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덴버(미국), 한희재 기자] UFC 파이트 나이트 139의 워크아웃이 9일(한국 시간) 미국 콜로라도 덴버에서 열렸다. 메인 이벤트를 장식할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덴버(미국) 김건일 기자] '덴버 트라우마'는 없다.

정찬성(31, 코리안 좀비 MMA)은 커리어 첫 연패 아픔을 안긴 도시를 8년 만에 다시 찾았다. 덴버는 WEC 시절 조지 루프에게 헤드킥 KO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곳.

"주변에서 (루프에게 KO로 졌던) 얘기를 많이들 하신다. 그게 (경기를 앞둔 지금 무의식적으로라도) 영향을 미치진 않을지 걱정하시는 것 같다. 오히려 이번 경기를 통해 그런 걸 깨고 싶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다짐했던 게 트라우마가 될 만한 걸 스스로 만들면 안 된다는 점이었다. 슬럼프로 이어질 요소를 아예 없애고 싶다. 이번 기회를 통해 확실히 (패배 악몽을) 깨버리겠다."

정찬성은 오는 11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덴버 펩시 센터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139 메인이벤트에서 야이르 로드리게스(26, 멕시코)와 주먹을 맞댄다.

SPOTV는 오는 11일 오전 8시30분부터 UFC 파이트 나이트 언더 카드를 생중계한다. 정찬성이 출전하는 메인카드는 11일 낮 12시 프리미엄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온(SPOTV ON)과 온라인 스포츠 플랫폼 스포티비 나우(SPOTV NOW)에서 생중계한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

- 감량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 궁금하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인 감량에 들어가지 않았다. 내일(9일) 하루 만에 감량할 생각이다. 나도 이번에 새롭게 시도하는 방법인데 지금 체력이 워낙 잘 준비돼 있어서 자신 있다. 6kg 정도를 쭉 뺄 것이다. 어제(7일)도 연어회랑 닭가슴살, 야채랑 고구마를 조금씩 먹으면서 훈련했다."

-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이 기억이 로드리게스 전에 영향을 미칠까?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오히려 이번 경기를 통해 그런 걸 깨뜨리고 싶다. 군복무를 마치고 나서 슬럼프나 트라우마 같은 걸 스스로 만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여지조차 남기지 말자고, 영향을 받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덴버 트라우마로 여길 만한 모든 요소를) 확실히 깨고 싶다."

- 미국 덴버는 평균 고도가 1,600m에 이르는 고산지대다. 실제 지역적 특성이 체감되는가?

"8년 전에 왔을 땐 지금보다 더 높은 곳(콜로라도주 브룸필드)에 있었다. 그때는 정말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적응이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브룸필드보다) 고도가 낮기도 하고 경기장 바로 옆에 숙소를 잡아 놓아서 예상했던 만큼 적응이 어렵진 않았다. 3주씩이나 일찍 올 필요는 없었던 것 같다(웃음). 2주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3주 전에 베이스캠프를 차려서 돈도 많이 쓴 걸로 알고 있다.

"어마어마하게 썼다(웃음). 정말 말도 안 되게 썼다. 팀원들 비행기 표와 숙식, 차 렌트비 등으로 엄청난 금액이 빠져나갔다(웃음)."

- 애초 상대가 프랭키 에드가여서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했을텐데 로드리게스로 바뀌어서 김이 좀 새지 않았나?

"맞다. 에드가 정도면 (이름값도 높고 하니까) 투자할 만하다고 생각했다. 또 이기면 타이틀전을 약속 받았으니까. 그래서 투자를 많이 했는데 사실 로드리게스가 원래 상대였으면 이 정도까진 돈을 쓰지 않았을 것 같다."

- 요즘은 상대가 바뀌면 거절하는 분위기가 UFC 안에서 대세다. 굳이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경기를 강행하지 않겠다는 흐름이 강한데 로드리게스 전을 승낙했다. 왜 그런가?

"일단 몸상태가 워낙 좋았다. 또 상대(로드리게스)가 싸운다고 제안을 수용했는데 내가 안 한다고 하면 자존심이 좀 상할 것 같았다. 약간 겁쟁이 같다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붙겠다고 뜻을 전했다."

- 애초 UFC로부터 에드가를 이기면 타이틀 샷을 주겠다고 약속 받았었다. 로드리게스 전을 이기면 타이틀전은 아니래도 다른 '선물'을 주겠다고 언질한 게 있는가?

