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와 수원 임상협이 맞선 가운데 슈크랄라 주심이 이를 제지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2일과 3일 한국과 일본에서 열린 야구 축구 경기에서 폭력 사태와 사실상 폭력 사태인 더티 플레이가 잇따라 벌어져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경기장 폭력은 어떤 이유를 들어도 추태(醜態, 더럽고 지저분한 태도나 짓)일 뿐이다.

3일 경기부터 본다.

K 리그 수원 삼성과 J 리그 가시마 앤틀러스는 이바라키현 가시마시 가시마 사커스타디움에서 201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결승행 티켓을 두고 겨뤘다. 가시마는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역전 골에 힘입어 3-2로 이겼다.

수원 삼성이 2-1로 앞선 전반 막판 가시마 골문 앞에서 혼전이 벌어졌고 이때 가시마 골키퍼 권순태(전 전북 현대)가 수원 임상협을 머리로 받았다.

축구 팬들은 2006년 독일 월드컵 결승전에서 지네딘 지단(프랑스)이 마르코 마테라치(이탈리아)를 머리를 가격한 장면을 떠올렸을 듯하다. 이때 마테라치는 지단에게 지단과 그의 여동생에 대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지단이 흥분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있었지만 지단은 ‘당연히’ 퇴장당했고 수적 열세에 놓인 프랑스는 우승 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대회 이후 지단과 마테라치 모두 FIFA(국제축구연맹)로부터 벌금과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3일 경기에서 첫 번째 의문은 공을 다투는 과정에서 빚어진, 결코 거칠지 않은 몸싸움이 머리로 상대를 공격해야 할 만한 빌미가 되는 것인지이고 두 번째 의문은 이 상황이 옐로카드로 끝날 일인지다.

이 경기 주심은 바레인의 나와프 슈크랄라였다. 스포티비뉴스 조형애 기자는 이 경기 관련 기사 제목을 “'박치기' 권순태의 추태, 후반은 '보너스'였다”로 달았다.

3일 경기장 폭력 사태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인 반면 2일 경기장 더티 플레이는 여러 장면이 이어진 일종의 ‘시리즈 액션’으로, 굳이 따지자면 고의성이 3일 경기보다 더해 보였다.

▲ LG 트윈스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오른쪽)에게 KT 선발투수 김민이 2연속 사구를 던진 게 더티 플레이의 시작이었다. ⓒ 곽혜미 기자

2일 잠실 구장에서 열린 KBO 리그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팀간 시즌 15차전을 취재한 스포티비뉴스 김민경 기자가 살펴본 상황은 이렇다.

더티 플레이의 시작은 KT 선발투수 김민의 사구였다. LG 가르시아에게 1회와 3회 연달아 사구를 던졌다. 처음엔 팔꿈치 위쪽, 다음엔 머리와 가까운 등 쪽이었다.

이때까지는 고의성이 보이진 않았다. 김민은 이날 2⅔이닝 동안 4사구 6개를 기록할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가르시아는 2번 모두 조용히 1루로 걸어 나갔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3회말 1사 1, 2루에서 서상우가 유격수 땅볼로 출루할 때 1루 주자 가르시아가 2루로 깊게 슬라이딩해 들어갔다. 2루수 박경수가 다리를 들어 피하긴 했으나 충돌했으면 크게 다칠 뻔했다.

보복이 이어졌다. 5회초 무사 1, 2루에서 윤석민이 3루수 땅볼로 출루할 때 2루 주자였던 박경수가 정확히 3루수 양석환의 발목을 겨냥해 슬라이딩했다. 3루에 도달하기에 이미 늦은 상황에서 나온 무리한 슬라이딩이라 고의가 다분했다.

고의가 없었다면 양석환의 몸 상태를 살폈겠지만 박경수는 뒤돌아보지 않고 곧장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갔다.

양석환은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상황에 분이 풀리지 않은 듯했다. 6회말 1사 1, 2루에서 유강남의 투수 땅볼 타구 때 1루 주자였던 양석환은 KT 유격수 심우준을 향해 슬라이딩했다. 이 상황은 양석환의 수비 방해로 인정돼 이닝이 종료됐다.

어느 쪽이 먼저 이 상황을 만들었는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야구인들은 ‘동업자 정신’을 강조한다. 그런데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복 사구’는 벤치에서 나온다는 게 야구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동업자 정신’은 번지르르한 꾸밈말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프로 스포츠가 존재하는 필수 조건인 팬은 철저히 무시됐다.

김민경 기자가 받았다고 소개한 야구 팬이 보낸 이메일과 1981년 12월 11일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사단법인 ‘한국프로야구위원회’[→한국야구위원회(KBO)] 창립총회에서 있은 서종철 초대 총재의 취임사 일부를 이어서 소개한다.

"경기장에 어린이, 청소년도 있었을 거고, TV로 경기를 본 사람들도 많았을 텐데 씁쓸한 마음이 앞섭니다. 몸 맞는 공을 던졌다고 살인 태클을 하고, 똑같이 보복 태클을 하고. 잘잘못을 떠나 선수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태클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략)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꿈을 키워 주며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에게 밝고 건강한 여가 선용을 약속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후략)”

이 취임사는 1970년대 인기 스포츠 전문지인 ‘주간 스포츠’ 야구 기자 출신인 김창웅 KBO 초대 홍보실장이 작성했다. 국내 스포츠 프로화의 선두 주자 야구가 왜 위기인가. 이 땅에 프로 야구를 있게 한 이들이 남긴 말을 교훈으로 되새겨 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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