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잉이 호쾌한 스윙으로 안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한희재 기자
▲ 호잉이 빠른 발을 앞세워 2루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한화가 전반기를 2위로 마칠 수 있게 됐다. 단일 리그로는 1992년 이후 무려 26년 만의 일이다.

모든 선수들의 힘이 모아진 결과다. 주축 선수가 빠졌을 땐 백업 멤버들이 모자란 부분을 채워가며 함께 이겨 나갔다.

한화는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없었던 팀이다. 다만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성공을 거뒀다. 에이스 샘슨과 외야수 호잉의 존재감이 컸다. 그 중에서도 MVP를 꼽으라면 당연히 호잉이다.

호잉이 한화에 일으킨 변화는 매우 컸다. 일단 외야 수비가 탄탄해졌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는 상대를 한 베이스 덜 가게 만드는 힘을 보여 줬다.

공격과 주루에서도 큰 힘이 됐다. 타격 전 부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이 한 가지 있다. 호잉의 성적이 톱클래스는 아니라는 점이다. KBO 시상 부문에서 타점 3위, 장타율 5위에 올랐을 뿐 나머지 부문에서 모두 5위권 밖 성적을 내고 있다.

타율 3할1푼9리도 타고투저 시대에 비춰 봤을 땐 아주 높은 성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시즌 초반 매섭게 내달리던 도루도 13개로 5위권 밖에 있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호잉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라는 점이다. 수치 이상의 무언가를 호잉은 보여 주고 있다. 숫자보다 잘하게 느껴지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왜 호잉은 실제 성적보다 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일까.

먼저 경기 후반에 강하다. 8회와 9회 타율이 모두 4할이 넘는다. 8회엔 4할1푼4리를 쳤고 9회엔 4할6푼4리를 기록했다.

올 시즌 한화는 역전승이 가장 많은 팀이다. 경기 후반에 갈수록 타선 집중력이 강해졌다. 그 중심에 호잉이 있었던 것이다. 경기가 끝나 간다고 여겨졌을 때 한 방씩을 쳐 주며 승부를 뒤집는 몫을 해냈다. 호잉이 더 잘하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아웃 이후에 강했던 점도 뺴 놓을 수 없다. 호잉의 2아웃 이후 타율은 3할2푼4리로 자신의 시즌 타율보다 높다.

특히 홈런이 많았다. 2아웃 이후 가장 많은 9개의 홈런을 쳤다. 2아웃은 끝낼 준비에 들어가는 시기다. 심리적으로도 득점이 나오기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럴 때 짜릿한 한 방을 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던 것이 호잉의 장기였다.

▲ 호잉이 경기 후 히어로 인터뷰를 마친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한희재 기자

주자가 있으면 더 강해졌던 것도 호잉의 인상을 강렬하게 만들어 준 이유가 됐다.

호잉은 만루에서 타율 4할(5타수2안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유주자 시 3할3푼3리(무주자 시 3할4리), 득점권 3할5푼4리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특히 21개의 홈런 가운데 14개를 주자가 있을 때 쳤다. 주자가 있을 때 치는 한 방은 폭발력이 배가될 수 밖에 없다. 호잉이 복덩이 활약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아 마땅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수비도 빼 놓을 수 없다. 호잉은 보살 1위를 달리고 있으며 그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주자들을 숱하게 보고 있다.

후반기 레이스도 전반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펼쳐진다면 호잉은 단 1개의 타이틀도 차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화가 지금 상태로 시즌을 마친다면 MVP는 단연 호잉이 될 것이다. 숫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그만의 알토란 같은 활약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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