을 비행기에 내려서 알았다고 했다. 대표 팀은 멕시코전을 마치고 곧바로 23일 밤 11시 비행기를 타고 새벽 1시 너머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 독일-스웨덴전 결과를 알지 못했다. 스웨덴이 이기거나 비기면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 됐다. 

“경기 결과를 비행기에서 내려서 알았다. 대부분 다 비행기 내려서 알았을 것이다. 일단 항상 감독님도 말씀하시고 모든 사람 말하시듯이 1%의 가능성만 있어도 도전하는 게 스포츠다. 그게 인간의 생활이다. 그런 부분에서 우리한테도 어느 정도 기회가 있다. 확률 높지 않다고 하지만 주어졌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독일의 지난 2경기를 분석한 거로는 공격적으로 많이 나온다. 특히 우리 경기에선 골을 넣어야 16강에 갈 수 있기 때문에 뒤쪽 수비 공간이 비는 부분을, 우리가 수비 탄탄하게 하다가 선민이나 승우나 스피드 있는 선수들이 카운터 쳐준다면 우리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 부상 중에도 주장 역할에 전력을 다하는 기성용 ⓒ대한축구협회

이 희망이 선수들을 더 긴장하고, 다시 분위기를 높이게 하는 동력이자 근거가 됐다. 1994년 미국 월드컵 독일전에 출전해 전반전 0-3 열세, 후반전 2-3 추격을 경험한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경기장 안에서 분위기는 결국 선수들이 잡아야 한다. 옆에서 어떻게 해주기 어렵다. 선수들끼리 해야 한다”고 했다. 주장 기성용, 베테랑 박주호는 부상 중에도 훈련장을 찾아 선수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기를 불어넣고 있다. 

72시간 동안 대표 팀은 회복하고, 사기를 높이고, 독일을 분석했다. 신태용 감독은 준비 시간이 충분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독일의 축구를 조추첨 끝나고 분석했고, 1,2차전을 분석했다. 그렇지만 시간적 여유가 독일도 마찬가지지만 상트에 가서 회복훈련하고 어제 가볍게 훈련하고 오늘 훈련하고 내일 경기다. 사실 독일을 이기기 위한 조직적 전술은 시간이 좀 부족했다.”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준비 시간이 충분치 않은 만큼 우리가 잘하는 것으로 준비해서 나가야 한다고 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은 없다. 신 감독도 독일이 강하다는 것을 인정했고, 손흥민도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했다. 대표 팀은 솔직히 독일을 잡아보겠다는 패기를 보이지 못했다. 신 감독은 “마지막 절규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했다. 

대표 팀은 26일 오전 카잔으로 이동했다. 당일 오후 갑작스런 우박으로 카잔아레나에서 최종 훈련을 해보지 못했다. 독일도 마찬가지인 상황. 여러 변수가 얽혔다. 신태용 감독이 월드컵 일정 기간 가장 많이 꺼낸 말은 "동은 둥글다"는 것이다. 누구의 골문으로 굴러 들어갈까. 

▲ 초췌한 모습의 손흥민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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