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킥오프전 경기장 밖에서 시작된 홍염은, 경기 후 내부에서도 터졌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하노이(베트남), 조형애 기자] '아, 터질 게 터졌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전이 펼쳐지는 미딩 경기장 안에서 홍염을 보는 순간 떠오른 생각이다. 하노이에 도착하자마자 심심찮게 들렸던, 사실상 예고제에 가까웠던 '홍염' 이야기. 흥분과 과열이었을까. 아니다. 그들의 홍염에는 다른 의미가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취재진이 하노이에 도착한 다음날 이야기다. 그러니까 지난 15일 베트남축구협회서 한국 취재진은 취재하러 갔다가 취재를 당하고 있었다. 현지 취재진은 인터뷰를 요청했고, 그렇게 그들과 대화의 물꼬를 텄다.

"베트남 축구 팬들이 경기장 내부에서 홍염을 터트릴 것이라는 걸 알고 있나요?"

본지 영상 기자가 받은 질문 가운데 하나. 현지 기자는 대뜸 홍염 이야기를 꺼냈다. 결론부터 말하면 '티켓'이 문제였다.

4만여 명을 수용하는 미딩 경기장에는 못 들어가서 안달인 베트남 팬들이 많았다. 인터넷 예매는 오픈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매진됐고, 암표가 불티나게 팔렸다. 부르는 게 값. 통역을 잠시 도와주었던 팜 티 란 타잉 씨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와는 라이벌 관계라 주목도 자체가 달라 암표도 값이 많이 올랐다고 했다.

애초에 현장 판매에 배당된 표가 넉넉지 않은 점에 베트남 축구팬들은 단단히 뿔이 난 모양이었다. "축구 별로 안 좋아한다"던 팜 티 란 타잉 씨 역시 홍염에 대해서는 익히 들었다는 듯 "경기장 안에서 터트린대요. 그럼 우리 관중 없는 경기할 수도 있어요"라고 했다.

▲ 불꽃이 번쩍이자 마자 순식간에 진화가 이뤄냈다. 그 순간을 포착했다. ⓒ한희재 기자

실로 경기 당일인 16일엔 열기가 뜨거웠다. 하지만 없는 표가 생길 일은 없으니, 현지 기자 추산 2만여 명은 밖에 있다 돌아가야 했다. 경기 밖 티켓을 구하지 못한 이들은 홍염을 피웠다. 춤추고, 노래하고 한바탕 한을 푸는 듯 보였다.

경기장 안에서도 결국, 홍염은 터졌다. 홍염 이야기가 파다하게 퍼진 뒤라 경기장 내부 곳곳에 배치돼 있던 소방관들이 급히 진화했지만 자욱한 안개는 홍염의 존재를 알리기에 충분했다.

최근 잦은 홍염 사용으로 벌금 이상의 징계가 나올 수 있다는 분위기다. 라오스전에 이은 말레이시아전 2-0 승리로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2018 순항이 계속되는 상황. '티켓과의 전쟁'을 잘 푸는 것이 중요한 숙제로 남았다. 다가오는 안방 경기는 미딩 경기장 수용 인원에 절반여 밖에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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