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의지(오른쪽 끝)가 홈런을 치고 돌아오는 정수빈을 맞이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 허경민(왼쪽)과 정수빈이 함께 기뻐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정)수빈아 고맙다."

두산 베어스와 SK 와이번스의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린 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0-1로 뒤진 8회 1사 1루 타석에는 2015년 한국시리즈 MVP 정수빈이 들어섰다. 두산 타선은 정수빈 타석 전까지 7안타를 때리고도 한 점도 뽑지 못하고 있었다. 정수빈은 타석에 들어서면서 '내가 분위기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우월 결승 투런포로 연결했다. 두산은 2-1로 역전승하며 시리즈 2승 2패 균형을 맞췄다. 

3차전까지 1승 2패로 몰린 두산 선수들은 모두 마음 한켠에 짐이 있었다. 평소라면 하지 않을 실책과 실수들이 나왔고, 안타가 나와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답답한 공격 흐름이 지속됐다. 그러다 보니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밖에 없었다. 

정수빈의 홈런 한 방에 두산 선수들은 그동안 삼켜온 울분을 모두 토했다. 정수빈은 그라운드를 도는 내내 두 손을 번쩍 들며 기뻐했다. 그는 "오늘(9일) 친 홈런이 가장 좋았다.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인데, 오늘 홈런 쳤을 때는 정말 좋아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가장 크게 기뻐한 선수는 조쉬 린드블럼이었다. 린드블럼은 7이닝 114구 1실점 역투를 펼치고도 패전 위기에 놓여 있었다. 린드블럼은 정수빈의 홈런이 터지자마자 더그아웃 앞까지 뛰쳐나와 어퍼컷 세리머니를 했고, 그라운드를 돌고 돌아온 정수빈을 꽉 끌어안았다. 

린드블럼은 두산 입단 이래 가장 행복해 보였다는 말에 "어떻게 흥분하지 않을 수 있겠나. 그 순간은 어린 아이가 된 것 같았다. 이래서 경기가 재미있다. 그런 중요한 순간에 정말 큰 홈런이 나왔다. 정수빈 덕분에 행복했고, 팀 덕분에 행복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내 야구 인생 최고의 장면들 가운데 하나였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평소 표정 변화가 없는 안방마님 양의지도 활짝 웃으며 정수빈을 맞이했다. 6회 무사 1루 기회에서 병살타를 친 미안한 마음과 1점 차 싸움에서 투수를 이끌어야 했던 중압감을 떨친 순간이었다. 양의지는 "병살타를 치고 나서 고개를 못 들고 있었다. 앞으로는 점수를 좀 내면서 편하게 수비를 하고 싶다"고 말하며 안도하는 숨을 내쉬었다.

▲ 원정 응원에 나선 두산 베어스 팬들도 정수빈의 홈런에 열광하고 있다. ⓒ 곽혜미 기자
1990년 트리오 허경민과 박건우도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친구를 꼭 끌어안았다. 허경민은 8회 무사 1루에서 번트 실패 후 유격수 땅볼로 출루해 마음이 무거운 상태였다. 허경민은 정수빈의 홈런이 터지자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허경민은 "정말 고마웠다. 정말 수빈이는 스타인 것 같다. 수빈이가 나와 우리 팀에 한번 더 기회를 준 것 같다. 정말 고맙다. 이제 나와 (박)건우가 살아나면 우리 팀이 조금 더 쉽게 경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무거웠던 두산 더그아웃 공기는 이제 조금 가벼워졌다. 두산은 홈인 잠실에서 최소 1경기는 치를 기회를 잡았다. 두산 선수들은 앞으로도 그라운드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팬들이 조금 더 따뜻한 응원을 보내주길 바랐다. 

양의지는 "팬들께서 추운데 응원을 크게 해주셔서 감사하다. 선수들도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질타보다는 격려를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선수들 다 한 경기 한 경기 몸이 부서질 것처럼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고, 린드블럼은 "원정을 마치고 잠실로 돌아갈 때 홈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채워 주셔서 지붕이 날아갈 정도로 큰 함성으로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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