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권 ⓒ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파주, 김도곤 기자] "영권이 형 잘못 아니에요! 잔디 때문이에요!"

김영권 자신은 핑계라고 했지만 팬들은 따뜻하게 그를 감싸안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은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평가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역대 전적 1무 6패로 밀렸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훌륭한 경기력과 동시에 결과도 잡으며 우루과이에 첫 승리를 거뒀다.

경기 다음 날인 13일은 팬들과 함께 하는 오픈 트레이닝으로 훈련이 진행됐다. 지난 9월 A매치에서 많은 팬들이 찾은 오픈 트레이닝이다. 이번 오픈 트레이닝도 900여 명의 팬들의 찾아 달아오른 축구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우루과이전에서 한국은 딱 1실점했다. 실점 장면에 김영권이 있었다. 김영권이 공을 잡으러 가던 중 잔디가 파이면서 넘어졌다. 이때 흐른 공을 루카스 토레이라가 잡아 크로스를 올렸고, 마티아스 베시노가 골로 연결했다.

잔디 상태가 아쉬었다. 김영권의 축구화가 닿으면서 그 부분이 푹 파여 떨어져나갔다. 그러면서 김영권이 넘어졌다.

하지만 김영권은 잔디 탓을 하지 않았다. 경기 후 "명백한 내 실수다. 그 실수로 실점했다. 동료들과 팬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고 했다. 잔디가 아닌 본인의 실수라며 고개를 숙였다.

김영권의 실수가 있었다 치더라도 분명 잔디 문제도 있었다. 선수의 축구화가 닿자 그 부분의 잔디가 파인 정도가 아니라 떨어져 나간 것은 당연히 아쉬울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는 김영권
▲ 파주 NFC를 가득 메운 팬들
팬들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이날 오픈 트레이닝에는 많은 팬들이 파주 NFC를 찾았다. 훈련이 종료된 후 선수들의 사인회가 있었다. 팬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선수들이 사인은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아무래도 팬들이 많다보니 앞줄에 있어야 사인을 받는 것이 수월했다. 선수들이 뒤에 있는 팬들의 종이를 손을 뻗어 잡아 사인을 해줬지만 뒤에 있는 팬들보다는 앞에 있는 팬들이 선수들을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뒤에 있는 팬들은 큰 소리로 선수들에게 사인을 요청했다.

저마다 다양한 말로 선수들의 이목을 끌었다. 한 팬은 기성용을 향해 "기성용 선수! 저 ○○에요!"라는 우렁찬 목소리로 기성용은 물론 현장에 있는 팬들의 눈을 모두 모았고, 한 팬은 "저 거제도에서 왔어요!", 다른 팬은 "저 고3이에요!"라는 말로 선수들을 불렀다.

인상적인 팬도 있었다. 김영권을 향한 한 남성 팬의 사자후였다. 김영권이 사인을 해주기 시작하자 한 팬이 우렁찬 목소리로 "영권이 형! 영권이 형 잘못 아니에요! 잔디 때문이에요!"라고 크게 외쳤다.

주위에 있던 팬들은 물론 현장 관계자들, 선수들도 모두 깜짝 놀라며 돌아봤다. 이 남성 팬의 한 마디에 모두 웃음을 지었다. 팬들도 웃었고, 무엇보다 이 말을 들은 김영권은 쑥스러운 듯 수줍게 웃었다.

실수 한 번만 해도, 특히 국가 대표 경기에서 실수는 곧 엄청난 비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축구의 인기가 올라간 만큼 팬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실수를 비판하기보다 감싸고 따뜻한 응원의 말을 건넸다. 선수들 역시 파주 NFC를 가득 채운 팬들의 성원에 화답하며 오픈 트레이닝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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