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관련 부대에 입소한 중국 U-25 축구 대표 선수단과 코치진 ⓒ티탄 스포츠
[스포티비뉴스=신명철 기자] 이런저런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도 좀체 발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국 축구가 최근 25세 이하 국가 대표 선수들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스포티비뉴스 이종현 기자가 쓴 기사에 따르면 중국 U-25 축구 대표 팀은 타이안시에서 군사훈련 입소식을 진행했고 선수들뿐만 아니라 코치도 삭발했다. 군사훈련은 이날부터 여러 주 동안 진행되는데 축구 훈련은 없다고 했다.

이 기사에 이어진 소식에 따르면 훈련 내용 가운데에는 ‘20㎞ 군장 행군’이 들어 있다. 군대에 다녀온 남자 축구 팬들은 다 아는 내용이지만 군장 무게가 만만치 않다. 중국 인민해방군 군장은 어느 정도 무게인지 알 수 없지만 한국군은 20kg 정도로 보면 될 것이다.

운동선수가 이 무게를 지고 걷거나 뛰는 건, 그리고 만약에 포장도로라면 이는 정말 무모한 일이다. 발목과 무릎에 상당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포장도로에서 8km 완전 군장 구보를 해 본 이라면 실감할 것이다.

이런 훈련 외에 매일 5㎞ 달리기도 한다고 한다. 이밖에 애국심을 드높이는 노래 배우기와 오전 6시 기상과 밤 10시 취침 같은 군인 일과와 다름없는 일정을 보내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국-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일본의 4강 대결로 좁혀진 2018년 19세 이하 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AFC U 19 챔피언십, 인도네시아)에서도 중국은 조별 리그 D조에서 1승 2패, 조 3위로 일찌감치 탈락했다. 요즘 아시아 지역 연령대별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타지키스탄에 0-1로 진데 이어 사우디아라비아에 또다시 0-1로 무릎을 꿇었다.

중국 축구가 발전을 위해 몸부림치는 상황을 보며 30여년 전 국내 프로 야구 태평양 돌핀스의 겨울철 극기 훈련 장면이 묘하게 겹쳐 떠올랐다. 지금의 중국이 그 시절 한국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한국 프로 야구사에서 1989년 시즌은 태평양 돌풍이 몰아친 해로 기록돼 있다. 잠시 그때 상황을 살펴본다.

그해 태평양은 김성근 감독 지휘 아래 팀 전력을 다져 정규 시즌 3위에 올랐다. 1982년 삼미 슈퍼스타즈를 시작으로 청보 핀토스를 거쳐 7시즌 동안 꼴찌를 5번이나 한 인천 연고 구단으로서는 감격할 만한 성적이었다.

관중은 전해 16만8,000여명에서 41만9,000여명으로 2.5배 정도 늘었다. 1983년 30승 투수 장명부가 일으킨 인천 야구 붐이 되살아난 것이다.

이런 도약에 대한 당시 해석 가운데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 “태평양의 급상승은 1989년 1월 오대산 극기 훈련을 통해 정신 무장을 단단히 다진데다 박정현(19승) 정명원(11승) 최창호(10승) 등 20대 초반 투수들이 팀 승리(62승)의 65%를 책임지며 마운드를 안정화한 것이 원동력이었다. 타자 가운데에는 타율 부문 20위 안에 든 선수가 한 명도 없었다.”

우수한 성적의 출발점을 정신력에서 찾은 것이다.

단일 리그제가 처음 시행된 그해 태평양은 정규 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와 겨룬 준플레이오프를 2승1패로 통과했으나 플레이오프에서는 마운드에 선동열과 조계현, 타석에 김성한 김종모 장채근 등이 버티고 있는 해태 타이거즈에 3패로 밀려 탈락했다. 경기력에서 태평양은 해태의 상대가 될 수준이 아니었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영하의 날씨에 오대산에서 6박7일 동안 실시한 극기 훈련에서는 이런 일화들이 있다.

선참 신입을 막론하고 선수들은 맨발로 눈밭을 걸었고 얼음을 깨고 계곡 물 안에 들어갔다. 얼음물 입수는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이어졌다. 심야에 눈길을 행군해 오대산 정상에 올라가기도 했다. 눈이 워낙 많이 오는 곳이니 키 작은 선수들에게는 그런 고역이 없었다.

오대산 극기 훈련을 따라온 하일성(작고) KBS 해설 위원과 김성근 감독이 겨룬 ‘얼음물 속에서 누가 오래 참고 견디느냐’는 내기도 있었다. 선수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진 내기에서 누가 이겼을까.

승자는 당시 47살의 김성근 감독이었다. 하일성 위원은 김성근 감독의 야구계 7년 후배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중국 축구가 30년 전 한국 프로 야구 구단과 같은 정신력 강화 훈련을 생각했을까.

이렇게 해도 안되고 저렇게 해도 안되는 중국 축구를 보면서 어떨 때는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군사훈련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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