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남철 숭실중 감독(왼쪽에서 두 번째)이 마인츠 유소년 코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스포티비뉴스=프랑크푸르트(독일), 유현태 기자] 유소년 지도자도 더 좋은 선수를 육성하기 위해선 새로운 축구를 보고 경험해야 한다.

팀차붐플러스는 9일(이하 한국 시간) 인천국제공항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출국해 19일까지 독일 축구를 직접 경험한다. 분데스리가를 보고, 독일 유소년 팀과 합동 훈련과 경기를 진행한다. 이미 11일과 13일 각각 VfB슈투트가르트와 다름슈타트 유소년 팀과 연습 경기에서 2번 모두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15일과 16일 각각 마인츠05,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유소년 팀과 합동 훈련도 선수들에게 유익한 경험이었다.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팀차붐플러스를 이끄는 최남철 숭실중 감독 역시 독일 축구를 만났다. 최 감독 역시 지도자 경력이 풍부하고, 팀차붐을 이끌 정도로 지도력을 인정받은 감독. 그 역시 한국 유소년 축구의 문제와 과제에 대한 생각을 확실히 갖고 있다. 하지만 독일 방문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지도자로서 생각을 넓히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 마인츠05 드라이어 코치(왼쪽에서 첫 번째)가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최 감독은 15일 마인츠와 합동 훈련 내내 팀차붐의 훈련은 물론 주변에서 진행되는 연령별 훈련을 지켜봤다. 훈련을 마친 뒤 선수들이 샤워를 위해 드레싱룸에 들어가자 최 감독은 마인츠 유소년 코치들과 마주했다. 훈련을 지켜보며 생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독일에서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다른 답안'을 들어보고 한국 축구에 맞는 답을 쓰는 데 참고해야 한다.

최 감독은 우선 밝고 다소 느슨한 훈련 분위기에 대해 질문했다. 한국에선 지도자의 말에 선수들이 빠르게 반응하는 것과 다른 점이었다. 마인츠 제바스티안 드라이어 코치는 "성의가 없는 것은 아니고 문화적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처럼 감독이 말하는 것에 즉각 따라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직접 훈련을 해보니 진지하게 훈련하고 지도자의 말에 귀기울이는 한국적인 태도도 장점이 있다"면서 장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학원 축구 지도자로서 최 감독이 또 하나 의견을 나누고 싶은 것은 선수별 편차가 큰 팀을 어떻게 훈련하는 것이 좋은가다. 조금 더 상세히 보면 기본기도 잡히지 않은 선수에게 전술 이해도를 높이려는 훈련이 의미가 있을지에 대한 것이다. 마인츠 측에선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축구, 창의적인 축구를 가르치려고 한다. 기술이 떨어지는 선수에겐 개인적으로 추가 연습을 진행한다"는 교과서적인 대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특출난 점이 없으면 하나의 '무기'를 만들어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더 거시적인 관점에서 질문도 했다. 한국은 유소년 단계에선 유럽 팀과 경기에서도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성인 무대에 들어서면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진다. 최 감독 역시 나름의 해답을 알고 있지만, 독일 코치들의 의견을 물었다. 드라이어 코치는 "성인 팀 수준에서는 전술 이해도, 피지컬의 차이가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드라이어 코치는 "한국은 독일에 비해 축구 역사가 짧아 전술적으로 약한 것이 사실이다. 그에 대한 공부법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술적 이해도를 강조하는 독일에선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지만, 빨리 전술적인 틀을 만들어서 가끔 개인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동력과 지구력에선 큰 차이가 나지 않더라도 성인이 되면 힘의 차이가 난다"고 밝혔다. 힘이 부족하면 1대1 싸움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이 최 감독의 보충 설명이다.

마인츠를 떠나 프랑크푸르트 숙소로 오는 동안 최 감독은 "독일이 전부 맞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독일을 무조건 따라가서도 곤란한다. 하지만 다른 생각들을 접하면서 스스로를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시로 모인' 팀차붐플러스를 이끌며 최 감독 역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보려 한다. 16일 오전 선수들을 둘로 나눠 미팅을 했다. 각자 독일에서 느낀 점들과 궁금증, 그리고 18일 프랑크푸르트와 연습 경기에서 얻어갈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훈련 강도는 약하지만 시야와 판단 능력을 높일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의 패스게임.

16일 프랑크푸르트와 합동 훈련에서도 최 감독은 생각을 더 폭넓게 열어볼 기회를 얻었다. 프랑크푸르트 15세 이하 팀은 서로 다른 3가지 색의 조끼를 입고 늦은 템포로 공을 돌리며 훈련을 시작했다. 조끼 색에 따라 주어진 조건대로 패스를 연결해야 했다. 주변의 동료를 미리미리 찾는 연습이었다.

최 감독은 "사실 특별한 훈련은 아니다. 오히려 템포가 떨어져서 한국에선 지도자는 물론 선수들도 그리 효과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이런 훈련을 매일처럼 당연히 진행하고 있어서 선수들의 발전이 된다는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독일식 훈련 방식을 두고 한국의 훈련을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좋은 지도자 1명은 뛰어난 선수 여러 명을 기를 수 있다. 또 한국 축구만 알아선 발전을 꾀할 수 없다. 다른 방식으로 성장한 축구를 직접 만나고 느끼면서 한국 축구를 조금씩 발전시켜야야 한다. 최 감독이 지도자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지도자판 '팀차붐'이 있으면 좋겠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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