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헤비급 최강자를 가리는 빅매치가 맥빠진 무승부로 끝났다. 

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전에서 디언테이 와일더(33, 미국)와 타이론 퓨리(30, 영국)가 주먹을 맞댔다. 

미·영 복싱 자존심이 맞붙은 경기였지만 현역 최강 두 헤비급 복서는 승패를 가리지 못했다. 

심판 3인 가운데 한 명은 115-111로 와일더를, 다른 한 명은 114-112로 퓨리 우세를 판정했다. 마지막 한 명 손에 승패가 갈리는 상황. 

세 번째 채점표엔 그러나 113-113, 동점이 적혀 있었다. 결국 올해 가장 빅매치가 승자와 패자를 구분 짓지 못했다.

와일더는 여느 때처럼 전진 압박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반면 퓨리는 아웃파이팅으로 자기 거리를 쟀다.

스타일이 상반된 두 파이터이기에 근접전이 적었다. 붙었다 하면 쉴 새 없이 주먹을 섞긴 했으나 클린치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와일더는 계속해서 잽을 시도했다. 잽으로 압박한 뒤 뒷손 카운터를 노리려는 생각이었다. 이따금 환상적인 헤드 무빙으로 퓨리 주먹을 슥슥 피했다.

그러나 퓨리는 준비가 돼 있었다. 변칙적인 스텝과 스트레이트로 와일더를 위협했다. 이어 압박하는 상대 얼굴과 복부에 주먹을 꽂았다.

상체 움직임을 풍부하게 가져가면서 훅과 스트레이트, 어퍼컷을 다양하게 집어넣었다. 전진 스텝을 밟던 와일더가 조금씩 뒷걸음질치기 시작했다.

5라운드까지 유효타 수에서 퓨리가 앞섰다. 중간 판정에서도 4-1로 우위였다.

그러나 와일더에겐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일발 장타로 역전을 노리는 슬러거답게 9라운드 1분쯤 펀치 한 방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묵직한 오른손 훅으로 퓨리 관자놀이를 저격했다. 상대 다리가 휘청거렸다. 이후 와일더는 힘 있는 원투 콤비네이션으로 이번 경기 첫 다운을 뺏어냈다.

순식간에 역전 흐름을 연출했다. 이 현역 최고 하드 펀처는 단 한 방으로 스테이플스 센터 데시벨을 훅 끌어올렸다.

12라운드 초반 다시 한 번 와일더 오른손이 터졌다. 퓨리가 대(大)자로 뻗었다.

가까스로 일어나긴 했지만 퓨리는 이후 끈질기게 와일더 뒷목을 잡으며 시간을 끌었다. 그 수(手)밖에 없었다. 한 번 흐름을 내준 뒤부터 좀체 반전 기틀을 마련하지 못했다.

하지만 와일더가 승리를 확정짓는 데엔 한두 걸음이 모자랐다. 퓨리가 경기 초·중반 벌어놓은 점수, 앞선 라운드 수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을 맺었다.

두 선수 모두 커리어 첫 무승부를 기록했다. 와일더는 통산 전적을 40승 1무로 쌓았고 퓨리 총 전적은 27승 1무로 바뀌었다. 세계 최고 헤비급 복서를 가리는 일은 훗날을 기약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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