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범근 전 감독(가운데)가 팀차붐플러스와 경기 뒤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프랑크푸르트(독일), 취재 유현태 기자, 영상 임창만 기자] 팀차붐플러스에게 차범근 전 감독이 뼈가 되고 살이 될 소중한 조언을 남겼다.

팀차붐플러스가 독일 원정에서 2연승을 달렸다. 팀차붐은 14일(한국 시간) 독일 에를렌세의 FC1906에를렌세 클럽하우스 구장에서 열린 다름슈타트SV 유소년 팀과 경기에서 8-1로 대승을 거뒀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압도했다. 한 수 위의 기술과 신체 능력을 뽐냈다. 1대1 상황에서 절대 우위에 서면서 경기를 쉽게 풀었다. 킥오프 10분 만에 두 골을 넣으면서 초반 기세도 완벽하게 잡았다. 2003년생으로 꾸려진 팀차붐과 비교해 2004년생이 출전한 다름슈타트는 뚜렷한 장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만족하긴 이르다. 경기를 관전한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소년 아카데미의 아민 크라츠 디렉터에게 솔직한 평가를 부탁했다. 프랑크푸르트는 팀차붐의 다음 상대다. 크라츠 디렉터는 "팀차붐이 기술적, 신체적 우위를 살려 좋은 경기를 했다"면서도 "2,3년 후엔 신체 능력에 큰 차이가 나지 않을 것이다. 월드컵만 봐도 대체로 모든 선수들의 신체 능력은 비슷하다"고 평가했다. 지금의 경기력 차이가 2,3년 후에도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의미다.

한 살 어린 다름슈타트 유소년 팀은 팀차붐에 어울리는 상대는 아니었다. 팀을 이끄는 최남철 숭실중 감독은 자신의 지시 사항이 잘 이행된 점을 높이 평가하며 "경기력은 좋아졌다"고 말하면서도 "더 강한 상대들을 만나, 직접 부딪쳐보고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소년 단계에선 신체적 성장 속도가 다르다. 자연스레 크고 빠른 선수들이 당장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신체가 단단히 여물고 난 뒤부턴 신체 능력 이외의 기술, 전술 이해도 등 다른 덕목들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팀차붐 프로젝트의 중심에 선 차범근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 뒤 선수들에게 긴 조언을 남긴 이유다.

▲ 팀차붐플러스 구민서가 수비를 등진 채 패스하고 있다.
"이기고 지는 데 목표가 있는게 아니다."

차 전 감독은 경기를 보는 내내 꼼꼼하게 메모를 했다가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일곱 골 차 대승이지만 한 살 어린 '동생'들을 상대로 거둔 결과. 차 전 감독은 경기장 내 선수들의 움직임에 대해 개선점을 설명했다. 현장을 찾았던 차두리 전 국가대표팀 코치와 크라츠 디렉터 역시 전반 초반과 달리 선수들의 드리블 돌파가 늘어난 것이 부적절했다고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드리블 돌파로 승리를 따낼 순 있지만, 신체 조건이 대등한 상대를 만난다면 같은 방식으로 경기할 순 없다.

"터치를 줄이면서 더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 한쪽에서 공을 돌리는 건 다른 쪽에서 더 좋은 상황을 만들고 공간을 찾기 위한 것이다. 그 점을 생각해야 한다. 공을 주고받는 것에만 그치면 안된다. 의미가 있어야 한다. 공 없는 사람들, 즉 패스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골문을 향해서 가야 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찾아서 패스를 줘야 한다. (며칠 전 관전한) 분데스리가를 보더라도 그랬다. 주고받으면서 앞으로 가는 사람을 찾는 것이다."

팀차붐은 완전히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공격 장면에선 간결하게 침투한 뒤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다. 공격수들의 개인 돌파 없이도 득점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오히려 높은 수준의 축구에선 드리블 돌파를 줄이는 것이 유리하다. 차 전 감독은 중원과 후방에서 공을 점유하다가도, 앞에서 움직이는 공격수의 움직임이 있다면 재빠르게 직선적인 패스가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수들은 움직이다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단순하면 막기 쉽다. 너무 정적이다. 왜 시야 안에서 움직일까. 한 번 하고 그치는 게 아니라 연속적으로 공간을 찾아야 한다. 자꾸 움직이면 수비가 공격수를 찾다가 허점을 노출한다. 오프사이드 위치로 가도 된다. 그랬다가 다시 나와주고 다시 들어가고."

공격수로서 경험을 살려 공이 없을 때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선수들에게 설명도 했다. 공격수의 무기는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어 수비수의 움직임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비수들을 끌고 움직인 뒤 다시 공간을 연속적으로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전 감독은 수비수의 시야에서 벗어나 움직이는 것 또한 좋은 방법이 된다고 강조했다.

"공에도 크게 가야할 흐름이 있다. 잡아야 할지, 원터치로 줘야 할지 잘 판단해야 한다. 경기 흐름을 방해하면 안된다. 가야할 땐 빠른 리듬으로 움직여야 한다."

후방 빌드업 과정에서도 발전할 점이 있었다. 팀차붐은 다름슈타트전에서 경기력에서 앞서면서 비교적 여유롭게 경기를 운영했다. 다름슈타트의 압박에도 1대1 능력이 앞서기 때문에 드리블 돌파 등으로 손쉽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팀 전체의 공격 템포가 떨어졌다. 차 감독은 더 쉽고 간결한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 어떤 선수도 공보다 빠를 수는 없기 때문. 공을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손쉽게 2연승한 팀차붐의 마지막 상대는 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소년 팀이다. 아민 크라츠 유소년 아카데미 디렉터가 직접 경기장을 찾아 팀차붐의 경기를 확인하고 돌아갔다. 프랑크푸르트의 경우 같은 나이대의 선수들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프랑크푸르트와 경기에선 차 감독의 조언이 빛을 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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