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시카 안드라데는 UFC 내 빈부격차 심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현실은 녹록지 않다. 케이지를 향한 함성과 반짝이는 조명, 비장한 글러브 터치만 떠올려선 곤란하다. 격투가는 격투만 준비하지 않는다. 그밖에 신경써야 할 구석이 생각보다 많다. 또 그 '구석'은, 대중의 예상보다 훨씬 처치곤란일 때가 많다.

UFC 여성 스트로급 2위 제시카 안드라데(27, 브라질)가 'MMA 민낯'을 입에 올렸다. 이 브라질 출신 격투가는 "UFC에서 13번이나 싸운 중견 파이터인 나도 스폰서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 연습 때 썼던 헤드기어까지 팔아야 할 정도로 재정적으로 쪼들릴 때가 있다"며 격투가로서 삶에 고개를 저었다.

안드라데는 31일(이하 한국 시간) MMA 파이팅과 인터뷰에서 "이 세계가 마냥 화려하지만은 않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파이터는 생각보다 몇 없다. 거의 모든 파이터가 스폰서를 얻기 위해, 트레이닝 캠프 차리는 데 필요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페이퍼뷰(PPV) 보너스를 받기 위해 분투하지만 그것은 정말 쉽지 않다. 그래도 우린 뚜벅뚜벅 (격투가 길을) 걷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때때로 UFC가 요구하는 로고 박힌 티셔츠와 가방, 글러브를 팔기 위해 몸을 던져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돈을 지급받는 처지라 단체를 상대로 대다수 파이터는 철저한 '을'이다.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다.

안드라데는 "경기를 못했을 때 소득을 바라는 게 아니다. 승리했을 때, 또는 승패를 떠나 훌륭한 경기력을 보였을 때 (UFC를 비롯한) 단체나, 주 정부, 시(市) 단위 체육협회에서 인센티브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늘 생각한다. 격투 스포츠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 리그가 (이런 면이) 부족한 것 같다. 그저 500레알(브라질 화폐단위, 약 120달러)만 지원해줘도 삶의 질이 크게 달라진다. 월말에 크게 '웃을 수 있는' 액수"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개선을 원한다. 더 좋아져야 한다. 한창 돈이 없을 땐 케이크를 굽고 팔기도 했다. 난 항상 강한 사람이고 사람들 눈에도 강한 파이터로 비쳐진다. 그래서 (격투가로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입밖에 꺼내기가 쉽지 않다. 어머니는 물론이고 내 스승인 길리아드 파라나한테도 말하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할 수 있는 건 해야한다. 경기를 준비하는 데 장비까지 팔아야하는 건 슬픈 현실이다. UFC를 비롯한 여러 격투 단체에 존경심이 있고 깊이 감사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웃을 수 있도록 교정이 필요한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UFC는 세계에서 가장 승승장구하고 있는 격투기 단체다. 2016년 6월 미국 유력 매니지먼트사 WME-IMG에 4억 달러(약 4,452억 원)를 받고 인수됐다. 이 인수에는 중국 완다 그룹, 텐센트 홀딩스, 크래프트 그룹 등 '큰 손'들이 대거 참여했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풍부한 단체로 평가 받고 있다. 당시 데이나 화이트 대표는 UFC 가치가 2년 안에 7억 달러(약 7,792억 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호언했다. 격투계를 넘어 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잠재성을 보유한 이익집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파이터 처우는 폭발적인 UFC 성장세와는 별개다. 오히려 부익부빈익빈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대부분 파이터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옥타곤에 오르고 있다.

안드라데는 에피소드 하나를 털어놓았다. 그는 "(평소 알고지내던) 코치가 내게 말했다. '넌 지난해 100만 레알(약 24만 달러)을 벌었잖아. 그런데 왜 볼멘소리야.' 웃으며 받아쳤다. '거짓말이에요. 난 그런 돈 만져본 적도 없어요. 훨씬 적게 받으면서 싸웠지(웃음).' 농담처럼 주고받았지만 가까운 지인도 그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할 때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얼마나 더할까"라고 밝혔다. 

대중이 바라보는 시선과 실제 사이에 간극이 상당히 크다고 강조했다. 안드라데는 "내가 UFC에 처음 들어갔을 때 코딱지만한 PPV 보너스를 받았다. 그게 전부였다. 그럼에도 그 돈이 내게 정말 큰 도움이 됐다. 데뷔전을 치른 뒤 (스폰서와 파이트머니, PPV 러닝개런티 등을 합쳐) 8,000달러를 받았다. 너무 적다고 느껴지는가. 그래도 난 그 돈을 받고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처우가 필요하다. 그래야 할 시점이라고 믿고 있다"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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