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 리델의 망가진 턱은 그대로였다.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격투기 전문 기자]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나. 8년 5개월 만에 케이지에 선 척 리델(48, 미국)이 또다시 실신 KO패 했다.

25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잉글우드 더포럼에서 열린 골든보이 프로모션 주최 리델과 오티즈 3차전(Golden Boy Promotions: Liddell vs Ortiz 3)에서 티토 오티즈(43, 미국)에게 펀치를 맞고 1라운드 4분 24초 만에 쓰러졌다.

리델의 마지막 경기는 2010년 6월 13일. 라샤드 에반스, 마우리시오 쇼군과 경기에 이어 리치 프랭클린과 맞대결에서도 펀치를 맞고 정신을 잃었다.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3연속 실신 KO패 한 리델에게 은퇴를 권유했다. 리델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정든 케이지를 떠났다.

시간이 지났지만 리델은 여전히 피가 끓었다. 세계 챔피언 출신 복싱 프로모터 오스카 델라 호야가 종합격투기 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하고 오티즈와 3차전을 제안하자 바로 '오케이' 했다.

의욕이 충만했다. UFC에서 이미 두 차례 KO로 이긴 오티즈를 쉽게 생각했다. 그를 잡은 뒤, 퀸튼 잭슨·반더레이 실바·비토 벨포트 등과 레전드 매치를 펼치고 싶다고 했다.

문제는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는 것. 리델의 반응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렸다. 당연히 전성기 특기였던 원투 스트레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8년 5개월이 지났어도 망가진 턱은 그대로였다. 리델은 계속 주춤거리며 물러서다가 오티즈의 왼손-오른손 펀치 연타를 맞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또 잠들었다.

▲ 2006년 1월 UFC 66에서 티토 오티즈를 KO로 이긴 척 리델, 그러나 옛날 이야기다.

오티즈는 리델보다 경기 감각이 살아 있었다. 2012년 UFC를 떠난 뒤에도 벨라토르에서 4경기를 뛰었다. 지난해 1월 벨라토르 170에서 차엘 소넨에게 리어네이키드초크로 이긴 바 있다.

레슬링 싸움을 걸지 않고도, 지난 두 번의 패배를 설욕한 오티즈는 신이 났다. 땅을 파고 리델을 묻는 듯한, 특유의 세리머니까지 하고 포효했다.

후배 파이터들은 리델의 패배를 슬퍼했다. 다니엘 코미어는 트위터에 "새드(sad)"라고 썼다. 브래드 피켓은 "보는 데 너무 안쓰러웠다. 슬로모션을 보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브랜든 샤웁은 "끔찍했다. 그리고 슬펐다. 어떤 면에서도 재밌지 않았다",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파이터였는데, 이런 경기를 계속 봐야 한다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리델은 2010년 파이터 은퇴 후 UFC 임원이 됐다. 화이트 대표가 UFC가 미국에서 알려지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해 특별히 자리를 만들었다.

그런데 UFC가 2016년 IMG로 팔리면서 대대적인 구조 조정이 시작됐고, 특별한 업무가 없던 리델과 맷 휴즈는 회사를 나갈 수밖에 없었다.

리델이 이번 경기를 받아들인 건, 한 명의 가장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시선도 있다. 리델의 파이트머니는 25만 달러(약 2억 8,000만 원), 오티즈의 파이트머니는 20만 달러(약 2억 2,000만 원)였다.

오스카 델라 호야는 이번을 시작으로 종합격투기 대회를 계속 주최할 계획이다. "자유 계약 상태인 파이터는 내게 전화하라"며 선수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