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용은 수영 선수에서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7살 때부터 수영을 배웠고 선수로 성장했다. 주 종목은 100m 자유형. 중학교 3학년 때 1분 1초를 끊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키가 크지 않았다. 181cm에서 멈췄다. 수영 선수로선 단신이었던 박준용(27, 코리안 탑팀/㈜성안세이브)은 졸업을 2개월 앞둔 고등학교 3학년 12월 해병대에 들어갔다.

전역 후 새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낯설지만 가슴 뛰는 운동을 만났다. 물살이 아니라 상대와 거리를 갈라야 하는 종합격투기에 풍덩 빠졌다.

그 마력 같은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2012년부터 기본기를 배워 2013년 12월 프로로 데뷔했다.

첫 경기에서 베테랑 김재영에게 압도당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자신의 방식대로 싸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그에겐 남다른 재능이 있었다. 수영에서 키운 근력과 유연성이 케이지 위에서 빛을 발했다.

종합격투기는 수영과 달리 체급 경기다. 웰터급(77kg) 또는 미들급(84kg)에서 181cm의 키가 단점이 되진 않았다. 체급 선수들에 비해 팔다리도 긴 편이었다.

성장판은 야속하게도 진작에 닫혔다. 그런데 파이터의 성장판은 막 열리기 시작했다. 국내 종합격투기 단체 TFC를 기반으로 중국·카자흐스탄·러시아·괌을 돌며 경험을 쌓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뛰어난 자질에 코리안 탑팀의 강한 훈련이 주입됐고, 어느덧 국제 경쟁력을 갖게 됐다. 지난 7일 대만에서 열린 RFC 2에선 UFC 진출 가능성이 있던 유럽의 강자를 보기 좋게 꺾었다.

핀란드의 글렌 스파브(29)는 18승 4패로, 최근 5연승을 달리던 유망주. 그러나 '떡밥' 취급받던 박준용에게 제대로 물렸다.

경기는 일방적이었다. 박준용은 타격전에서 스파브를 계속 두들겼다. 경기 후 스파브의 얼굴 전체가 피멍으로 물들 정도였다. 이견이 없는 박준용의 3-0 판정승.

6연승을 달려 종합격투기 전적 9승 3패가 된 박준용은 "현지에서 '떡밥(?)' 취급당해서 확실하게 보여 줬다"며 웃고 "난 맞은 곳이 없다. 멀쩡하다. 상대가 날 이겼다면 UFC에 진출할 수 있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여러모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준용이 무서운 이유는 때와 장소,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 출전 요청이 오면 무조건 '오케이' 사인을 낸다.

박태환처럼 되고 싶었던 박준용은 인생 2막에서 종합격투기 파이터로 커 가고 있다. 키가 크지 않아 물 밖으로 나온 수영 선수, 그런데 케이지 위에선 무서운 상어가 된다.

누구든 물어뜯을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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