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롭 감독(왼쪽)이 살라를 포옹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버풀이 나폴리를 압도했다. 진짜 강팀다운 면모를 과시한 한판이었다.

리버풀엔 지난 시즌까지 '의적'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강한 팀을 상대로 멋진 승리를 따낸 뒤, 중하위권 클럽에 허무하게 승점을 잃는 경우가 적잖았다. 지나치게 공격적인 전술, 그리고 여기에 맞물린 수비진 불안이 이유로 꼽혔다.

이번 시즌 리버풀이 바뀌었다. 안정적 경기력을 바탕으로 리그에서 13승 3무를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선 탈락 위기를 자력으로 탈출해 16강에 올랐다. 리버풀은 12일(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나폴리와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1-0으로 승리하면서 16강행을 확정했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리버풀이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 '첫 맞대결 유효 슈팅 0' 이번엔 압살했다

경기 종료 직전 아르카디우스 밀리크에게 허용한 위기는 알리송 베케르의 선방으로 넘겼지만 경기 자체는 리버풀의 손 안에 있었다. 영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카이스포츠'는 "만들었던 찬스의 수를 생각하면, 마지막 20분을 보냈던 것보다 훨씬 더 편안한 밤을 보내야 했다. 리버풀은 경기 전체적으로 더 강했다"고 평했다. 특히 사디오 마네가 조금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면 더 쉽게 경기를 풀 수도 있었다.

첫 맞대결이었던 조별 리그 2차전에서 리버풀은 0-1로 패했다. 유효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반면 이번 맞대결은 리버풀이 압도했다. 리버풀은 23개 슛을 기록했고 나폴리에는 8개 슈팅만 줬다. 나폴리의 패스 성공률은 77%에 불과했는데, 지난 맞대결에서 나폴리의 패스 성공률은 89%였다. 점유율도 50대50으로 균형을 이뤘다.(지난 맞대결 45-55 리버풀 열세) 압박을 즐기는 리버풀이 이번 경기에서 나폴리를 완전히 누르는 데 성공했다.

▲ 포효하는 주장 헨더슨

◆ 어떻게? 기어를 올렸다

나폴리와 지난 맞대결에선 최전방 공격수들이 무리하게 압박하지 않았다. 나폴리 수비진이 어느 정도 공을 소유했다고 생각되면, 전체적인 수비 라인을 내렸다. 체력을 아끼면서 실리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다만 나폴리의 공격력이 예상보다 강했고,종료 직전 로렌초 인시녜에게 실점했다.

승리가 반드시 필요한 이번 맞대결은 달랐다. 리버풀은 기어를 올리고 나섰다. 최전방 사디오 마네, 호베르투 피르미누, 모하메드 살라는 끊임없이 전진해 빌드업부터 나폴리를 괴롭혔다. 나폴리도 반격을 노려봤지만 페어질 판 데이크를 중심으로 정비된 수비진은 앞으로 나서면서 공격을 차단했다.

리버풀의 경기 강도가 높았던 것은 뛴 거리를 보면 알 수 있다. UEFA의 공식 통계에 따르면 나폴리와 첫 맞대결 당시 리버풀은 112.9km를 뛰었다. 하지만 이번 맞대결에선 118.8km를 뛰었다. 파울도 9개에서 16개로 증가했다. 더 많이 뛰고 더 강렬하게 부딪혔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우리의 공격적인 수비, 공격적인 압박은 내가 본 중에 최고였다. 우리는 엄청난 집중도를 갖고 경기했으며, 그것은 다루기 어려운 요소"라고 말했다. 리버풀의 전술적 핵심인 '압박'이 얼마나 강렬했나 보여주는 대목이다.

▲ 대만족 클롭 감독

◆ '완급 조절' 리버풀, 꾸준한 경기력

나폴리와 두 차례 경기에서 보여준 리버풀의 경기 운영은 이번 시즌 선전의 비밀을 암시한다. 리버풀은 이번 시즌 실점이 비약적으로 줄었다.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16라운드 종료 시점에서 내준 실점은 무려 20개. 하지만 16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6실점 뿐이다.

전체적인 시즌 운영이 능숙해졌다. 승리하기 위해 항상 100% 경기력을 낼 필요는 없다. 때로 전력이 약한 팀엔 7,80% 전력으로 승리를 따내는 지혜도 필요했다. 이럴 때 리버풀은 뒤로 물러서는 경기 운영으로 완급을 조절한다. 더구나 중원에 에너지를 더해줄 파비뉴, 제르댠 사키리, 나비 케이타 등이 합류해 체력 안배도 용이해졌다. 수비진 리더 판 데이크의 합류로 수비 전체가 안정됐다.

리버풀은 이번 나폴리와 맞대결에선 기어 조절이 가능하단 사실을 보여줬다. 반드시 승리를 차지해야 할 때 리버풀이 어느 정도로 강렬하게 맞서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반면 힘을 빼고 치를 경기들에선 숨을 고를 것이다. 다가올 맨체스터유나이티드와 경기에선 로테이션과 함께 조금 더 실리적인 운영을 할 수도 있다. 결국 모든 경기를 완벽하게 주도하며 승리할 순 없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완급 조절이 가능해졌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맨체스터시티와 우승을 다툴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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