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한화 김태균(왼쪽)과 정근우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 승리의 주역이 됐다.
[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아직 계륵이 아니었고, 뒷방으로 물러날 퇴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국가대표 출신 1982년생 동갑내기 김태균과 정근우가 벼랑 끝에 몰린 독수리 구단을 살려냈다. 수많은 전투를 치러온 역전의 용사 듀오가 승부의 분수령에서 결정적인 활약을 펼치며 11년을 기다려온 한화 팬들에게 가을야구 승리의 기쁨을 선사했다.

김태균은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팀의 첫 득점과 마지막 득점에 결정적으로 관여하며 4-3 승리의 주역이 됐다. 특히 9회에 결승타를 날리며 데일리 MVP에 올랐다.

1차전과 2차전을 모두 패해 한 번만 더 지면 보따리를 싸야하는 절체절명의 상황. 한화로선 어떻게 해서든 3차전에서 선취점을 내는 것이 중요했다. 2차전까지 벤치를 지키며 딱 한 차례 대타(1차전 삼진)로 나선 것이 전부였던 김태균은 이날 5번 지명타자로 이번 가을에 처음 선발출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는 2회초 선취득점의 연결고리를 만들었다. 선두타자 이성열이 볼넷으로 나가자 김태균은 넥센 선발투수 제이크 브리검을 상대로 좌전안타를 치며 팀의 첫 안타를 때렸다. 무사 1·2루의 찬스가 이어졌다. 위축돼 있던 한화 타선은 자신감을 찾았다. 이어 하주석과 최재훈의 연속 적시타가 이어지면서 한화는 2-0 리드를 잡았다. 김태균은 최재훈의 적시타 때 혼신의 힘을 다해 역주를 펼치며 팀의 두 번째 득점을 올렸다.

결정적인 한 방은 9회초에 나왔다. 3-3 동점으로 팽팽히 진행되던 상황에서 선두타자 호잉이 우전안타로 출루했으나 이성열의 3루수 땅볼로 선행주자가 아웃됐다. 1사 1루.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듯 가라앉는 순간이었다. 이때 김태균이 오른쪽 타석에 들어섰다. 넥센은 좌완 오주원 대신 우완 이보근을 투입했다. 여기서 ‘역전의 용사’ 김태균은 승부의 촉을 세웠다. 바뀐 투수의 초구. 바깥쪽 낮은 시속 144㎞ 직구였다. 기다렸다는 듯 후려친 타구는 드넓은 우중간을 갈랐고, 1루주자 이성열은 죽을힘을 다해 역주를 거듭한 끝에 홈에 슬라이딩을 하며 4-3으로 리드하는 득점을 올렸다. 승부는 이대로 끝났고, 김태균의 천금 같은 1타점 2루타는 결승타점으로 기록됐다. 한때 국가대표 4번타자. 준플레이오프 1차전과 2차전에서 덕아웃 뒤편에서 대타로 준비하는 신세로 전락했지만, 현실을 덤덤하게 받아들이며 벼랑 끝에서 선발출장해 반격의 승리를 이끌었다.

김태균은 이날 경기 후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고, 우리 팀이 허무하게 끝날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타로 준비한 1, 2차전이 체력적으로 더 힘들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으며 "계속 긴장을 하고 있었고 뒤에서 계속 준비하면서 스윙을 한 500개 한 것 같다. 1차전 끝나고는 한 것도 없는데 녹초가 됐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기다려준 팬들에게 "죄송했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매 시즌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겠다고 거짓말만 했던 것 같다. 2연패를 하고 나서도 '괜찮다'고 응원해주시는 것을 보고 괜히 '보살팬'이 아니구나 했다. 그래서 오늘 선수들이 더 힘낼 수 있었다. 원래 세리머니를 하는 편이 아닌데 환호하는 팬들을 보니까 나도 모르게 세리머니를 가장 크게 했다"며 웃었다.

▲ [스포티비뉴스=고척돔, 한희재 기자] 한화 팬들이 2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열렬히 응원하고 있다.
정근우는 공격에서는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수비 하나로 클래스를 증명했다. 3-3 동점으로 팽팽히 맞선 8회말 수비. 1사 후 투수 김성훈이 김하성과 임병욱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1사 1·2루 위기로 이어진 상황. 내일이 없는 한화는 마무리투수 정우람을 투입했다. 여기서 박정음이 정우람의 초구를 공략해 1루 선상으로 총알 같은 타구를 날렸다. 1루수 정근우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타구를 잡더니 스프링처럼 튀어올라 1루를 밟고 팽이처럼 돌아 2루로 공을 던져 더블플레이를 완성했다. 역대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는 국가대표 2루수 출신. 그러나 이제 익숙하지 않은 1루수로 변신해 팀을 위해 백의종군하고 있다. 이날 8회말 수비에서 미숙한 플레이가 나왔더라면 승부의 흐름을 단숨에 넘겨줄 수도 있었지만, 기막힌 호수비로 팀 승리의 발판을 만들었다.

어느덧 우리나이로 37세. 한때 그라운드를 호령한 국가대표 동기생이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이들은 서서히 전력의 중앙에서 가장자리로 밀려나고 있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 클래스는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은 결국 1982년생 동갑내기 맏형들이었다. 한화는 자칫 11년을 기다려온 '보살팬'들에게 허무한 가을을 안길 뻔했지만, 백전노장의 활약 속에 가을야구의 여운을 일단 하루 더 연장시켰다. 2007년 10월 12일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삼성에 승리한 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가을야구 승리의 맛을 4028일 만에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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