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슨 퓨리는 '새 사람'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나는 복서이지, 비즈니스맨이 아니다."

타이슨 퓨리(30, 영국)가 빅매치를 뛴 뒤 얻은 수입 대부분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퓨리는 2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디언테이 와일더(33, 미국)와 세계복싱평의회(WBC) 헤비급 타이틀을 놓고 주먹을 맞댔다.

미·영 복싱 자존심이 붙었지만 승패를 가리진 못했다. 심판 3인 가운데 한 명은 115-111로 와일더를, 다른 한 명은 114-112로 퓨리 우세를 판정했다.

마지막 한 명 손에 승패가 갈리는 상황. 세 번째 채점표엔 그러나 113-113, 동점이 적혀 있었다.

퓨리는 커리어 첫 무승부를 기록하며 통산 전적 27승 1무를 쌓았다. 승리를 따내진 못했지만 와일더를 상대로 노련한 아웃파이팅과 도발성 제스처, 위력적인 스트레이트를 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경기로 대전료 300만 달러(약 33억4,000만 원)를 받았다. 페이퍼뷰(PPV) 수입까지 배분 받으면 총 1,025만 달러(약 114억 원)를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퓨리는 경기를 치른 뒤 영국 언론 미러와 인터뷰에서 "가난하고 힘 없는 이들, 집이 필요한 노숙자에게 내 수입 대부분을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 몫만 남기고 1000만 달러에 가까운 돈을 쾌척하겠다고 말했다. 자신은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고, 백만장자 억만장자가 되는 데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퓨리는 "나는 복서다. 비즈니스맨이 아니다. (돈 버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다른 복서들과는 다른 길을 걸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사는 퓨리는 최근 이상한 현상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집을 나서 시내를 조금만 걸어도 집 없는 사람 천지라는 것이다.

예전보다 그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음을 피부로 체감한다고 했다.

귀가해 신문을 읽다가 이 같은 '홈리스(Homeless)' 현상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며 미국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조국인 영국에도 비슷한 문제가 사회현상으로 대두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퓨리는 "살면서 그렇게 많은 노숙자는 처음 봤다. 그들은 부락을 일궈 살고 있다. 단순히 개인이 게으르다거나 그런 류의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회성 기부도 좋지만 나중엔 재단이나 탄탄한 펀드를 만들어 그들을 주기적으로 돕고 싶다. 집을 지어주고 마약·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지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퓨리는 WBA WBO IBO IBF 헤비급 통합 챔피언을 지낸 인물로 2015년 11월 '독재자' 클리츠코를 꺾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당시 클리츠코 10년 천하를 끝내고 헤비급에 군웅할거 시대를 연 복서로 호평 받았다.

그러나 영광은 잠깐이었다. 오래가지 않았다. 챔프에 오른 뒤 코카인 복용과 방어전 거부 등 잦은 구설수로 챔피언 타이틀을 뺏겼다.

영국 복싱협회로부터 무기한 자격 정지 중징계를 맞기도 했다.

3년 공백기를 보낸 끝에야 링에 설 수 있었다. 징계가 풀린 뒤 치른 2경기에서 모두 이겼다. 재기 발판을 마련했다.

세페르 세페리(알바니아)에게 4라운드 레프리 테크니컬 디시전(Referee technical decision·RTD) TKO승, 프란체스코 피아네타(이탈리아)에겐 10라운드 PTS승을 거뒀다.

경기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오랜 공백에도 노련하게 승리에 이르는 '길'을 알고 주먹을 맞댄다는 평을 받았다.

클리츠코를 무너뜨린 사례에서 보듯 빅 게임에서 주눅들지 않고 전쟁을 치를 줄 아는 복서다. 포인트 싸움과 한 방 싸움 모두 가능하다는 점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영국 미러는 "와일더와 재대결이 추진될 확률이 높다. 그간 코카인 복용과 조울증으로 인한 실언 등으로 비판에 시달렸던 퓨리가 조금 더 나은 복서,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2가지 목표를 세웠다. 흥미로운 변화"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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