"특별한 건 없다(웃음). 확실한 건 이번에 로드리게스를 이긴다고 타이틀전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처음엔 뭐라도 요구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에이, 그냥 가자' 마음을 고쳐먹고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

- 로드리게스와 8년 전 헤드킥을 내주며 완패했던 조지 루프랑 비슷한 스타일이란 평가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혀 다르다. 일단 로드리게스는 킥이 빠르다. 또 루프는 로드리게스보다 더 큰 키에서 나오는, 원거리에서 때리고 도망다니는 스타일인데 내가 이번에 붙는 상대는 조금 더 공격적으로 맞서는 파이터다. 스타일이 상당히 다르다."

- 이번 경기를 앞두고 가장 주안점을 둔 곳은 어디인가?

"빠른 킥 방어에 주안점을 뒀다. 로드리게스가 변칙적인 발차기를 잘 구사한다. 540도 발차기나 뒤돌려차기 같은 것. 이런 발차기는 스파링에서 자주 나오는 기술이 아니다. 그래서 경험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일주일 동안 (서진수, 홍준영 등 동료들로부터) 수없이 그런 발차기를 맞으면서 (몸을) 적응시키려고 했다. 얼마나 적응했는진 모르겠지만(웃음), 잘 될 거라고 믿고 옥타곤에 오르겠다."

- 태권도 기반인 서진수 선수가 로드리게스 대비 훈련에 큰 도움을 줬을 것 같다.

"그렇다. 서진수와 홍준영 선수가 고생을 많이 했다. 둘이 번갈아 스파링을 계속 들어와줬다. 나보다 더 고생했다. 이 자리를 빌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 언뜻 듣기로는 에드가와 조제 알도를 다음 상대로 생각해둔다고 들었다. 현지 언론 반응을 보니까 에드가보다는 알도가 조금 더 흥행성이 높을 것 같다란 의견이 많던데 개인적인 생각은 어떤가?

"상대는 내가 정하는 게 아니다. 알도든 에드가든 둘 다 괜찮다. 그런데 내심 에드가랑 더 붙고 싶은 게 분명 있다. 최근 4개월간 정말 미친 놈처럼 에드가를 연구했었다. 할 일 없으면 (에드가) 영상 보고, 틈나면 전략 짜고 수정하고. 실제 훈련에선 (고민했던 걸) 몸으로 실험해보고... 그렇게 4개월을 보냈다. 그런 흔적들을 꼭 한 번 에드가한테 써보고 싶다."

- 에드가는 지난해 5월 UFC 211에서 로드리게스를 말그대로 압도했다. 2라운드 종료 TKO승을 거뒀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게 참 신기한 게 (로드리게스는) 에드가한테 상성 면에서 취약했던 것 같다. (그렇게 완패할 파이터가 아님에도) 결과가 그리 나온 걸 보면 상성 문제라고밖에 생각이 안 든다. 격투기란 게 그렇다. 에드가가 로드리게스를 쉽게 이겼다고 해서 내가 로드리게스를 쉽게 이긴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오히려 나는 에드가를 좀 더 쉽게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나만의 감(感)이 있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아니다. 에드가보다 더 힘든 상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내년 2월 예정인 UFC 서울 대회 출전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는가?

"사실 에드가를 이기면 타이틀전을 준다고 해서 (이기고 난 뒤) 서울 대회는 출전 안 하고 타이틀전을 기다려야겠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에드가 전이 무산된) 지금은 내가 이기든 지든 서울 대회는 무조건, 무조건 꼭 뛰고 싶다."

- 등장 곡은 그대로 가는건가?

"노래는 똑같다. 회사(AOMG)에서 더 좋은 노래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냥 그대로 가기로 했다. 현재 등장 음악이 좀비 닉네임을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인 것 같다."

- 마지막으로 로드리게스를 '이런 방식으로 이기겠다' 각오 비슷한 예상을 한다면?

"이게 정말 어렵다(웃음). 내 생각으로는 걔(로드리게스)한테 큰 거 한 방 맞고 KO되지만 않으면 (이길) 기회는 (경기 중에) 정말 많이 올 것 같다. 일단 집중을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 1라운드든 5라운드든, KO든 판정이든 누가 승자가 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항상 생각하는 거지만 어떻게든 판정으로라도 반드시 이기는 경기를 하고 싶다. 오직 승리하는 그림만을 수없이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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