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둥 시내에선 높이 솟은 나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 반둥 시내에선 높이 솟은 나무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스포티비뉴스=반둥(인도네시아), 유현태 기자]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한국 남자 축구 대표 팀이 11일간 머물 반둥은 자카르타보다 여유 있는 도시다. 반둥이 행운의 '출항지'가 되길 기대해본다.

아시안게임 2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남자 23세 이하(U-23) 축구 대표 팀이 현지 시간으로 11일 밤 12시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수카르노하타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곧장 조별 리그가 벌어지는 반둥으로 이동했고 12일은 휴식을 취했다. 장거리 비행과 비행 직후 버스로 반둥까지 이동한 피로를 고려한 선택이다.

자카르타에서 반둥까지 거리는 어림잡아 150km 정도. 장거리 이동은 선수들에게도 부담이지만 사실 취재진에게도 부담이다. 

12일 오전 일찍 일어나 반둥행 기차를 탔다. 반둥까지 도착 시간은 어림잡아 3시간 하고 30분 정도. 반둥은 해발 고도가 700m이상 되는 곳이다. 지나치게 일찍 일어난 탓에 금세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분명히 조는 줄 알았는데 거의 1시간 반을 푹 자고 눈을 떴다.

차창 밖 풍경이 바뀌었다. 떠날 땐 회색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 밖에 보이지 않았다. 기차는 덜컹거리며 언덕을 올라가고 이젠 초록색이 눈에 띈다. 나무들도 눈에 띄고 논밭에서 농사짓는 사람들도 보인다. 자카르타에만 머물렀다면 인도네시아는 그저 '혼잡한 도시'로 기억에 남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잠깐이지만 인도네시아의 다른 모습을 목격한 것 같다.

▲ 반둥행 기차에서 보는 풍경.
▲ 반둥행 기차에서 보는 풍경.

그렇게 인도네시아의 '시골'을 지나 도착한 반둥은 자카르타와 다른 매력이 있다. 길가엔 자카르타에서 볼 수 없었던 거대한 가로수들이 있다. 한국에선 보기 드문 두꺼운 나무들이 도로를 따라 쭉 자라고 있다. 나무 꼭대기를 보려고 하면 고개를 들어 위로 20미터는 봐야 한다. 얼마나 튼튼하게 자라는지, 콘크리트로 다져놓은 인도가 자라나는 뿌리 때문에 곳곳이 부서져 내린다. 

인도네시아는 사실 목재 생산으로 유명하다. 인도네시아의 큰 섬의 이름을 딴 가구 브랜드도 있지 않은가. 반둥에서야 제대로 된 인도네시아의 나무를 목격한 것 같다.

날씨가 한결 시원한 점도 좋다. 가방을 매고 이리저리 뛰면 땀이 나지만, 느긋하게 걸으면 땀 나지 않고 움직일 수 있다. 자카르타는 도시의 열기로 뜨겁지만 반둥은 한결 시원하다. 워낙에 고지대라는 점도 있지만, 나무가 아스팔트 도로를 가려주기 때문은 아닐까.

교통체증도 자카르타에 비하면 덜하다. 현지 택시 기사와 나눈 이야기에 따르면 주말에는 자카르타에서 휴일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붐비기도 한단다. 그래도 대표 팀이 이동에 스트레스를 받을 정도는 아니다. 13일 훈련장으로 이동하면서 경찰차와 경찰 오토바이의 에스코트를 받아 보통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불과 8분 만에 5km 거리를 이동했다고 한다.

이동할 땐 힘들었지만 도착하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있다.

▲ 반둥역에서도 아시안게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김학범호는 반둥에서 15일 바레인전을 시작으로 금메달을 향해 '출항'한다. 13일 '완전체'가 됐다.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을 마치고 손흥민까지 합류하면서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고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첫 훈련도 진행했다. 예상보다 서늘한 날씨에 선수단도 가볍게 몸을 풀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도시도 좋고, 선수단 분위기도 좋다. 이제 남은 것은 성적 뿐이다. 해외까지 나왔는데 우리나라 팀이 패하는 것을 보면 말을 잃을 수밖에 없다. 승리를 기대했을 때엔 더욱 그렇다. 지난해 3월 입사 뒤 첫 출장지는 중국 창사였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때였는데 0-1로 중국에 패하고 말았다. 아직도 중국 창사는 내게 '패배'로 남아 있다. 김학범호가 조별 리그를 훌륭한 경기력과 결과로 마쳐준다면, 자카르타로 이동해서도 승승장구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반둥은 평생 '행운의 도시'로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기억할 수 있길 기원한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