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티비뉴스=서울, 한희재 기자] 2018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포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두산 양의지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양의지가 NC로 가기 전 그는 골든글러브를 타며 니퍼트 이야기를 꺼냈다. "니퍼트는 내 영원한 1선발이다. 니퍼트가 있었기에 나도 있었다."

시상식 직전 이영미 인터뷰 전문 기자와 인터뷰에서 니퍼트가 양의지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에 대한 답이었다. 니퍼트는 "나는 양의지의 사인에 고개를 흔들지 않았다. 사인을 거부하고 던지면 꼭 안타를 맞았다"고 했다.

포수의 임무론에 대해선 이러쿵저러쿵 설이 많다. 그러나 어떤 이론에서도 변하지 않는 건 포수가 투수에게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는 점이다. 무슨 공을 던져야 할지 막막할 때 포수의 사인을 믿고 던지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신뢰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포수는 그 신뢰를 쌓기 위해 스프링캠프부터 준비에 들어간다. 투수들의 훈련 투구를 받아주며 언제 어떤 공을 잘 던지는지 어떤 공을 중점적으로 연마하고 있으며 그 결과는 어떤지, 확실하게 쓸 수 있는 공은 몇 종류나 되는지를 손으로 받고 머리로 익힌다. 그때부터 쌓인 데이터가 시즌에 들어가 볼 배합을 할 때 유용하게 활용된다.

포수가 볼 배합을 통해 경기를 만든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포수의 사인으로 경기가 풀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을 내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양의지는 현역 최고 포수로 불린다. 타격 능력도 빼어나지만 수비수로서 가치도 매우 높게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투수에게 믿음을 주는 포수다. 니퍼트가 그랬던 것처럼 수없이 많은 투수들이 양의지의 볼 배합을 믿고 따랐다. 그리고 대부분 결과가 좋았다. 두산의 팀 성적과 투수들의 성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제 양의지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NC 투수들을 상대로 다시 믿음을 심어 줘야 한다.

특히 양의지가 NC의 영건들을 살려 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매우 많은 것이 변할 수 있다.

NC는 투수력이 강한 팀이 아니다. 올 시즌 국내 투수 최다승이 5승에 불과한 팀이다. 투수 WAR이 스탯티즈 기준으로 1을 넘긴 투수가 이재학과 구창모뿐이다.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제 몫을 다해 준다고 가정하더라도 나머지 국내 투수들의 성장이 없다면 NC도 더 뻗어 나가기 힘들다.  

이재학은 반전이 필요하고 구창모 장현식 등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은 이제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국내 투수들이 현재로선 투수라기보다는 공을 던지는 선수에 가깝다. 제대로 만들어진 선발투수는 현재 NC에 없다고 봐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 투수들이 성장하지 못한다면 NC의 양의지 영입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김성근 소프트뱅크 코치 고문은 SK 왕조 시절 포수 박경완에게 "네가 투수 한번 만들어 보라"는 주문을 종종 하곤 했다.

투수의 장점을 살리는 볼 배합으로 자신감을 만들고 신뢰를 쌓으라는 뜻이었다.

이제 양의지에게 새로운 재료들이 준비돼 있다. 가능성에선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것이 NC 투수층이다. 그 가능성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양의지의 임무다. 

양의지는 NC의 영건들을 살려 낼 수 있을까. '포수 양의지'가 새로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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