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 결승에 오른 이대호(왼쪽)와 호잉. 이들의 손에서 30년 넘게 봉인 된 만루홈런이 터질 수 있을까      ⓒ스포티비뉴스 DB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올스타전이 벌써 37년째를 맞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온 것만큼 다양한 기록도 쏟아냈다.

홈런 안타 사구 볼넷 삼진 등 다양한 부문에서 다양한 기록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문은 바로 만루 홈런이다. 올스타전에서 만루 홈런이 나온 것은 프로야구 원년이던 1982년(김용희. 당시 롯데)가 유일했다. 이후 단 한 개의 만루 홈런도 나오지 않았다.

올스타전은 그동안 108개의 홈런으로 수놓아 졌지만 그 중 만루 홈런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3차전까지 치른 원년 이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실상 단일 경기 만루 홈런은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왜 올스타전은 유독 만루 홈런에 박했던 것일까. 과학적인 증명은 어렵겠지만 야구의 속성을 들여다보면 나름의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올스타전은 최고 타자와 최고 투수의 대결로 펼쳐지게 된다. 최고의 투수들이라 해도 타자가 세 번의 기회에서 한 번만 안타를 쳐도 성공으로 인정받기 때문에 투수가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최고의 타자들이 즐비하게 등장하는 올스타전서 만루 홈런이 적었다는 것은 그만큼 더 이상하게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일단 타자들에게 만루 상황이 잘 안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있다. 만루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볼넷은 빼 놓을 수 없다. 자신도 출루하고 선행 주자를 한 베이스씩 진루시킬 수 있는 볼넷은 만루를 만드는 데 매우 유용하게 쓰인다.

투수가 흔들려야 만들어지는 것이 볼넷이다. '흔들리는 투수=볼넷'이라는 공식은 야구계의 오랜 정설이다.

하지만 올스타전에선 볼넷이 그리 많이 나오지 않는다. 해에 따라 투수력이 많이 부족해 제대로 스트라이크를 못 던지는 경우가 있기는 해도 투수도 정면 승부를 피하지 않는 것이 올스타전의 기본 정신이다.

안타로만으로는 만루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 단타 3개로 만루를 만들 수는 있지만 보다 활력 있는 주루 플레이가 펼쳐지는 올스타전에서는 안타 3개에 1개씩의 진루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욕심이 지나친 것이 이유가 될 수도 있다. 올스타전 MVP에겐 푸짐한 상품이 주어진다. 그해 가장 빛나는 별이라는 훈장도 달게 된다.

만루 홈런보다 MVP에 가깝게 가는 길은 없다. 만루 홈런 한 방이면 충분히 유력 후보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흔치 않은 만루 찬스가 와도 힘이 너무 들어가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A팀 타격 코치는 "올스타전을 다녀오면 타자들이 스윙이 커져 그걸 바로잡는 데 땀을 흘려야 한다. 홈런 더비에 나간 선수들은 더 하다. 만루 홈런이 적었다는 건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랬다면 그 이유 중엔 타자들의 욕심이 분명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자기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지면 그만큼 기회에서 멀어지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