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자카르타(인도네시아) 영상 배정호 기자, 아시안게임 특별취재팀, 조영준 기자]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대표 팀에 보탬이 된다면 뛰고 싶은 생각이 있네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남녀 배구 대표 팀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땄다. 2일 열린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팀 승리를 이끈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은 현재의 아쉬움보다 찬란한 미래에 기대를 걸었다.

▲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에서 동메달을 딴 김연경(오른쪽)과 양효진 ⓒ 연합뉴스 제공

남자 대표 팀은 1일 열린 아시안게임 결승전에서 '아시아 최강' 이란에 0-3(17-25 22-25 21-25)으로 졌다. 아시아를 넘어 세계 정상급 팀과 경쟁하는 이란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준비한 대표 팀 선수들은 모두 금메달이 절실했다. 병역 면제란 특혜도 있었지만 2006년 도하 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뜨거웠다.

문성민 전광인(이상 현대캐피탈)은 물론 젊은 선수들이 조화를 이룬 대표 팀은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진운이 좋았던 행운도 따랐지만 무섭게 성정한 아시아 국가들의 추격을 따돌렸다. 특히 조직력이 인상적이었던 대만과 준결승전에서 한국은 풀세트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한배구협회는 처음으로 감독 전임제를 시도했다. 남자 대표 팀 지휘봉을 잡은 김호철 감독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앞으로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는 일은 이른 시간에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감독은 한국 남자 배구의 성장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며 팀을 조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 네이션스리그(이하 VNL)에서 쓴맛을 본 한국은 아시안게임에 집중했다. 이란이라는 높은 장벽이 있지만 해낼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고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는 김호철 남자 배구 대표 팀 감독 ⓒ 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공격력과 높이는 물론 서브와 파워에서 한 수 위였던 이란의 벽을 넘지 못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은 이번 대회 준비 과정은 힘들어했지만 그래도 많이 노력했다. 운도 따라주면서 결승까지 왔는데 그래도 선수들이 열심히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그는 비록 목표인 금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찾은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지난겨울부터 김 감독은 국제 대회에서 경쟁력을 갖춘 젊은 선수들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시간이 날때마다 대학 팀은 물론 고등학교 경기까지 관전하며 기대주 발굴에 나섰다. 이미 예전부터 해야 했을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진주 찾기는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새롭게 발굴한 젊은 선수들을 올 겨울부터 조련해 볼 예정이다. 그는 "대학 리그가 끝나면 겨울에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 선수들을 테스트해보고 대표 팀의 미래를 위해 육성해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여자 대표팀은 4년 전 인천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에서 2연패에 도전했지만 결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태국에 발목이 잡혔다. 한국은 지난달 31일 열린 태국과 준결승전에서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아쉬움은 컸지만 이를 털어내고 값진 동메달을 거머쥐었다. 특히 꼭 이기고 싶었던 상대인 일본을 잡았다.

태국 여자 배구는 오래전부터 적극적인 지원 속에 강팀으로 성장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선수들은 어느새 노장이 됐다. 이들은 오랫동안 다져온 조직력을 앞세워 일본과 한국을 모두 꺾었다.

▲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배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뒤 기뻐하는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연합뉴스 제공

여자 대표 팀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김연경의 의존도를 줄이고 탄탄한 조직력을 완성하는 것이다. 주전 선수인 양효진(현대건설)은 김연경과 2012년 런던, 2015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경험했다. 또한 세터 이효희와 박정아(이상 한국도로공사) 김수지 김희진(이상 IBK기업은행) 이재영(흥국생명)은 인천 아시안게임과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뛰었다.

이들의 호흡이 원만하게 이뤄질 때 한국은 세게 정상급 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치렀다. 정호영 박은진(이상 선영여고) 등 젊은 선수들의 성장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김연경은 "10년 넘게 대표 팀에서 뛰었다.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선수들이 잘 뛰어주고 고생도 했다"며 동료를 다독였다.

올해 여자 대표 팀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시안게임보다 더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경우 도쿄 올림픽 출전할 FIVB 랭킹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두 번의 올림픽을 경험한 김연경은 "도쿄 올림픽까지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노력하겠다. 팀에 보탬이 된다면 뛰고 싶은 생각이 있다"며 희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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